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 성폭력에 유산까지..떳떳하고 싶다"

    작성 : 2024-05-17 21:22:27
    【 앵커멘트 】
    1980년 5월 당시 계엄군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의해 공식 확인됐습니다.

    이들은 모두 16명으로, 피해를 당한 후 유산을 하거나 정신질환을 앓는 등 지난 44년을 말 못 할 고통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당당하기 위해서 카메라 앞에 섰다는 피해자들을 임경섭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기자 】
    1980년 5월 당시, 임신 3개월이었던 최영은씨.

    밤 8시를 넘긴 시각, 5살 쌍둥이를 데리러 시부모님 집으로 가던 중 전남여고 골목에서 계엄군을 마주쳤습니다.

    ▶ 인터뷰 : 최영은(가명) / 5·18 성폭력 피해자
    - "다 들어줄 테니까 나 좀 살려주고 우리 쌍둥이들 있으니까 나를 죽여버리면 절대 안 돼요..말 들으려면 차 안에 가 있으라고 그러더라고."

    첫 차로 애정을 쏟았던 승용차는 악몽의 공간이 됐습니다.

    ▶ 인터뷰 : 최영은(가명) / 5·18 성폭력 피해자
    - "차 안에 가있으니까 한참 있으니 (계엄군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마구잡이로 옷을 벗기고..(아침에) 우리 아기들 데리러 가니까 엄마 왜 이제 왔냐며.."

    이후 하혈이 계속되면서 뱃속 아이를 떠나보내야 했고, 상처는 40년이 지나서도 지워지지 않는 냄새로 깊이 각인됐습니다.

    ▶ 인터뷰 : 최영은(가명) / 5·18 성폭력 피해자
    - "꽃 냄새만 맡으면 저는 진짜 기절해 버려요. 5월달에는 얼마나 힘들어..땀하고 그 (남성) 냄새하고 다 합치면. 입원을 몇 번 하고 정신과 병원에까지 가고 했는데.."

    19살 학생이었던 최옥순씨는 60대가 된 지금도 5·18 당시 몸서리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군홧발에 짓밟혀 피투성이가 된 최 씨는 계엄군들에게 성적 수모를 당했습니다.

    ▶ 인터뷰 : 최옥순(가명) / 5·18 성폭력 피해자
    - "어깨를 잡고 벽으로 밀치더만요. 그때부터 성추행을 하기 시작한 거지. 내 가슴을 번갈아가면서 서로 만지는 거야..(그러더니) 제가 그 자리에 쓰러졌어요. 양쪽 어깨를 맞은 거예요. 대검으로.."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계엄군이 저지른 16건의 성폭력 피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40여 년이 흐른 지금도 피해자들은 여전히 떳떳하지 못하다고 말합니다.

    아직 5·18민주유공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갈길이 멀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최영은(가명) / 5·18 성폭력 피해자
    - "우리는 (떳떳하게) 못 다닙니다. 국가유공자가 되면 여러 사람한테 알리고 이런 일이 있다고 얘기할 수가 있는데..그냥 이대로 묻혀버리면.."

    44년 전 5월 계엄군의 성폭력 후 말 못 할 고통 속에 버텨 온 피해자들, 국가로부터 정식 사과를 받고서야 비로소 일상생활 복귀가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KBC 임경섭입니다.

    #광주 #5·18민주화운동 #성폭력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5·18민주유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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