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서 푼 문제가 수능에..'사교육 카르텔' 사실로 드러나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고등학교 교사들이 수능과 유사한 유형의 문항을 만들어 사교육 업체들에 넘겨 거액의 뒷돈을 받아 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사교육 업체에 팔아넘긴 문항을 자기 학교 내신 시험 문제로 출제한 교사들도 적발됐습니다.

11일 감사원은 고교 교사 27명과 사교육 업체 관계자 23명, 전직 대학 입학사정관 1명 등 모두 56명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방해, 배임수증재 등의 혐의로 경찰청에 수사 요청했습니다.

감사원은 지난해 9~12월 교사와 사교육업체 간 문항 거래 등 유착에 따른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교원 등의 사교육시장 참여 관련 복무실태 점검' 감사를 실시했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항 장사를 한 교사 다수는 조직적으로 사교육 업체와 거래했습니다.

다수의 교사가 수능과 유사한 문항을 만들어 팔았고, 일부 교사는 '중간 관리' 역할을 맡아 사교육 업체와의 거래를 알선하고 수수료를 챙겼습니다.

실제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항에 EBS 교재와 사설 모의고사에 나온 '투 머치 인포메이션' 지문이 쓰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수능 출제위원인 대학교수 A씨는 지난 2022년 8월 EBS 교재 감수에 참여해 TMI 지문을 알게 됐고, 2023학년도 수능 출제위원으로 TMI 지문을 무단으로 사용해 수능 23번 문항으로 출제했습니다.

유명 학원강사 B씨는 TMI 지문의 원 출제자와 친분이 있는 다른 교원 C씨를 통해 TMI 지문으로 만든 문항을 받아 9월 말 모의고사로 발간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의신청에 대한 평가원 관계자들의 부당처리 문제도 드러났습니다.

평가원 영어팀은 수능 문항 확정 전 사설 모의고사와 중복 검증을 부실하게 해서 TMI 지문 문항이 수능에 중복 출제되는 것을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중복 출제에 대한 이의신청이 215건 들어왔는데도, 평가원 담당자들이 공모해 이의 심사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을 축소하려 한 것으로 감사 결과 파악됐습니다.

이 밖에도 수능·모의평가 출제 합숙 중 알게 된 검토 및 출제위원 참여 경력의 교사 8명을 포섭해 '문항공급조직'을 구성한 사례도 적발됐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5월까지 2,000여 개의 문항을 만들고 공급해 6억 6,000만 원을 받았습니다.

감사원은 신속한 수사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고, 문항 거래를 통해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확인되는 교사에 대해서도 감사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엄중히 책임을 묻는 등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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