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전국의 많은 대학들이 3년 만에 대면 축제를 다시 진행하면서 많은 화제가 됐습니다.
각종 공연과 전시, 학술제와 주점 등 '청춘과 젊음'을 느낄 수 있는 축제는 대학 생활의 추억거리 중 하나인데요.주로 4월이나 5월, 봄철에 열리는 대다수 전국의 대학 축제와 달리 광주 지역에서는 봄 축제가 열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3년 만에 축제가 부활한 올해 역시 마찬가지여서 광주여자대학교는 지난 21일, 전남대학교는 지난 22일 축제를 마쳤고, 호남대학교는 오는 10월 4일부터 6일, 광주교육대학교는 오는 10월 5일부터 7일, 조선대학교는 오는 10월 27일부터 28일 축제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왜 다른 지역들과 달리 광주의 대학들은 매년 '가을 축제'를 진행하는 걸까요?
-웃고, 떠들고, 즐기기엔 너무 아팠던 광주의 봄
광주 지역 대학들이 5월에 축제를 열지 않는 이유는 5·18 등 민주화운동의 영향이 큽니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이후 한 동안 광주에서는 5월만 되면 도시 곳곳에서 곡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는데요.
수많은 5·18 희생자들의 가족이나 친지, 또는 대학 동기, 선후배로 지냈던 이들에게 5월의 캠퍼스는 슬픔과 추모의 공간으로서의 의미가 더 컸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의 근원지로 알려진 전남대의 경우, 축제가 처음으로 시작된 1966년부터 1979년까지는 1학기 종강을 앞둔 6월에 매년 축제가 개최됐습니다.
1980년에는 처음으로 축제가 가을로 미뤄졌고 이듬해인 1981년에는 축제가 취소되기도 했습니다.
축제가 부활한 1982년부터 1990년까지는 다시 6월에 진행됐지만, 1991년부터 축제 시기를 가을로 옮기게 됩니다.
1991년 4월 전남대학교 식품영양학과 학생 박승희 열사가 민주주의를 외치며 분신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인데요.
박승희 열사의 분신 이후 전남대의 봄은 축제 대신 집회와 시위가 자리잡았고, 이후 민주화를 향한 역사를 기리기 위해 '가을 축제'의 전통이 이어졌습니다.
지난 22일에 막을 내린 2022년 전남대학교 축제 '용봉대동풀이: Cheer-Up' 역시 가을에 열렸는데요.
축제준비위원장 김현지 씨는 "5·18 민주화운동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올해도 5월 축제가 아닌 9월 축제를 기획했다"고 말했습니다.
-봄 축제의 아쉬움은 두고 "가을날을 즐겨보자"
광주 지역의 많은 대학생들은 '가을 축제'의 의미와 배경에 대해 이해하고 있습니다.
조선대학교 첨단에너지공학과 19학번 고석준 씨는 "다른 지역과 달리 광주는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기리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지역 특성상 5월에는 축제를 기획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19학번 이승현 씨는 "광주가 가을에 대학 축제를 하는 이유는 5.18 민주화운동의 뜻을 기리기 위함이라고 선배들에게 전해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지역 대학 처럼 열리는 봄 축제에 대한 아쉬움도 크지 않아 보입니다.
광주교육대학교 체육교육과 20학번 이유선 씨는 "봄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가 크지만, 축제는 '결실'이라는 느낌을 전달한다"며 "축제의 의미를 떠올리면 가을에 하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습니다.
호남대 외식조리학과 19학번 강성준 씨는 "1학기에는 MT나 체육대회 등 학생문화 행사가 많아 2학기에 하는 가을 축제가 즐기기에는 더 편하다"며 "대학생들은 가을 축제를 선호할 것"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40여년 전 광주의 아픈 역사에서 시작된 '가을 축제' 문화가 이제는 지역 대학생들의 고유한 문화로 자연스럽게 자리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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