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바꾸는 시!"..기후 변화에 저항하는 시인의 '낮은 외침'

    작성 : 2024-07-04 09:38:07
    고성만 시인 시집 '파씨 있어요?' 출간
    기후·인구·AI 등 급변하는 현실문제 직격
    거칠고 난해한 시구에 톡톡 튀는 메시지
    "미래세대에게 희망이 있다"는 의미 전달
    ◇ 현실의 문제 다루는 시의성 중요해
    ▲최근 6번째 시집 '파씨 있어요?'를 출간한 고성만 시인은 기후위기와 인구문제, AI시대 등 현실의 문제를 다뤄 눈길을 끈다

    "저는 시에서 시의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의 문제를 피해갈 수가 없고 그것도 편안하게만 이야기할 수가 없잖아요. 우리는 예전에 민주화 투쟁을 몰두했지만 지금은 우리의 삶의 모습들이 민주화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들이 지금 밀물처럼 밀려오잖아요. 이것이 제가 시를 통해 세상과 독자에게 하고자 하는 말입니다."

    최근 6번째 시집 '파씨 있어요?'를 도서출판 시인의일요일에서 출간한 고성만 시인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변화 물결은 크게 세 가지"라며 "첫째 기후 변화, 둘째 인구 구성의 변화, 셋째 AI를 통한 변화이다"고 지적했습니다.

    고 시인은 먼저 "기후문제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가고 있다"며 "그것을 시적으로는 마냥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고 내가 해결할 수도 없으니까 스토리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또는 간결하게 따뜻하게 전달하려 한다"고 이번 시집에 담은 메시지를 강조했습니다.

    ▲고성만 시인의 6번째 시집 '파씨 있어요?' 표지

    이러한 기후의 문제를 건드리는 시적 메아리를 고 시인은 작품 '우리 동네 날씨', '몬순 여자 눈사람', '6월에 쓰는 편지' 등에 풀어냈다고 말했습니다.

    현대인에게 직면한 현실의 문제를 시의 언어로 담아내는 고 시인은 그러나 스스로 세상과의 소통의 문제에 부딪치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고 시인은 "우리나라도 산업화에서 정보화 사회로 가는 변화가 몰려오는데 현실의 변화문제를 시로 다루는 것은 제 나름대로의 투쟁이고 저항"이라며 "그런 것을 시에 담다 보니까 너무 소통이 잘 안 돼 가지고 소통 문제에 부딪혀 있다"고 말했습니다.
    ◇ 자신조차 납득시키기 힘든 소통의 문제
    ▲고성만 시인이 지난 6월 13일 광주 비움박물관에서 열린 '시인의일요일 인 광주 시토크' 행사에서 시집 '파씨 있어요?' 출간 소감을 밝히고 있다

    그의 시는 독자의 무한한 상상력을 펼쳐주고 흥겹고 즐거운 리듬감을 살려주는 서정적 멜로디의 시가 아닙니다.

    툭툭 튀어 오르고 막연한 개념을 추론하게 하는 시를 토해내면서 자신조차 납득시키기 힘든 그 소통 문제를 시 '상담 시간 1, 2, 3'에 담았다고 소개했습니다.

    고 시인은 "왜 우리가 변화해야 되느냐, 지금까지 이렇게 우리가 고생해서 왔는데 지금 이대로 머물러 있으면 안 되냐"고 되묻고는 스스로 "지금 막 변화 물결이 오고 있어서 이대로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고 시인의 이러한 목소리를 시 '데이지 원룸 301호', '죽은 새의 눈을 보다' 등에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집에서 고 시인은 시의 구조나 구성은 거칠다 못해 일반적인 시의 리듬을 완전히 무너뜨려 놓고 호흡도 탁탁 끊어가며 예사롭지 않은 단어들을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게 하는 난해함도 던져 줍니다.

    ▲고성만 시인(오른쪽)이 지난 6월 13일 광주 비움박물관에서 열린 '시인의일요일 인 광주 시토크' 행사에서 김휼 시인과 함께 독자와의 만남 행사를 갖고 있다

    이에 대해 고 시인은 "설치미술작품을 보면 내용을 말해주지 않듯이 시도 말해주지 않는다"며 "우리가 어디를 향해서 나가야 되는데 자꾸 설명해 달라고 하면 이미 우리 사고는 앞서 있다"면서 표제작 '파씨 있어요?'가 바로 '대화가 안 되는 두 사람의 여성과 남성의 이야기'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고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문학이 시대를 앞서 갈 수 없다"면서도 "다만 그 앞서 가지 못하는 것에 대한 한탄에 머무르지 않고 거기에서 우리는 떨어져 있는 벼 모가지를 줍듯이 희망이라는 또 하나의 씨앗을 쥐어야 함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것을 통해 "미래세대에게 우리는 아직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전달을 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면서 "'파씨 있어요?'에서의 이 씨가 바로 그 씨이다"고 말했습니다.
    ◇ 등단 26년 동안 시창작 이어온 중진 시인
    ▲고성만 시인(왼쪽)과 김휼 시인의 신작 시집 출간을 축하하는 행사에서 꽃다발을 받고 독자들과 활짝 웃고 있다

    한편 이번 시집은 등단 이후 26년 동안 흔들림 없는 시심을 지탱하며 5권의 시집과 시조집 1권을 출간하여 온 중진시인의 새로운 목소리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꾸준하게 시집을 발표해 온 고 시인은 매번 시적 밀도를 유지하고 사유의 깊이를 더하는 자세를 유지해 왔습니다.

    지난 30여 년 동안 교육 현장에서 종사해 온 삶의 모습을 그대로 지켜온 결과입니다.

    ▲고성만 시인이 지난 2018년 아시아문학페스티벌에 참가한 시인 조성국, 이송희, 이재연, 백애송, 박인하씨 등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이번 시집의 해설을 맡은 차창룡 시인은 고성만 시인을 일컬어 '시를 사는 사람'이라고 평했습니다.

    고성만 시인이 지닌 꾸준함과 성실함은 시골에서 태어나서 도시로 나와 살아온 보통사람처럼 삶에서, 시에서도 투명하게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고 시인은 그간의 시집을 통해, 살아가면서 인간이 느끼고 맞닿는 다양하고 원초적인 슬픔을 단단하고 아름다운 무늬로 표현해내고 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고성만 시인

    이번 시집은 1부 우리 동네 날씨, 2부 상담시간, 3부 꽃씨 여인숙, 4부 나는 저녁연기를 사랑했네 등으로 엮어져 있습니다.

    고성만 시인은 전북 부안에서 태어나 1998년 '동서문학'으로 등단했습니다. 시집 '올해 처음 본 나비', '슬픔을 사육하다', '햇살 바이러스', '마네킹과 퀵서비스맨', '잠시 앉아도 되겠습니까', '케이블카 타고 달이 지나간다', 그리고 시조집 '파란, 만장' 등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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