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괜찮으세요?"
"이불 가지러 왔어요."
경로당 어르신들의 안부를 묻곤, 대뜸 이불을 찾는 이분들.
신흥동 주민자치회 복지분과, '너랑나랑분과' 위원들이다.
기력 없는 어르신들이 혼자 빨기 어려워하는 이불이나 커튼을 거둬 직접 빨고 있다.
빨래를 수거하기 위해 집을 방문하고 다니면서 혼자 계신 어르신들의 안부를 살피기도 한다.
- 빨래를 얼마 만에 지금 이렇게 맡기시는 거예요?
▶ 김오란 / 광주광역시 광산구 신흥동 주민
"지금 한 3년 만인가 3년 만에 오래됐어요."
- 이렇게 와서 도와주시고 하시니까 어떠세요?
"좋제~"
- 여기 사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 박정자 / 광주광역시 광산구 신흥동 주민
"신흥동 산 지 60년 됐어. (빨래해 주는 게) 처음이지."
- 받아보니까 어떠세요?
"너무 좋지~ 노인들이 하려면 힘들잖어."
이렇게 빨래방을 운영한 지는 2개월.
처음엔 이불을 내주기 부끄러워하는 어르신도 많았다고 한다.
▶ 장경옥 / 신흥동 주민자치위원회 복지분과장
"내 집에 누가 와서 내 살림을 막 보고 이런 거 안 좋아하잖아요. 안 보여주고 싶잖아요. 그러니까 처음에는 꺼려하셔요. 꺼려하시는데 해다 드리면 좋아하시고.."
받은 빨래는 그날 빨고 바로 건조해 배달해 드린다.
광산구 주민참여예산으로 마련한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 정진영 / 신흥동 행정복지센터 행복자치팀장
"신흥동 주민총회에서 나온 의견으로 '요즘 고독사 같은 사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게 어떤 게 있을까?' 주민들이 생각을 하다가 빨래방을 운영해서 안보 살핌도 하고 빨래 서비스도 하고 그런 좋은 방안이 신흥 빨래방 운영이 아닌가 해서 주민들의 의견으로 이 신흥 빨래방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지자체에서 빨래방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렇게 주민들이 직접 빨래를 수거하고 빨아 전달하는 일은 드물다고 한다.
매일 같이 모여 봉사 계획을 세우는 위원들.
매달 안부 살핌 대상을 선정하고 주 1회 빨래하는 날을 정해 운영하는데, 입소문을 타면서 통장님들까지 두 팔 걷고 나서 봉사 받을 대상을 발굴하고 있다.
무엇을 해야 어르신들이 좋아할지 고민하고 연구하다 보니 하는 일도 많아졌다.
제철 재료로 김치 담가 드리기, 장수 사진 찍어 드리기, 그리고 반찬 배달까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과는 동행해서 장을 보는 등 마을 어르신들의 자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장경옥 / 신흥동 주민자치위원회 복지분과장
"보람 많이 느끼죠. 아마 보람을 못 느끼고 힘들다고 하면 그렇게 못하죠. 위원님들이 다 그냥 내 일처럼 즐겁게 해주시고요. "모이자!" 하면 그냥 다 잘 나오세요. 내 일처럼 으쌰으쌰 하니까 힘도 안 들이고 할 수 있죠."
안부를 묻는 것에서부터 관심은 시작된다.
그리고 누군가의 안부가 누군가의 생명선이 될 수도 있다.
외로움이라는 얼룩은 지우고 관심이라는 향기를 담아 신흥동 빨래방 세탁기는 오늘도 열심히 돌아가는 중이다.
(기획 : 전준상 / 구성 : 김민성 / 내레이션 : 신민지 / 편집 : 문세은 / 제작 : KBC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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