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C는 기획시리즈로 [예·탐·인](예술을 탐한 인생)을 차례로 연재합니다. 이 특집기사는 동시대 예술가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간과 삶, 세상의 이야기를 역사와 예술의 관점에서 따라갑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소통을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용(龍)의 화가'로 불리며 세계 미술 무대에서 명성을 쌓아온 박소빈 작가가 2024년 '청룡의 해'를 맞이해 고향 광주광역시에서 더 높게 비상하고 있습니다.
박소빈 작가는 광주시립미술관의 초대로 지난 10일부터 오는 3월 24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본관 제5~6전시실에서 '박소빈 : 용의 신화, 무한한 사랑' 전시회를 갖고 있습니다.
박소빈 작가는 1990년대 초반 '소나무 화실'에서의 인체 드로잉 작업에서 시작해 우연히 상상의 동물 '용(龍)'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창작 여정의 방향키를 잡았습니다.
대학 시절, 전남 구례 화엄사에서 접한 '용'의 형상과 부석사 설화는 그림을 그리는 30여년 내내 스스로 풀어 가야할 화두가 되어 '용과 여인'을 소재로 한 독창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해 주목받았습니다.
박소빈만의 개성 강한 연필드로잉 형식의 완성도 높은 작품 세계를 일구면서, 국내 미술계는 물론 북경과 뉴욕 그리고 유럽 등으로 무대를 넓히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대학 시절, 거울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모델 삼아 1991년에 그린 작품 '21살, 시대의 자화상'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 속에서 진화해온 '용, 그 신화'를 선보입니다.
박소빈 작가는 이번 광주시립미술관 초대전에 대한 소감과 생각을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 이번 초대전에 대한 소감
"그동안 국내·외에서 수많은 전시회를 가졌지만, 이번 광주 전시가 어느 때 보다 긴장됩니다. 아마도 고향이라 저를 잘 아는 분들이 많아서인지 더 떨리는 것 같습니다. 신기하게 생각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 33년 동안 '용' 그림을 그렸던데
"예전에도 말했지만 사실 저에겐 '용'은 중요하지 않아요. 용은 그림을 그리며 공부하는 과정에서 나왔고, 상징적인 대상이 용만한 게 없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제가 그림 속에서 추구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동양적인 저의 정체성, 한국적인 것을 찾아 가는데 용은 그 상징인 것입니다."
△ '용'은 인간에 대한 고민이라는 얘기인지
"그렇죠. 인간에 대한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남성과 여성에 대한 고민, 그 다음에 무엇을 더 새롭게 확장하는 것, 그러니까 이 상상에 대한 부분, 꿈이나 기원 등 결국은 인간이 약한 존재이니까 제가 그 영혼적인 것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입니다."
△ '용' 그림이 '섹슈얼리티'하다는 평도 있는데
"네, 제 그림은 옛날에도 섹슈얼리티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색을 버리고 연필을 잡고 수묵화처럼 그렸습니다. 연필을 사용해 단색 모노크롬 작업을 하게 되면서 연필이 작아도 마음껏 풀어낼 수 있으니까 제 작업 열정과 에너지에 맞았던 것입니다. 거기에서 상징성으로 용이 나온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어떤 주술적인, 신화적인 꿈의 최고 결정체가 어떻게 보면 용의 상징성이라고 봅니다."
△ '그림 속의 용'은 결국 '인간'이라는 얘기인지
"우리 동양에서는 특히 아시아에서는 용에 대해서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면 여성이든 남성이든 용이라는 상징성이 용이한 대상으로써 작업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논문을 쓰고 이제 공부를 하면서 용의 상상력이 커지면서 거의 '인간화된 용'으로 진화되는 과정이지요. 사실은 용이 남성·여성이 없습니다. 용은 성별이 없고 색깔마다 다 다르고 용은 오직 하나입니다. 어떤 작품들은 상대적으로 용의 신화와 상대적으로 내 안에 있는 용이죠. 그래서 그걸 포옹하고 인간이 갖고자 하는 에너지와 어떤 꿈과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 이번 전시회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용의 이미지는 무엇인지
"요즘 제 작업은 '인간화된 용'으로, 저만의 형태의 용이 나왔다고 봅니다. 어떻게 보면 그래서 진화는 그렇게 됐지만 상징성은 계속 가지고 가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은 더 특별하게 '나의 고향, 광주'에서 용이라는 자체의 신화가 시작되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광주정신'을 담는 것입니다. 나는 광주에서 태어났고, 나는 한국인이고, 그래서 팬데믹 이후에 북경에서 작업하면서 3년 동안 신작에 무등산이 등장하고 광주라는 배경이 그림에 들어간 이유입니다."
△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2024년 갑진(甲辰)년 '청룡의 해'를 맞아 신작 '용의 부활, 무등의 신화'는 광주 무등산 줄기에서 시작된 민주주의 영혼으로부터, 새로운 신화, 즉, 여기 광주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부활이라는 신화를 창조하고자 합니다. 처음 전시되는 대형 애니메이션 작품 '미르 사랑, 용의 무한한 신화'는 용의 무한한 사랑의 에너지를 입체적인 영상으로 제작, 인간 세계의 새로운 신화창조를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관람객과 소통합니다."
△ 이번 전시의 대표작
"2017년 북경 금일미술관에서 49일간 진행됐던 현장 퍼포먼스로 완성된 17m의 대형 작품 '부석사 설화 - 새로운 신화창조'입니다. 사실은 광주시립미술관 전시실 공간이 좁아서 대작을 많이 못 걸었어요. 17m짜리 '부석사 설화 - 새로운 신화창조'는 제 인생의 기록적인 작품이에요. 현장 퍼포먼스로 완성한 '3m X 17m' 연필 드로DID 작품인데, 이 작품을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첫 선을 보이게 돼 개인적으로 너무 기쁘고 좋습니다. 가장 최근 작품이고 내가 앞으로 이 정도의 대작 작업을 할 수 있을까, 하고 가끔 의아해 하는 부분도 있답니다."
△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올해가 '용의 해'라고 하는데 고향분들이 제 그림을 보면서 다이나믹한 것을 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광주에서 10년 동안 전시회를 안해서 더욱 그런 마음이 듭니다. 해외에서는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었죠. 중국에서도 그랬고 칼라 작품도 있었습니다. 팬데믹 때, 전 세계가 에너지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제 작품을 원천으로 해서 부석사 설화를 용의 어떤 에너지로 승화해 전 세계의 어떤 문턱이 없이 같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도로 영상 작품을 또 만들었고요."
△ 수많은 절들 중에 부석사 설화를 채택한 이가 있다면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오리지널 신화이니까요. 그냥 단순히 가상적인 게 아니라 실제 역사에서 의상대사가 중국에 유학을 갔었고, 거기서 선묘 여인을 만났던 것을 근거로 해서 나중에는 그것이 추정이 돼서 용으로 변해서 의상이 선묘각을 모시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 전시회 구성은 어떻게 했는지
"박소빈만의 독자적인 형식을 통한 행운의 신, 수호의 신, 물의 신 '용'의 무한한 신화를 표현한 변화무쌍한 회화 작품들로 구성했습니다. 30여 년간의 저의 아카이브, 영상 미디어작품, 판화, 그리고 지난 3년간의 팬데믹 시대의 새로운 문자 작업, 입체 오브제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식의 작품들로 이뤄졌습니다."
△ 국내·외 전문가들의 심포지엄도 열릴 예정이던데
"저도 대단한 기획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한 분을 모시기도 힘든데 많은 분들이 와주셨기 때문에 더욱 놀랍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오는 18일 오후 2시에 열리는 심포지엄에는 리처드 바인(Richard Vine, '아트 인 아메리카 Art in America' 전 편집장), 탈리아 브라초풀로스(Thalia Vrachopoulos, 국제 미술 비평가·큐레이터·뉴욕 시립대학 Jonh Jay College of Criminal Justice 교수), 주치(중국 평론가·기획자), 박구용(전남대 철학과 교수), 박천남(독립큐레이터)이 패널로 참가합니다."
△ 특별코너, 다큐멘터리 영화 '공空: 박소빈'을 소개한다면
"이 다큐멘터리는 중국 북경 출신의 청년 영화 감독 관얼(Gran Zheng)이 제작한 저의 중국 북경 활동을 기록한 실험적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 '용 그림' 화가 박소빈
박소빈(1971~)은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 목포대학교 미술학과, 조선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1993년 광주 금호문화회관 개인전을 시작으로 뉴욕 텐리갤러리(2007), 뉴욕 첼시아트뮤지엄(2009), 뉴욕과 바르셀로나 가바론재단(2013), 아테네 크레타현대미술관(2015), 베이징 금일미술관(2017), 뉴욕 텐리 갤러리 NYC(2023) 등 30회 이상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습니다. 2009년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청년작가 선정, 2014년 광주미술상 수상했으며, 2009년 브루클린의 부시윅 레지던시, 2011년 광주시립미술관 북경창작센터, 뉴욕 버몬트 레지던시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현재는 중국을 거점으로 한국과 뉴욕, 유럽 등을 세계 곳곳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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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상징성을 통한 인간성 탐구 기록
뉴욕·북경·유럽 등 국제 미술계 호평
'용의 해' 광주시립미술관 초대전 열어
10년 만의 성과 선보이는 '금의환향' 전시
"광주정신 담아내 한국적인 정체성 표현"
뉴욕·북경·유럽 등 국제 미술계 호평
'용의 해' 광주시립미술관 초대전 열어
10년 만의 성과 선보이는 '금의환향' 전시
"광주정신 담아내 한국적인 정체성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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