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자식이 왜 죽어야만 했는지 진실을 밝혀 달라는 유가족들의 목소리.
세월호 참사로 어린 딸을 잃은 아버지 문종택 씨와 여러 편의 독립영화를 제작한 김환태 감독이 함께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바람의 세월>입니다.
딸 문지성 양을 잃은 뒤 문 감독은 직접 카메라를 들고,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순간부터 유가족들이 걸어온 10년의 세월을 담았습니다.
카메라를 손에 쥐어본 적 없는 평범한 시민이었던 그가 2014년 여름부터 매일 찍은 영상은 5천여 편, 50TB 분량에 달합니다.
영화의 제목은 <바람의 세월>.
영화에는 도입부부터 거친 바람 소리가 담깁니다.
▲문종택 감독 / 단원고 故 문지성 아버지
"바람은 시각적인 청각적인 그런 바람(Wind) 의미이고 실질적인 거는 저희 피해자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Wish)이 무엇인가..제가 피해자이다 보니 그 바람 소리에 많은 이야기들이 전해오는 것들이 있습니다. 세월이라는 것은 세월호도 연상시키지만 세월 속 흘러가는 소리들을 좀 찾아주셨으면 하는 그런 마음.."
▲김환태 감독
"세월이라는 여러 가지 의미들이 있잖아요. 세월호에 대한 의미도 있고 시간에 대한 의미도 있고 세월이라는 단어는 꼭 들어가야 되는 것 같았어요"
영화는 참사 당일부터 10년의 세월이 지난 2024년까지, 시간 순서대로 흘러갑니다.
시간이 흘러도 한결같이 무겁고 참담하기만 한 희생자 유족들의 얼굴이 비춰집니다.
하지만 영화 도입은 박근혜 탄핵 가결로 시작돼, 가족들의 원초적인 웃음이 나타납니다.
▲문종택 감독 / 단원고 故 문지성
"누가 웃긴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좋은 일이 있어서 저절로 얼굴이 펴지고, 절로 웃는 모습. 사람의 어떤 본래의 웃음. 저희는 그 웃음조차도 그렇게 자유롭지 못한 시간들이어서..긴 세월을 보내다 보니까 그 웃음이 너무 좋고 저도 또 좋았고 그래서 저는 그 장면을 넣게 됐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영화를 제작한 문종택 감독이지만, 김환태 감독과 함께 연출 하나하나 의도를 가지고 디테일을 살렸습니다.
그중 하나는 바로 흔들리는 앵글.
마치 배에 탄 것처럼 좌우로 기우는 컷이 반복됩니다.
▲문종택 감독 / 단원고 故 문지성 아버지
"정해진 시간 안에 10년의 세월을 다 집어넣자니 말로 해도 다 못 집어 넣고 그래서 고민하다가 감독님께 흔들어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보시는 분들이 그 장면을 통해서 지금 나는 안전한가, 그리고 세월호 안에서 이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는 걸 느끼면 와닿지 않을까 해서.."
시작부터 끝맺음까지 담담하게 영화를 써내려간 감독이자, 유가족 문종택 씨.
그는 터져나올 것만 같은 감정을 억누르고, 또 억눌러가며 직접 내레이션을 읽어 나갔습니다.
▲김환태 감독
"아버님이 촬영하셨고 아버님이 기록하신 그 시간들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 아버님 목소리가 제일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아버님 되게 어려우셨을 거예요.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반복된 감정들을 이렇게 담아내는 거잖아요. 담담하게 하는 게 오히려 받아들이시는 분들이 더 역설적이게도 많이 받아들일 것 같다.."
아이들의 소지품을 정리할 당시, 내레이션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도 보였는데.
▲김환태 감독
"녹음을 정말 여러 번 하셨거든요. 영화 엔딩에서는 감정을 쏟으셔서 울음을 보이셨거든요. 편집 감독이랑 저랑 숙연해진 적이 있는데 '아버님이 그 시간을 돌아보는 게 정말 힘든 일이시구나..' 전체 톤은 그렇지만 감정이 들어갈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최대한 아버님의 감정을 살릴 수 있는 부분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문종택 감독 / 단원고 故 문지성 아버지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담담함을. 사실 그거 할 때 울음이 터져가지고 몇 번을 다시 했습니다. 여러 번 중 가장 많이 담담한 것이었죠"
KBS 세월호 다큐 방영이 무산되기도 했는데.
▲문종택 감독 / 단원고 故 문지성 아버지
"너무 안타까워서 KBS 다큐팀 찾아 뵙고, 여러 가지로 답답하시겠지만 그나마 제 영화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셨으면.."
10년이면 이제 잊을만하지 않냐는 주변인들의 목소리.
참사 이후 끊임없이 이어진 저열한 소문과 세월호의 정치화.
수많은 왜곡에 오히려 상처는 무뎌졌습니다.
▲문종택 감독 / 단원고 故 문지성 아버지
"이 영화를 통해서 적어도 안 죽고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생각은 할 수 있는 지점들은 분명히 있기 때문에. 다음 세대들이 '좀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이지만 뒷면에는 우리 공직에 계시는 분들이 봤으면. 이걸 보고 좀 이야기 했으면. 특히 세월호를 '그만하라'고 하는 사람들, 저는 얼마든지 수용하는데 한번 좀 (영화를) 보고 그런 말씀하시면 저는 얼마든지 들을 자신이 있다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김환태 감독
"마지막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자료에 보면 이런 문구가 있죠. '위로 대신 탄압하고 지원 대신 감시했다'는 그런 보고들이 있잖아요. 피해자를 위한 태도가 아니잖아요. 그런 것들이 진정으로 피해자를 위한 태도로서 마음으로 다가가야지만 그나마 피해자들이 일상 속에서 조금이라도 위로 받을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런 것들이 바뀌지 않으면 절대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자체가 어려운 거죠"
문종택 감독에게 10년이란 시간은 특별하지 않습니다.
그는 오로지 안전한 사회에 한 걸음이라도 더 다가갈 수 있다면, 오늘도 내일도 셔터를 누를 뿐입니다.
▲문종택 감독 / 단원고 故 문지성 아버지
"지금도 카메라를 들고 있는 이유는 딱 한가지입니다. 진상규명. 우리 피해자들은 특별 대우를 받기를 원하는 사람은 어떤 참사에도 없었습니다. 어떤 정부 간에 솔직하게 그냥 있는 그대로만 가지고 기록들만 오픈을 해줬으면 좋겠다"
※세월호 10주기 영화 <바람의 세월>은 전국 40여 개 영화관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기획 : KBC디지털뉴스팀 / 구성·취재 : 고영민·박성열 / 제작 : 박성열 / 내레이션 : 고영민 / 영상출처 : ㈜시네마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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