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들개 무리가 농장을 습격해 가축 20여 마리를 물어 죽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1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일 새벽 인천시 서구 공촌동의 한 농장에서 염소 2마리와 병아리 20마리가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제보자 A씨는 당일 낮에 평소처럼 농장을 찾았다가 가축들이 미동도 없이 쓰러져 있는 참혹한 현장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졌습니다.
A씨는 "염소 1마리는 내장이 보일 정도로 살점이 뜯겨나갔고 피범벅 상태였다"면서 "병아리 1마리만 겨우 살아남았지만, 많이 다쳐서 오래 버티긴 힘들어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병아리들은 지난 3월부터 차례로 부화시켜 애지중지 키웠고 염소 2마리도 이름을 따로 지어주며 가족처럼 지냈는데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어 허망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당시 현장의 상황을 담은 CCTV 영상 속에는 무리 지어 농장으로 접근한 들개 4마리 중 3마리가 우리 안으로 들어가 염소와 병아리들을 닥치는 대로 물어 죽이는 끔찍한 장면이 담겼습니다.
A씨는 "들개들은 우리에 설치된 철망을 이빨로 물어뜯어 구멍을 낸 뒤 침입했다"며 "야생화에 따른 사냥 습성이 노인이나 어린아이를 향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A씨 농장으로부터 반경 500m 내에는 주택가와 전철역 등이 자리 잡고 있어 인근 주민이나 행인들이 언제든지 들개 무리와 마주칠 수 있는 환경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천 서구에서는 수년 전부터 들개 출몰로 인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민원이 꾸준히 접수돼 왔습니다.
이에 서구는 2021년 72마리, 2022년 62마리, 2023년 115마리의 들개를 포획한 데 이어, 올해는 지난달까지 50마리를 붙잡으며 대응에 나섰지만 들개의 번식력이 강한 데다 활동 범위가 넓어 예기치 못한 들개의 습격을 막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서구는 올해 추경 예산 2천만 원을 포함해 4천만 원을 들개 포획에 사용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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