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C는 기획시리즈로 [예·탐·인](예술을 탐한 인생)을 차례로 연재합니다. 이 특집 기사는 동시대 예술가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간과 삶, 세상의 이야기를 역사와 예술의 관점에서 따라갑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소통을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 인생의 긴 길에서 독서가 가장 위대한 친구
가난했지만 낙천적인 성격으로 책을 읽고 글을 썼다고 합니다.
평범한 삶이지만 위대한 스승인 헨리 데이빗 소로우나 스코트 니어링에게 단순하게 사는 방법을 알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생의 긴 길에서 독서가 가장 위대한 친구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무등도서관의 '글사랑독서회'에 회원으로 가입할 때까지 책을 읽었습니다.
인문사회과학, 소설, 역사, 철학, 과학, 예술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하였고 문제작이나 당대 이슈가 되었던 소설과 고전들을 읽었습니다.
토론하기 위해, 작가를 이해하기 위해 메모를 적고 다른 이들의 작품도 읽어보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무등도서관에서 보낸 나날들은 문향선의 인생의 시간표를 바꿔 놓았습니다.
"책과 함께 생을 열었고, 책과 더불어 생을 마치겠다"는 은발의 독서가이자 수필가가 말하는 '독서 철학'을 일문일답으로 풀어봅니다.
◇ 문자 깨우치며 시작한 독서 인생
- 독서가로서 삶이란.
"인생을 온전히 책만 읽으며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독서회에서 문학기행 같던 일들이 추억으로 남아 있네요. 지금까지 몇 권의 책을 읽었는지 어림잡아 짐작을 할 수는 없어요, 문자를 깨우치면서부터 읽었으니까요."
- 저서 중 독후감을 모아 쓴 책을 소개한다면.
"'어느 책 읽는 사람의 이력서'와 '오래된 시계'가 있습니다. '오래된 시계'는 'YWCA 문예창작교실'을 다니면서 '가교문학회'를 결성했는데, 그동안 쓴 글들을 모아 회갑을 맞아 기념으로 내게 된 것입니다. 일상에서 길어 올린 삶의 편린들을 꿰맞춰 쓴 글들입니다. '어느 책 읽는 사람의 이력서'는 문화잡지인 '대동문화'의 청탁으로 본격적으로 독후감을 쓰게 되면서 만든 책인데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 독서가 주는 즐거움에 대해.
"지루하거나 심심하지 않아서 좋고요, 지적 탐험이나 남의 삶을 간접적으로 살아 보는 흥미가 있습니다."
◇ 책 보며 감정이입의 정서적 교감
- 독서 에피소드나 느꼈던 감정에 대해.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지만 책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혹시 책 읽는 분이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럴 때는 신기했습니다. 책을 볼 때의 감정은 희노애락의 감정에 빠져드는 때가 많습니다. 감정이입의 정서적 교감이 되는 것이지요. 과거와 현대를 넘나들며 살아 보지 못한 옛날에 대한 호기심이 유독 많은 편입니다. 책을 통해서 세기를 오가며 간접경험을 하는 것이지요."
- 소장하고 있는 책은 몇 권이나 되는지.
"잘 모릅니다. 최근에 도배를 하면서 책을 많이 버리고 선물했습니다. 지금도 대형책 장 두 개, 작은 책장이 여러 개입니다."
- 문향선이 뽑은 '인생 독서 목록'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자서전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 에릭 호퍼의 '길 위의 철학자',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 김훈의 '하얼빈' 정도만 적겠습니다."
- 책과 삶의 관계에 대해.
"모든 지혜의 근본이 책에서 나오지 않을까요. 모든 국민이 책을 읽고 좋아한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이상적인 방향으로 나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책을 안 보는 사람들을 보면 저 사람은 무슨 재미로 살까 하고 생각해 본답니다. 세상에 가장 재미있는 게 책이고 가장 좋은 인테리어도 된다고 하잖아요."
- 독서가 인생을 어떻게 바꾸는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고 깊어지지 않을까요. 욕망에서 벗어나 단순한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자세가 저절로 생기기라 생각합니다. 노년에 눈 핑계 대지 말고 돋보기라도 사용해서 책과 벗한다면 지루한 하루를 보람되게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무서운 치매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요."
◇ 가방에 책 넣고 틈새 시간을 활용해야
- 독서가 습관이 되기까지.
"바쁘다는 현대인을 보며 항상 생각했습니다. 틈새 시간을 활용하라고. 가방에 항상 책을 넣고 다닌다면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불면에도 잠을 쉽게 오게 하는 방법도 되지요. 독서는 습관이라고 생각하는데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읽는 습관이 중요하답니다. 얼마나 많은 재미와 유익이 있는지 몰라요. 조선 조 때 실학자 이덕무도 그랬지요. '모여 너무 수다만 떤다면 총명이 사라진다'고요."
- 인문학이 앞으로 설 자리는.
"예전에 비하면 인문학이 활성화되고 또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주변에는 많이 있더군요. 문화계에서도 이런 노력들을 하고 있어서 비관적으로만 보지 않습니다만, 지적 호기심을 가진 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 '책 속의 명구들'를 소개한다면.
"한 사람이라도 억압받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가 아니다. 커피를 마실 때나 청바지를 살 때도 제 3세계의 저임금의 노동자를 생각하라."
- 문향선에게 책이란.
"내 삶의 나아갈 바를 가르쳐 준 스승이었다고나 할까요. 책이 없었다면 참으로 지루한 삶이 되었겠죠."
-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역시 건강하게 살며 책을 손에서 놓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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