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실의 문제 다루는 시의성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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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시에서 시의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의 문제를 피해갈 수가 없고 그것도 편안하게만 이야기할 수가 없잖아요. 우리는 예전에 민주화 투쟁을 몰두했지만 지금은 우리의 삶의 모습들이 민주화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들이 지금 밀물처럼 밀려오잖아요. 이것이 제가 시를 통해 세상과 독자에게 하고자 하는 말입니다."
최근 6번째 시집 '파씨 있어요?'를 도서출판 시인의일요일에서 출간한 고성만 시인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변화 물결은 크게 세 가지"라며 "첫째 기후 변화, 둘째 인구 구성의 변화, 셋째 AI를 통한 변화이다"고 지적했습니다.
고 시인은 먼저 "기후문제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가고 있다"며 "그것을 시적으로는 마냥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고 내가 해결할 수도 없으니까 스토리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또는 간결하게 따뜻하게 전달하려 한다"고 이번 시집에 담은 메시지를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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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기후의 문제를 건드리는 시적 메아리를 고 시인은 작품 '우리 동네 날씨', '몬순 여자 눈사람', '6월에 쓰는 편지' 등에 풀어냈다고 말했습니다.
현대인에게 직면한 현실의 문제를 시의 언어로 담아내는 고 시인은 그러나 스스로 세상과의 소통의 문제에 부딪치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고 시인은 "우리나라도 산업화에서 정보화 사회로 가는 변화가 몰려오는데 현실의 변화문제를 시로 다루는 것은 제 나름대로의 투쟁이고 저항"이라며 "그런 것을 시에 담다 보니까 너무 소통이 잘 안 돼 가지고 소통 문제에 부딪혀 있다"고 말했습니다.
◇ 자신조차 납득시키기 힘든 소통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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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는 독자의 무한한 상상력을 펼쳐주고 흥겹고 즐거운 리듬감을 살려주는 서정적 멜로디의 시가 아닙니다.
툭툭 튀어 오르고 막연한 개념을 추론하게 하는 시를 토해내면서 자신조차 납득시키기 힘든 그 소통 문제를 시 '상담 시간 1, 2, 3'에 담았다고 소개했습니다.
고 시인은 "왜 우리가 변화해야 되느냐, 지금까지 이렇게 우리가 고생해서 왔는데 지금 이대로 머물러 있으면 안 되냐"고 되묻고는 스스로 "지금 막 변화 물결이 오고 있어서 이대로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고 시인의 이러한 목소리를 시 '데이지 원룸 301호', '죽은 새의 눈을 보다' 등에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집에서 고 시인은 시의 구조나 구성은 거칠다 못해 일반적인 시의 리듬을 완전히 무너뜨려 놓고 호흡도 탁탁 끊어가며 예사롭지 않은 단어들을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게 하는 난해함도 던져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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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고 시인은 "설치미술작품을 보면 내용을 말해주지 않듯이 시도 말해주지 않는다"며 "우리가 어디를 향해서 나가야 되는데 자꾸 설명해 달라고 하면 이미 우리 사고는 앞서 있다"면서 표제작 '파씨 있어요?'가 바로 '대화가 안 되는 두 사람의 여성과 남성의 이야기'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고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문학이 시대를 앞서 갈 수 없다"면서도 "다만 그 앞서 가지 못하는 것에 대한 한탄에 머무르지 않고 거기에서 우리는 떨어져 있는 벼 모가지를 줍듯이 희망이라는 또 하나의 씨앗을 쥐어야 함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것을 통해 "미래세대에게 우리는 아직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전달을 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면서 "'파씨 있어요?'에서의 이 씨가 바로 그 씨이다"고 말했습니다.
◇ 등단 26년 동안 시창작 이어온 중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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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시집은 등단 이후 26년 동안 흔들림 없는 시심을 지탱하며 5권의 시집과 시조집 1권을 출간하여 온 중진시인의 새로운 목소리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꾸준하게 시집을 발표해 온 고 시인은 매번 시적 밀도를 유지하고 사유의 깊이를 더하는 자세를 유지해 왔습니다.
지난 30여 년 동안 교육 현장에서 종사해 온 삶의 모습을 그대로 지켜온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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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집의 해설을 맡은 차창룡 시인은 고성만 시인을 일컬어 '시를 사는 사람'이라고 평했습니다.
고성만 시인이 지닌 꾸준함과 성실함은 시골에서 태어나서 도시로 나와 살아온 보통사람처럼 삶에서, 시에서도 투명하게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고 시인은 그간의 시집을 통해, 살아가면서 인간이 느끼고 맞닿는 다양하고 원초적인 슬픔을 단단하고 아름다운 무늬로 표현해내고 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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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집은 1부 우리 동네 날씨, 2부 상담시간, 3부 꽃씨 여인숙, 4부 나는 저녁연기를 사랑했네 등으로 엮어져 있습니다.
고성만 시인은 전북 부안에서 태어나 1998년 '동서문학'으로 등단했습니다. 시집 '올해 처음 본 나비', '슬픔을 사육하다', '햇살 바이러스', '마네킹과 퀵서비스맨', '잠시 앉아도 되겠습니까', '케이블카 타고 달이 지나간다', 그리고 시조집 '파란, 만장' 등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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