미국 워싱턴DC 인근에서 발생한 여객기와 헬기 충돌 사고로 탑승자 67명이 모두 숨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워싱턴DC의 존 도널리 소방청장은 3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제 구조 작전에서 (시신 등의) 수습 작전으로 전환하는 시점에 있다"며 "현시점에서 우리는 이번 사고의 생존자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전날 밤 8시 53분쯤 워싱턴DC 인근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착륙하려던 아메리칸항공 여객기가 공항 인근에서 훈련하던 육군 헬기와 충돌하는 사고가 났습니다.
이 사고로 두 항공기 모두 포토맥강에 추락했습니다.
미국 중부 캔자스주에서 출발한 여객기에는 승객 60명과 승무원 4명 등 모두 64명이 탑승하고 있었고, 헬기에는 군인 3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사고 여객기에는 1994년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우승자인 러시아의 예브게니아 슈슈코바와 바딤 나우모프 부부를 비롯해 전·현직 피겨스케이팅 선수와 코치 등 약 20명이 탑승했다고 외신은 전했습니다.
희생자 중에는 여자 피겨 유망주로 꼽힌 한국계 지나 한(Jinna Han) 선수를 비롯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10대 남자 피겨 선수 스펜서 레인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지 CBS뉴스에 따르면 지나 한과 스펜서 레인의 두 모친도 사고기에 함께 탑승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까지 수습된 시신은 모두 40구로, 여객기는 동체가 3조각 난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주변에는 헬기 잔해도 떨어져 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고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지만, 여객기와 헬기가 왜 같은 고도에서 비행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AP통신에 따르면 공항 관제사가 헬기에 여객기와의 충돌을 주의하라고 무전으로 경고한 이후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여객기 '블랙박스'로 불리는 조종석 음성 녹음 장치와 비행기록 저장 장치는 이날 회수됐습니다.
한편, 이번 사고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헬기는 (여객기를 피하기 위해) 수백만 가지의 다른 기동을 할 수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냥 그대로 갔다"면서 "그들(헬기와 여객기)은 같은 고도에 있어서는 안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임 오바마·바이든 행정부에서 항공 안전을 담당하는 사람들을 채용할 때 능력보다 인종과 성별, 계층 등의 다양성을 중시한 탓에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항공청(FAA)의 다양성 추진에는 심각한 지적·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중점을 두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직전 정부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중시 인사 정책으로 인해 능력이 부족한 항공관제 인력이 채용됐다"고 말했습니다.
공항 관제사와 헬기 조종사에게 책임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연방 공무원을 줄이면 관제사도 부족해질 수 있는데 연방 공무원 퇴직 유도 조치를 재고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그럴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AP통신에 따르면 사고 직후 폐쇄했던 레이건 공항은 이날 정오쯤 운항이 재개됐지만, 여러 항공편이 취소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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