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문화유산돌봄센터 '베테랑' 경미수리팀장
"일제 식민지 지배 아래 신음하던 어려운 시절에도 백범 김구 선생은 가장 부강한 나라가 아 니라 문화강국을 원하셨습니다. 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박물관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조상들이 물려준 소중한 문화유산을 잘 지켜 후손들에게 물려줘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광주문화유산돌봄센터의 62살 김귀백 경미수리1팀장.
김 씨는 지난 2015년 입사하기 전엔 문화재를 관리하고 돌보는 이런 사업이 있는지 조차 몰랐다고 말합니다.
고향인 전남 나주시 동강면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김 씨.
학교 공부는 남의 일이었고 어렵게 고졸 검정고시를 마쳤습니다.
일찍 돌아가신 부친을 대신해 사실상 가장 역할을 해야 했습니다.
6남매를 뒷바라지하며 소를 키우고 논농사와 하우스 농사를 짓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농사일을 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문화유산 관리 일에 손을 대게 되었습니다.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6개월 간 나주시청 문화관광과의 문화유산 특별관리인직을 맡게 된 겁니다.
이 일을 하면서 요즘의 '문화유산 돌봄사업'을 알게 됐다는 김 씨.
이것이 계기가 되어 2013년부터 2년 간 전남문화유산예방관리센터에서 근무했습니다.
◇ 광주 동구·북구·광산구 71개소 문화유산 관리
김 씨는 지난 2015년부터 현재의 광주문화유산돌봄센터에서 전통 문화유산을 관리하고 돌보는 보람찬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 센터의 경미수리 1팀장으로 일하고 있다는 김 씨는 어느덧 문화유산 돌봄에 있어 지역의 최고 베테랑이 됐다고 자부합니다.
2024년 광주광역시 문화유산돌봄센터의 관리대상 문화유산은 208개소로 국가와 지방, 비지정문화유산을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광주센터는 행정 담당 1팀, 모니터링 담당 2팀, 경미수리 담당 3팀 등 6팀 모두 19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모니터링팀이 먼저 문화유산 훼손신고 사례들을 모니터링해 경중을 따져 경미수리팀에 정보를 제공합니다.
경미수리팀은 이 모니터링 보고서를 참조해 현장에 나가 경미수리 업무를 진행합니다.
경미수리 내용은 국가유산 협업 포털에 등록되고, 지자체나 문화유산 소유자 관리자들에게도 정보가 공유됩니다.
◇ 문화유산 수리, '전통 재료·방식' 고수
김 씨는 모두 3명의 다른 팀원과 함께 광주 동구와 북구, 광산구에 소재한 총 71개소의 문화유산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경관 정비, 배수로 청소 등의 일상 관리와 전문적인 경미수리 업무인 기와 고르기, 벽체 보수, 석축 보수 등이 주요 업무입니다.
김 씨는 문화유산 수리를 하면서 꼭 지키는 원칙이 있습니다.
문화유산 수리 현장에서는 전통 재료와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최대한 원형을 유지하며 경미수리팀이 할 수 없는 업무는 절대 손대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김 씨는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비지정문화유산 등의 훼손을 볼 때면 가슴이 아프다"면서 "시멘트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문화유산 수리 실태도 안타깝고 원형이 유지되지 않는 수리는 아무 효과가 없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이에 경미한 수리 이상의 전문적 수리는 등록된 문화유산 보수업체들이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 미장·번와와공·온돌·드잡이 등 국가자격취득
김 씨는 광주센터에 들어온 이후 문화유산 수리 현장에서 전문성이 인정되는 국가자격증에 부단히 도전했습니다.
현재 문화유산 수리기능공 시험에는 24종목이 있습니다.
김 씨의 문화유산 수리에 대한 열정은 여기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습니다.
그 결과 한식미장공(2016년), 번와와공(2017년), 온돌공(2019년), 쌓기석공(2020년), 조경공(2022 년), 드잡이공(2023년)등 모두 6개의 문화유산 수리기능자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6개 자격 취득은 전국 문화유산돌봄센터 25곳에서 일하는 800여 명의 돌봄관리사 중 전국 최초로 기록됐습니다.
이름도 재밌는 '드잡이공'은 기울거나 내려앉은 구조물을 해체하지 않고 도구 등을 이용해 바로잡는 수리공입니다.
서로 머리나 멱살을 움켜잡고 싸우는 짓을 드잡이라고 하는데 바로 그 단어입니다.
이러한 자격증을 취득하면 매월 자격수당 20만원씩을 더 급여에 지급해 줍니다.
일에 대한 전문성도 높이고 고정 수익도 늘어나니 일석이조인 셈입니다.
김 씨는 "문화유산 돌봄 업무는 특정한 한 가지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하기 때문에 10여 년 간 많은 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했다"며 "또 자격증이 없으면 수리를 할 수 없기에 절실한 마음으로 자격 취득 공부를 했다"고 겸손하게 말합니다.
이어 "겨울철에는 광주 시내 문화유산의 예찰 업무와 일상 관리를 주로 하고 날씨가 풀리면 각종 경미 수리를 하게 된다"며 "문화유산 현장에 도착하면 그 날 업무를 분장하고, 안내판 청소와 실내외 청소 등 일상 관리를 하며, 경미수리 보고서에 의거하여 각종 수리 업무를 한다"고 소개했습니다.
◇ 팀별 수리작업 진행시 현장 안전 '최우선'
팀장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건 팀원의 안전을 늘 확인하는 것이라는 김 씨.
김 씨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 따라 작업 전 위험 요소를 점검하고, 안전장비를 착용하도록 합니다.
효율적으로 업무를 분장하고, 솔선수범하는 것이 김 씨의 조직운영 노하우입니다.
팀의 융화와 문화유산 소유자 및 관리자들과의 소통도 원활하게 하는 점도 항상 유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김 팀장의 노력과 열정은 2018년 광주광역시장상 수상의 결실을 맺기도 했습니다.
김 씨는 특히 광주 충효동요지(사적) 가마터에 애착이 많다고 합니다.
이곳은 역사적으로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양식 사이에 분청사기 작품이 이곳에서 생산됐습니다.
의병장 김덕령의 아우 김덕보가 무등산 깊숙이 은거하면서 지내던 광주 문화유상인 풍암정도 그가 자주 찾는 곳입니다.
광주 지역에서 김 씨의 손길이 닿지 않은 문화유산은 없다고 보면 됩니다.
◇ 문화재청장상 수상 '자부심'
지난해 광주문화유산돌봄센터는 경미수리 286건, 일상관리 2,910건, 모니터링 5,877건 등 모두 9,073건을 실행했습니다.
지난해 12월 7일 광역시에서 유일하게 우수단체로 선정돼 문화재청장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김 씨는 "저의 친구들은 대부분 은퇴해 쉬고 있지만 저는 70살까지 일할 수 있어 너무 좋다"며 "광주광역시의 지정 문화유산과 관리의 사각지대인 비지정 문화유산까지 관리하게 돼 만족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광주문화유산돌봄센터는 국가유산보호법의 법령에 따른 업무 영역이 있습니다.
끝으로 김 씨는 "문화유산 수리 현장에서 가장 많이 필요한 기능은 지붕부를 수리하는 와공과, 벽체를 수리하는 한식미장, 그리고 목공 일이다"며 "아직 목공 기능자 자격은 없는데 소목 기능자에 도전해 세 가지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씨는 문화유산 보호활동에서 '빛나는 실버'의 인생 2막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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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농부로 살며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
15년 전 나주시 문화유산 관리인 인연돼
6개 문화유산 수리기능자 자격증 취득
문화유산 돌봄 관리사로 '인생 2막'도전
"은퇴한 친구보다 삶의 질 훨씬 높아요"
15년 전 나주시 문화유산 관리인 인연돼
6개 문화유산 수리기능자 자격증 취득
문화유산 돌봄 관리사로 '인생 2막'도전
"은퇴한 친구보다 삶의 질 훨씬 높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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