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목포문학상 남도작가상 수상으로 등단한 김성훈 소설가의 첫 소설집 『길목의 무늬』(문학들 刊)가 출간됐습니다.
김성훈 작가의 등단작이자 첫 소설집의 표제작인 길목의 무늬는 전라남도 목포의 가난을 머리에 이고 지고 사는 동네 '다순구미'가 배경입니다.
현재는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돼 폐허나 다름없이 방치돼 있습니다.
이곳에서 태어난 화자 역시 버려진 아이입니다.
◇ 가난한 달동네 '다순구미'가 배경그러나 작가는 소설에서 버려진 아이의 비극적 삶만을 언급하진 않습니다.
'파시'에서 몸을 팔던 어머니의 실종은 화자에게 주홍 글씨이자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입니다.
"우짜든지 너랑 나는 잘 살아야 해"라고 말한 아버지.
휴학, 복학, 취업, 명예퇴직, 재입학의 단어가 빚어낸 세월을 흉금 없이 털어놓을 수 있었던 달순 엄마가 있었기에 외로움과 자기 비하를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김성훈 소설가는 다순구미와 같은 버려진 장소와 얽힌 비극적 서사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삶의 지층을 쌓는 과정으로 이야기를 확장합니다.
여수를 배경으로 쓰인 정오의 끝자리, 빛이나 마산을 배경으로 쓴 홍콩빠 이모 또한 버려진 아이들의 서사와 한국 사회의 국가 폭력에 대한 혐오를 생산한 사례들입니다.
◇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단면 다뤄정오의 끝자리, 빛에서는 '빨갱이의 자식'이라는 꼬리표로부터 평생 자유롭지 못했던 10·19 여순사건의 희생자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홍콩빠 이모는 이승만 독재정권이 저지른 부정선거에 항거한 마산 3·15 의거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소설이 생략한 홍콩빠 이모 김명자 씨의 아들은 훗날 부마항쟁과 5·18민주화운동으로 기록된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비극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씁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소설의 막바지에서 보이는 홍콩빠 사람들의 스크럼이라는 연대, 버려진 아이를 보호하는 일을 자기 삶의 '사역의 완성'이라 여겼던 김종수의 의부모, 또한 달순 엄마의 무조건적인 환대에서 우리는 시대의 어둠과 좌절감을 관통하는 강력한 치유의 힘을 볼 수 있습니다.
◇ 해남 출생, 목포문학상 남도작가상 수상세월호 사건의 생존 학생과 교사들이 겪는 트라우마와 이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심리상담사의 이야기인 곁 또한 타인의 상처와 주체의 상처가 서로 마주하는 것이 치유의 시작점이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이렇듯 버려진 아이들의 구조 요청에 기꺼이 응답하는 환대와 연대의 힘, 국가 폭력 이후 유예되고 미완된 애도 작업이 바로 김성훈의 소설 쓰기입니다.
1984년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난 김성훈은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목포대학교 국어교육대학원(석사)을 졸업하고 현재 전남대학교 문화재학협동과정(박사과정)에 재학 중입니다.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