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尹 구속취소'와 법기술자들, 개관사정[유재광의 여의대로 108]

    작성 : 2025-03-08 10:01:38 수정 : 2025-03-08 11:09:43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로 108. KBC 광주방송 서울광역방송센터가 위치한 '파크원'의 도로명 주소입니다. 정치권 돌아가는 얘기, 세상 돌아가는 얘기와 이에 대한 느낌과 단상을 진솔하고 가감 없이 전하고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지귀연 부장판사는 왜 윤석열 구속취소를 받아줬을까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소기소 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이 7일 취소됐습니다. 윤 대통령 구속이 부당하다며 변호인 측이 낸 구속취소 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인 겁니다. 체포 구금된 지 51일 만이고, 구속기소 된 지 40일 만입니다.

    구속취소 인용 요지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열흘의 구속 만료 기간을 넘겨 구속기소가 이뤄졌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검찰이 늦장 지각 기소를 했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 예를 들자면 가령 1월 1일 오전 10시까지 기소를 해야 하는데 이 데드라인을 '9시간 45분' 넘겨 기소했다. 구속기간 만료 데드라인보다 9시간 45분 늦게 기소했다. 이 9시간 45분간 윤 대통령은 일종의 불법 구속 구금 상태였다. 그러니 구속을 취소하고 풀어줘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구속기간 만료 뒤 지각 기소가 구속취소 인용의 한 축이라면, 다른 하나는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관련한 내용입니다. 전자가 형식적 사유라면 수사권 관련한 내용은 좀 더 내용적인 측면의 이슈입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있다, 없다.' 윤석열 대통령 내란 수사를 '할 수 있다, 없다' 단정적으로 판단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이렇게 판시했습니다.

    "관련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고, 대법원의 해석이나 판단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게 바람직하므로 구속취소 결정을 하는 게 상당하다"는 게 재판부 설시입니다.

    쉽게 말하면, 나는 확실히 잘 모르겠는데, 형사재판의 대원칙인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를 적용한다. 그래서 풀어준다' 정도의 말입니다.

    피고인의 인권을 챙겨주겠다는 명분은 이해하지만, 하나하나 좀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윤 대통령 변호인은 그동안 줄곧 "고위공직자수사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고, 공수처에서 검찰로 사건을 넘기면서 신병 인치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우선 공수처 내란죄 수사권 논란 관련해선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해 줬고, 서울중앙지법은 윤 대통령 측이 청구한 체포적부심을 기각했습니다.

    체포는 당연히 수사를 전제로 하는 것이니만큼, 법원이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있다는 유권해석을 여러 차례 걸쳐 해 준 거라는 게 법조계 중평입니다.

    그걸 지귀연 부장판사는 "대법원의 해석이나 판단도 없는 상태"라며 구속을 취소했습니다. 이 부분이 중요한데, 뒤에 다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신병 인치'는 통상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넘기면 '이제부턴 너네 관할' 이런 식으로 문서로 기록을 남기는데, 윤 대통령은 공수처가 검찰에 사건을 넘기면서 이런 공식문서를 남기지 않았고, 따라서 검찰이 근거도 없이 윤 대통령 신병을 확보했다. 불법이다. 이런 주장입니다.

    이에 대해선 검찰은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을 때 문서를 작성하는 거는 맞지만 공수처의 경우 같은 '검사'여서, 검사가 검사에게 사건을 넘겨받는 것이어서 따로 문서를 작성하진 않았다는 취지로 항변하며 맞섰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윤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였고, 검찰 항변은 기각했습니다.

    다음은 구속기간 만기가 지난 뒤 기소가 이뤄졌다는 주장을 보겠습니다. 여기엔 두 가지 논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구속기간을 산정할 때 구속영장실질심사 기간은 구속기간 산정에서 빼는데, 이 기간 산정을 두고 윤 대통령 측과 검찰 주장이 부딪쳤습니다.

    일단 우리 형사소송법 제214조의2 '체포와 구속의 적부심사' 조항 제⑬항은 구속기간 산정에 제외되는 영장실질심사 기간을 '수사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법원에 접수한 때부터 검찰청에 반환된 때'까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 수사관계 서류와 증거물이 법원에 머문 시간은 약 33시간 7분입니다. 이건 그냥 '팩트'여서 여기엔 이견이 없습니다.

    문제는 '33시간 7분'을 머문 일자, 날로 계산할 거냐. 아니면 액면 그대로 시간으로 계산할 거냐입니다.

    관련해서 통상 그동안 재판 실무에선 서류가 머문 기간을 하루, 이틀, 사흘, 이렇게 '일'로 정해 왔습니다.

    쉽게 말해 같은 33시간이어도 법원에 서류가 이틀을 머물렀다면 구속기간 산정에서 이틀을 뺐고, 가령 밤늦게 서류가 법원에 가서 날짜상 사흘을 머물렀다면 3일을 구속기간에서 제외하는 식입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 측은 오랜 관행으로 굳은 이 형사실무를 깨고 에누리 없이 '시간'으로 하자는 이른바 '시간설'을 들고 나왔습니다.

    날짜로 하는 이런 거 안 된다. 33시간 7분을 머물렀으니 33시간 7분을 빼자. 왜 날짜로 빼냐. 안 된다. 이렇게 주장한 겁니다.

    재판부는 이것도 윤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줬습니다. 재판부가 윤 대통령 사건에서 기존 형사실무를 완전히 뒤집는 '시간설'을 채택한 겁니다.

    피고인 인권을 챙겨주겠다는 명분을 뭐라 할 순 없지만, '아니 해방 이후 쭉 일, 날짜로 계산을 해왔다고 하는데 왜 하필 지금, 왜 윤석열한테만, 왜 윤석열 앞에서 새 법리가'라는 삐딱한 의심이 어쩔 수 없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구속 기간 제외 관련 또 다른 이슈는 영장실질심사 외에 체포적부심사를 위해 수사 서류 등이 법원에 있던 시간을 구속기간 산정에 넣느냐, 빼느냐입니다. 윤 대통령 측은 이 시간도 구속기간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재판부는 이것도 윤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줬습니다.

    검찰은 "무슨 소리냐, 체포나 구속의 타당함을 다투기 위해 서류가 법원에 와 있는 건 똑같은데, 체포적부심사도 영장실질심사처럼 당연히 구속기간 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취지로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기각됐습니다.

    간단한 산수를 해보겠습니다. 윤 대통령 체포적부심에 걸린 시간은 10시간 32분입니다.

    재판부는 영장실질심사 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여 줬고, 그 위에 체포적부심사 '10시간 32분'은 구속기간 산정에서 빼지 않고 이것도 그냥 구속상태로 계산했습니다.

    이렇게 하니까 구속기간 만기를 '9시간 45분' 넘겨서 기소했다는 계산이 나오고, 지각 기소,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이 나왔습니다.

    재판부가 윤 대통령 측 다른 모든 주장을 받아들였더라도, 체포적부심사 시간만 구속기간에서 제외했다면 단 47분 차이로 검찰은 '지각 기소'를 면할 수 있었지만, 일은 그렇게 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는데, 구속기간 산정 제외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 214조의2 조항은 '체포와 구속의 적부심사' 조항입니다. '구속'과 '체포'를 같이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 조문엔 '체포'와 '구속'이 나란히 명기돼 있는데 영장실질심사는 구속기간 산정에서 제외, 체포적부심사는 구속기간에 산정.

    "체포적부심사를 위해 수사 서류가 법원에 있었던 기간이 통상 10일의 구속기간에 포함되지 않는지에 대해 형사소송법 규정에 비춰 단정하기 어렵다"는 재판부 판단이 쉬이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입니다.

    이런저런 논란과 이유들로 '법기술자', '법비', '법꾸라지' 이런 표현들이 다시 소환되고, 야권에선 검찰에 대해 '계산된 지각 기소', '계산된 착오' 이런 음모론 비슷한 것도 나오고 있습니다.

    윤석열 측에서 어느 날 갑자기 저런 걸 주장한 것도 아니고 계속해 오던 말인데 후딱후딱 기소하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구속기간 연장 신청해서 기각당하고, 뭔 전국 검사장-고검장 회의 이런 거 한다고 시간을 허비했느냐. 실수냐, 의도냐 이런 지적과 비판입니다.

    무엇보다 내란 사건을 전담하고 있는 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 '중국식 이름'을 갖고 있는 '역적'에서 일약 '구국의 영웅'으로 떠오르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도 듭니다. '서울대 법대씩'이나 나온 엘리트 판사가 굳이 여러 논란과 비판을 감수하고, 언뜻 보면 상당히 무리해 보이는 저런 결정을 왜 했을까 하는 의문. 궁금함.

    그리고 그 실마리는 "관련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고, 대법원의 해석이나 판단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게 바람직하므로 구속취소 결정을 하는 게 상당하다"는 지귀연 부장판사의 판시 안에 들어있지 않나 싶습니다.

    "대법원의 해석이나 판단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 말은 공수처의 권한 없는 내란죄 수사, 위법한 체포영장 발부와 집행, 불법 구금 구속 등등 윤 대통령 측이 주장하고 있는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을 '대법원이 판단해 주시라, 털어주시라' 하는 요청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그 요청은 검찰을 향하고 있습니다.

    검찰이 서울중앙지법 이귀연 부장판사 재판부의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 1주일 '기간 안'에 고등법원에 즉시항고를 하고, 결과에 따라 대법원 재항고가 이뤄져야 대법원 판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검찰은 반드시 기간 안에 즉시항고를 해야 합니다.

    검찰이 이걸 해줘야 공수처 수사권 논란에서 파생된 위법수사, 불법 체포 구금, 증거능력 부정 등 절차 위반을 이유로 한 무죄 또는 공소기각 판결이나 결정 가능성을 사전에 대법원이 정리를 하고 본안 소송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지귀연 부장판사 입장에선 기껏 열심히 재판 다 해서, 가령 내란죄 유죄를 선고했는데,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상급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힌다거나 행여 재심 같은 거라도 벌어지는 경우가 생길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지귀연 부장판사의 구속취소 결정은 그래서 이런 사태를 미리 경계한 거 아닌가 합니다.

    다 떠나서, 만일 검찰이 즉시항고를 하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 측이 주장하는 권한 없는 위법 수사, 불법 구금 주장을 깔고 재판을 진행해야 하고, 논리적으로 이는 일부 또는 전부 무죄 또는 각하나 공소기각 판결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계엄 사태 이후 지금까지 윤석열 대통령과 변호인 측이 보여준 '뭐든 할 수 있다. 할 거다' 모습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어쩌다 '기술자'라는 좋은 말이 '법'하고 붙어서 '고문기술자'처럼 '법기술자'도 부정적인 뜻이 됐는진 모르겠으나, 기술엔 기술로, 검찰은 윤 대통령 측에 맞서 즉시항고를 해야 합니다.

    즉시항고를 안 해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해야 할 것을 안 한 검찰의 몫이 될 것입니다.

    즉시항고, 재항고를 해서 설사 대법원에서 윤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이 확정되더라도 검찰은 무조건 즉시항고, 재항고를 해야합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기왕에 공수처 내란죄 수사권 논란 등으로 윤 대통령 수사와 체포, 구속과 기소가 법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거면 하루라도 빨리 판단을 받는 게 낫습니다.

    그러면 1심 판결 전 공소를 취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내란죄 수사권이 있는 경찰이 다시 수사해 새 증거를 보강해 재기소를 하면 됩니다.

    여기에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되면 윤 대통령은 더 이상 대통령 신분이 아니게 되니까 내란죄 외에도 직권남용 등 다른 혐의를 추가로 더 적용해 다시 구속기소 하면 됩니다.

    조금 더디 가도 확실히 가야 합니다.

    우려스러운 건 법무부 반응입니다.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이 나온 7일 법무부는 "검찰의 즉시항고 효력에 대해 논란이 있어 입장을 말씀드리는 게 적절치 않다"며 "검찰의 석방 지휘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뭔가 뜨뜻미지근한 반응입니다.

    만일 검찰이 즉시항고를 하지 않고 윤 대통령을 이대로 풀어준다면, 일각에서 제기되는 '계산된 시간 착오, 계산된 지각 기소' 음모론은 음모나 의혹이 아닌 '사실'로 유통될 가능성이 엄청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검찰 불신, 검찰 무용론, 수사권 기소권 분리, 검찰청 공소청 전환 등등 '검찰 개혁' 이슈가 다시 활활 타오를 수도 있습니다.

    이게 조기대선 국면과 맞물리면 어떤 폭발력으로 어디로 튈지, 어떤 파장과 결과를 낳을지, 검찰 입장에서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 본인들 조직을 위해서라도 심사하고 숙고하고 행동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1950년 중반을 전후해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에서 포수로 뛰면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만 10개, 18차례 올스타 선정, MVP 후보에 7번 올라 세 차례 MVP를 수상한 전설의 야구 선수 요기 베라가 남긴 말입니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동양엔 비슷한 뜻인데 훨씬 더 오래되고 강렬한 말이 있습니다. '개관사정'(蓋棺事定)이 그것입니다.

    개관사정, 덮을 개(蓋), 널 관(棺), 일 사(事), 정할 정(定). 직역하면 '사람 일은 관뚜껑이 덮여지고 나서야 정해진다'입니다.

    당(唐) 시성(詩聖) 두보가 뜻대로 되는 게 없어 실의에 빠져 사는 '소혜'라는 젊은이에게 적어준 글에 나오는 구절로, '그대는 아직 늙지 않았거늘 어찌 초췌하게 한탄만 하는가. 장부의 일은 죽어 관뚜껑 덮여지기 전까진 누구도 모른다'고 격려한 데서 나온 말입니다.

    개관사정. 관뚜껑 덮일 때까진,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 윤석열 재판'은 이제 시작 아닌가 합니다. 차근차근. 확실하게.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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