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제설작업 중 장교의 얼굴에 눈을 비볐다가 상관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사관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8부(김재호 김경애 서전교 부장판사)는 상관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사인 A씨는 2022년 12월 23일 경기도의 한 군부대에서 '제설 작전'에 투입됐습니다. 크리스마스 이틀 전 눈을 치우게 된 A씨 등 부대원들은 곧 계급을 불문한 눈싸움을 벌였습니다.
A씨는 부대에 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급 장교 B씨에게 눈 뭉치를 던졌고, B씨는 A씨를 쫓아가 양손으로 눈을 뿌리며 대응했습니다.
그러자 A씨는 B씨의 계급장이 부착된 옷깃을 잡아끌어 허리를 숙이게 만든 후 손으로 눈을 집어 B씨 얼굴에 비볐습니다.
군검사는 B씨가 "진짜 그만"이라며 거부 의사를 밝힌 점 등을 토대로 A씨를 상관폭행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군형법상 상관은 명령복종 관계에서 명령권을 가진 사람입니다. 명령복종 관계가 없을 경우 상위 계급자도 상관에 준합니다. 상관폭행은 적 앞인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그 밖의 경우에도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무거운 죄입니다.
1심을 맡은 군사법원은 제설 '작전' 수행 중 일어난 상황의 피해자인 B씨 진술을 믿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반면 2심은 "B씨 진술은 주요 부분에서 일관될 뿐 아니라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꾸며내기 어려울 정도로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며 A씨가 상대방 얼굴에 눈을 비빈 행위 자체는 사실로 인정했습니다.
다만 A씨의 행위를 두고선 상관폭행죄로 처벌하려는 건 지나치다고 평가했습니다.
재판부는 "군 질서를 해치는 부주의한 행위이긴 하지만 군형법상 상관폭행죄로 처벌해야 할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로 보기엔 부족하다"며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정도"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B씨가 거부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그 직전 도망가는 A씨를 향해 눈을 뿌린 점을 고려하면 A씨는 그마저도 눈싸움 내지 장난의 일환으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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