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따라 달라지는 인간의 감성을 묻는다"

    작성 : 2024-07-09 11:03:21 수정 : 2024-07-09 16:59:37
    시인·수필가 천세진 첫 산문집 출간
    사유로 우려낸 '작은 날씨들의 기억'
    '풍경 이야기' 등 4부 33개 글 구성
    시인의 인문학적 사유의 내밀함 담아
    ◇ 작고 사소한 사건 '작은 날씨' 덕분
    ▲시인이자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는 천세진씨가 최근 첫 산문집 '작은 날씨들의 기억'을 출간했다

    "궂은 날씨가 예보돼 있어도 어느 곳은 더 궂고 어느 곳은 평온하게 지나갑니다. 인생의 날씨도 똑같습니다. 큰 날씨(큰 사건)가 생을 가득 채우고 있을 것 같지만, 작은 날씨(작은 사건, 작은 인연, 작은 사물)들로 가득합니다."

    최근 첫 산문집 '작은 날씨들의 기억' 백조출판사에서 출간한 천세진 시인은 "생의 어느 지점에 도착해서 평온을 얻는 것은 '큰 날씨'가 계속 이어져서가 아니라 주목하지 않는 작고 사소한 사건들인 '작은 날씨'들 덕분"이라고 낮은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천 시인의 산문집 '작은 날씨들의 기억'은 세상과 삶을 날씨의 세계를 보듯이 사유하고 우려낸 생각을 엮어 만든 산문집입니다.

    ▲천세진 시인의 첫 산문집 '작은 날씨들의 기억' 표지

    천 시인은 '작은 날씨들의 기억'에서 우리 생을 구성하고 있는 작은 사건들, 작은 사물들, 작은 풍경들, 작은 인연들이 가진 따뜻하고 내밀한 의미들을 어떻게 배치해서 '생의 정원'과 '생의 도서관'을 꾸밀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천 시인은 "'작은 날씨들의 기억'에 실린 총 33개의 글 중에는 블로그에 올렸던 글 서너 개와 짧은 글들이 조금 들어 있지만 그대로 담지 않고 책에 맞게 내용을 수정하고 보강했다"면서 "이미 읽은 글을 책으로 엮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광주광역시에서 활동해왔던 천세진 시인은 퇴직 후 전주에 정착해 전국을 누비며 문학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인문학 특강 모습

    천 시인은 이어 "2년 가까이 고치고 살을 붙이고 헐어내고를 반복하며 공들인 책"이라며 "유행이 지나면 사라지고 마는 책이 되지 않게 하려고 애쓰고 애쓴 책"이라고 책에 강한 애착을 드러냈습니다.

    광주에서 20여년 넘게 활동하다 전주에 정착하여 전국을 돌며 창작과 강연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천 시인은 시인, 소설가, 문화비평가 등 다양한 분야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 주목받지 못하는 일상이 채워주는 삶
    ▲천세진 시인이 펴낸 문화비평서 '어제를 표절했다'(왼쪽)와 장편소설 '이야기꾼 미로' 표지

    천 시인의 이번 산문집은 시집 '순간의 젤리', '풍경도둑', 문화비평서 '어제를 표절했다', 장편소설 '이야기꾼 미로'에 이은 다섯 번째 책입니다.

    천 시인의 산문집에 등장하는 날씨는 물리적 세계의 날씨 이야기가 아니라 삶의 세계의 날씨를 의미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천 시인은 "물리 세계의 날씨를 '대기후'와 '미기후'로 나누는 것처럼, 인간의 삶에도 물리 세계의 날씨처럼 넓은 영역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큰 날씨와 작은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작은 날씨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2019년 인천광역시 북구도서관에서 열린 초청특강에서 천세진 시인이 문학강연을 하고 있다

    때문에 천 시인은 "한 개인의 삶에 영향을 가장 크게 미치는 것은 거대 서사나 역사적이고 스펙터클한 사건들로 구성되는 '큰 날씨'가 아니다"라며 "생명을 지속하게 만들지만 정작 주목받지는 못하는 소소한 일상으로 이루어지는 '작은 날씨'"라고 강조합니다.

    다시 말해 일상적으로 찾아드는 작은 일들에 대한 미시적이고 미학적인 해석이야말로 생을 진정 풍부하게 만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천세진 시인이 새마을문고 대구광역시지부의 초청 특강을 하고 있는 모습

    천 시인의 이번 산문집은 '풍경 이야기', '아카이브 이야기', '시간 이야기', '거울 이야기' 등의 4부로 구성돼 있습니다.

    여기에는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공간, 시간, 자신의 공간을 채우고 있는 애착하는 사물들, 자아를 비치는 다양한 유무형의 사물들과 나누는 내밀한 대화를 담고 있습니다.
    ◇ 삶 구성하는 공간, 시간, 풍경 이야기
    ▲천세진 시인이 지역주민을 위한 무료 인문학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저자 천 시인이 공간과 시간에서 골라낸 경험들과 애착을 가진 자전거, 모래, 계단 같은 사물들, 취향에 따라 만나는 책, 영화, 미술, 음악 등의 장르에서 만난 작품들의 세계를 일상화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천 시인은 글 속에 일상을 담으면서도 인문학에서 멀어지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삶에 적용해야 할 거창한 이론을 주장하거나 자기계발서들이 주문하는 상식적인 팁을 나열하지도 대입하지도 않습니다.

    ▲천세진 시인이 인문학 강연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천 시인은 "이 세계가 너무 큰 것에 집착하고 그 결과로 만들어진 큰 슬픔들에 사로잡혀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면서 "큰 것이 화려해 보일지는 모르지만, 작은 슬픔과 다른 작은 것들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사회가 진정 평화로운 사회"라고 강조합니다.

    천 시인은 서문에서 "파란만장은 치유의 대상이지 삶을 채워주는 것이 아니고 삶은 주목받지 못하는 일상이 채워주고 치유해준다"며 "그래서 세상에 알맞은 사랑은 일상성으로서 빛나는 사랑이라고 믿는다"는 잔잔한 일화와 사유에서 인생의 행복을 찾는다는 소회를 밝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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