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에 국가공무원 신분을 내려놓고 9살 아들과 함께 세계 여행을 떠난 아빠 오영식.
두 사람은 지난 2022년 9월부터 약 7개월 동안 한국에서 차를 가지고 3대륙 40개국 100개 도시를 여행했다.
그들의 여행기는 유튜브 채널과 에세이 발간, 그리고 신문 연재 등 다양한 형태로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용기를 주고 있다.
화창한 날씨처럼 밝은 모습의 두 사람을 핑거이슈팀이 만나봤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화순에 살고 있고요. 아들과 함께 여행을 갔다 와서 지금은 아들 곁에서 영어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아빠 오영식 아들 오태풍입니다"
◇ Episode 1. 여행의 시작
- 아들하고 같이 여행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오영식 / '돼지 아빠와 원숭이 아들의 흰둥이랑 지구 한 바퀴' 저자
"제가 어렸을 때 부모님 없이 자라다 보니까 아빠와의 가족과의 여행 그런 기억이 많이 없어서 나중에 제 사랑하는 이제 아이들이 생기면 여행을 한번 해 봐야 되겠다. 그러다 보니까 조금이라도 혹시 더 늦추고 가다가 기회를 놓칠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래서 지금 아들이 조금 어리긴 하지만 지금 가야 되겠다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 여행 같은 거니까 처음에는 재밌을 것 같은데..
▲오태풍 / 아들
"재밌을 때도 있었고 좀 어려웠고 좀 힘들었을 때도 있었던 것 같아요."
두 사람은 그 많은 여행지를 한국에서 가져간 자동차로 무려 4만km 가까이 달렸다.
혼자 운전을 감당해야 하는 아빠 입장에선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은데..
▲오영식 / 아빠
"여러가지 생각하다 보니까 아들이 좀 어리기도 해서 초등학교 2학년 짜리 아들이 큰 배낭 매고 다니는 것도 좀 어려울 것 같다 보니까 여러 가지 자료를 찾고 하다 보니까 한국 자동차를 갖고 여행하는 방법이 있더라고요."
- 차를 가지고 여행을 이렇게 멀리 가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는 않을 텐데
▲오영식 / 아빠
"혼자 가다 보니까 제가 혹시 어디 아프거나 쓰러지거나 그랬을 때 그게 제일 걱정이 되더라고요."
- 태풍이는 차로 여행하는데 힘들지 않았어요?
▲오태풍 / 아들
"러시아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하루에 한 몇 시간을 이동해서.."
아들과 함께 가는 여행이기 때문에 꼼꼼한 준비를 해야 했던 만큼 그 과정도 만만치는 않았다.
▲오영식 / 아빠
"책이나 유튜브 인터넷 해 가지고 공부도 많이 하고 갔고요. 가장 걱정됐던 거는 유럽에 넘어가서는 그래도 도시가 가까이 있고 그다음에 정비할 수 있는 곳도 많이 있긴 한데 러시아 같은 경우에는 정보가 워낙 부족하기도 하고 땅덩어리가 워낙 크기 때문에 특히 시베리아 같은 경우에는 마을과 마을 사이에 거리가 2~300km 정도 떨어져 있거든요. 거기에 대한 사실 불확실한 뭔가 불안함이 사실 있었던 것 같아요."
◇ Episode 2. 여행은 시련과 함께
가이드를 따라 몰려다니는 바쁜 여행이 아닌, 매 순간 뜻밖의 멋진 풍경들을 마주했던 여행.
그렇다고 낭만만 있던 것은 아니다.
▲오태풍 / 아들
"아빠가 좀 쓰러지거나 좀 힘들어가지고 계속 좀 마음이 아팠던 것 같아요. 무서웠어요."
러시아 시베리아 한복판에서 이석증에 걸려 쓰러진 아빠.
온종일 혼자 놀았을 아들의 휴대폰 포털 검색창엔 서툰 맞춤법으로 '이석증 나(낫)는 법', '어지러울 때 나(낫)는 법'이 검색돼 있었다.
외지에서 종일 아빠를 걱정했을 아들의 마음이 아직까지 저릿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오영식 / 아빠
"제가 러시아에서 이석증에 걸렸던 적도 있는데 그때는 사실 제가 아픈 거니까 아들 때문에 아들 걱정이 됐던 거고 제가 힘들었던 건 사실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 아버지께서는 여행 중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세요?
▲오영식 / 아빠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아들이 말한 모로코. 그때는 제가 아픈 게 아니라 아들이 구토를 한 다섯 번 정도 했거든요. 그래서 그걸 보고 있는 게 제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사하라를 가는데 모로코 그쪽 마라케시에서 사하라 가는 데까지 아트라스 산맥을 넘어야 하는데 아틀라스 산맥이 높다는 거 정도는 알고 갔는데 가보니까 높은 제가 생각한 거 이상으로 너무 힘들더라고요."
"너무 길도 험하고 이러다 보니까 그래서 그때 아들이 구토를 한 다섯 번 정도 해서 그때 정말 제가 너무 힘들었던 것 같아요."
◇ Episode 3. 여행 중 명장면
여행 속 시련이 두 사람을 넘어트리다가도 또다시 설렘으로 헤쳐 나갈 수 있게 했던, 두 사람의 여행 명장면은 무엇일까?
▲오태풍 / 아들
"저는 독일 한국 마트를 처음 들렀을 때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 왜 그런 거예요?
"한국의 음식이 좀 많이 좋다 보니까..한국 마트에 가면 한국 음식이 있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오영식 / 아빠
"한국 과자나 이런 거 찾기도 힘들고 그러다 보니까 아들이 한국에 있을 때도 한국 과자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러시아 여행 가는 동안에 "아빠, 나 바나나킥 먹고 싶어" 이 얘기를 하더라고요."
"저는 한국에 있을 때 아들이 바나나킥 먹는 모습을 본 적이 없거든요. 근데 먹고 싶다고 계속 노래를 부르더라고요."
"그래서 유럽에서도 독일이 한국 교민들이 좀 많이 있고 한국 마트가 많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럼 그때는 꼭 한국 마트 가 가지고 과자라도 좀 사야 되겠다라고 해서 갔을 때 그때 너무 행복해하더라고요."
- 아빠께서는 그러면 여행의 가장 명장면을 꼽으신다면?
▲오영식 / 아빠
"사실 저는 여행 가는 기간 내내 다 좋았던 것 같아요. 내가 모로코 하고 이럴 때는 아픈 순간도 있었지만 그런 것만 빼면 아들하고 같이 있는 것 자체가 저는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하루하루가 다 명장면인 것 같아"
그러고 보니, 아빠 오영식은 대기과학을 전공해 기상청 기상예보관 공직 생활을 해왔다.
여행하는데 톡톡히 도움이 됐을 법도 하다.
▲오영식 / 아빠
"굉장히 많이 있어요. 특히 이제 높은 산맥이 주로 겨울철하고 이때 여행을 하다 보니까 높은 산맥을 넘어가거나 그럴 때 지금 이 정도 온도면 이동할 때 좀 고도가 낮은 데로 가면 되겠다."
◇ Episode 4. 여행 그리고 열매
여행은 일상에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나의 모습, 그리고 옆 사람의 모습을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다.
그리고 '여행의 정수'는 여행 그 이후에 발견되기도 한다.
▲오태풍 / 아들
"가기 전에는 여행 재밌기만 했을 것 같은데 재밌고 힘들고 여러 가지가 있는데 추억 같은 게 많이 생긴다는 걸 알았어요."
▲오영식 / 아빠
"요즘에 흔히 말하는 한국에 있을 때도 아이를 혼자 돌보면 독박 육아로 힘들다고 하는데 저는 여행하는 내내 아들의 이런 모습을 나만 봐도 되나, 아이 엄마가 이런 모습 못 봐도 되나 미안할 정도로 독점 육아하고 있다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 아들의 어떤 모습이 가장 인상에 남으세요?
▲오영식 / 아빠
"이동할 때마다 항상 제 곁에 붙어가지고 손잡고 다니고 잘 때도 이제 숙소에 따라서 유럽은 싱글 침대가 되게 작거든요. 그 좁은 싱글 침대가 이제 두 개 있고 이런 방에 들어가도 항상 제 옆에서 자고 제 옆에서 항상 붙어있던 그 모습이 생각나는 것 같아요."
서로를 꼬옥 끌어안으며 켜켜이 쌓아온 여행의 추억은 두 사람의 일상에도 묻어나는 듯하다. 그리고 이들의 여행은 계속된다!
▲오영식 / 아빠
"지금 계획은 2년 뒤에는 이제 아메리카 대륙 종단 한번 해보려고 하고요. 그다음에 또다시 돌아왔다가 다음에는 이제 세계 일주로 다시 한번 또 갔다 오고 해서 아들 한 고등학교 가기 전에 한 100개국 정도 여행하려고 합니다."
아들에게 더 넓은 세상, 다양한 경험을 안겨주고 싶은 아빠.
그런 아빠의 마음에 늘 밝고 시원하게 화답하는 아들.
앞으로의 여행도 기대가 된다.
용기로 내딛는 첫걸음이, 여행의 시작이다.
핑거이슈는 여러분의 여행을 응원합니다!
(기획 : 전준상 / 구성 : 신정선 / 내레이션 : 신민지 / 제작 : 윤수빈)
유튜브에서 [핑거이슈]를 검색하시면 더 많은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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