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당뇨식도 하면서"...尹 보석 심문과 검찰 해체, 모진 놈 벼락, 영불리신(影不離身)[유재광의 여의대로 108]

    작성 : 2025-09-29 16:01:00 수정 : 2025-09-29 16:08:00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로 108. KBC 광주방송 서울광역방송센터가 위치한 '파크원'의 도로명 주소입니다. 정치권 돌아가는 얘기, 세상 돌아가는 얘기, 이에 대한 느낌과 단상을 진솔하고 가감 없이 전하고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尹 "풀어주면 운동도 하고 당뇨식도 하면서 재판에 협조"...자기중심, 아연실색
    ▲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보석을 인용해 주시면 아침과 밤에 운동도 조금씩 하고 당뇨식도 하면서 사법 절차에 협조하겠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 윤석열 씨가 지난 26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 사건 1차 공판 보석 심문에서 한 말입니다.

    당뇨식? 어이가 없어, 반쯤은 방심하다 시쳇말로 빵 터졌고, 반쯤은 아연실색 했습니다.

    생각은 할 수 있겠지만, 그걸 재판정 보석 심문에서 기자들이 지켜보는데 입 밖으로 꺼내서 저런 단어를 쓸지는 미처 생각도 못 했습니다.

    '나 운동도 해야 하고 당뇨식도 먹어야 하니까 풀어주세요' 저런 말을 하면 언론이나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생각'이라는 걸 하고 하는 말일까 하는 생각이 얼핏 지나갔고.

    개그콘서트 식으로 하면 '당뇨식? 당뇨시~익?' 뭐 이런 게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협조'라는 단어가 상당히 '거시기' 하게 들렸습니다.

    '협조'라니. 아, 이 사람은 진짜로 재판을 본인이 원하면 가고 아니면 안 가고, 본인 마음대로, 본인 협조에 달린 거라 생각하는 구나.

    내가 풀려나서 밖에 나가서 운동 좀 하고 당뇨식도 좀 먹겠다는데 누가 뭐래. 온 우주가 본인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구나 하는 탄식과 씁쓸함이 절로 나왔습니다.
    ◇"1.8평 독방, 생존 힘들어...계엄은 내 재량권, 이게 나를 기소할 일인가, 정말 유치"
    ▲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저 말 말고도 보석 심문에서 발언 기회를 얻은 윤석열 씨는 18분 동안 '주옥' 같은 말들을 쏟아냈습니다.

    "구속이 되고 나서 1.8평짜리 방 안에서 서바이브 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방 밖으로 못 나가게 하는데 강력범 이런 게 아니면 약간의 위헌성이 있다"

    이분은 구치소를 도대체 뭐라 생각하는 건지. 어디 휴가나 호텔 바캉스라도 간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뭐를 기대한 건지. 본인 원하면 구치소 안이든 밖이든 어디든 마음대로 돌아다니게 해 달라는 건지. 도통 알 수 없습니다.

    압권은 다음 말 아닌가 합니다.

    "대통령은 많은 재량권을 가지고 있는데 기소된 사건을 보면 전직 대통령에 대해 기소할 만한 것인지 모르겠다.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다"

    대통령은 많은 재량권을 가졌다. 이 말은 본인이 선포한 비상계엄이 본인의 '재량권'에 속하는 일이라는 걸 전제로 깔고 있습니다.

    그 말인즉슨. '계엄이 뭐가 문제냐. 무슨 내란이냐.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 나를 왜 가둔 건데. 나한테 왜 그러는 건데'라는 항변에 다름 아닙니다.

    그러니 특검 기소에 대해 "이게 전직 대통령을 기소할 만한 것인지 모르겠다.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다"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는 겁니다.
    ◇살 빠진 尹에 지지자들 "가슴이 찢어져"...尹, 중계 카메라 빠지자 180도 태도 '돌변'
    ▲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흰 새치가 그대로 드러난 짧게 깎은 머리, 홀쭉하게 빠진 얼굴 살, 거의 사라진 뱃살, 법원에 나온 지지자들과 온라인에선 '왜 이리 야위셨냐. 전직 대통령을 저렇게 대하다니 악마다. 가슴이 찢어진다'는 등 절규에 가까운 아우성이 쏟아졌습니다.

    개인적으론 '못 본 사이 할아버지가 됐네' 싶은 외양에 뭔가 좀 변했을까 하는 기대도 살짝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역시나. 수용번호 3617. '윤석열'은 '윤석열'이었습니다.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에 따르면 재판 중계 카메라가 빠지자 목소리 톤이 다시 크게 올라가는 등 카메라가 있었을 때와 태도가 180도 돌변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원래 목소리가 크다""변호인 접견 이유도 운동 때문이다. 풀어주면 운동도 하고 당뇨식도 하고 재판에 협조하겠다" 같은 말을 18분간 쏟아냈습니다.

    "이게 기소할 만한 것인지 모르겠다.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다"

    혹여 구치소에 갇혀 있는 동안 내가 왜 지금 여기에 있게 된 걸까. 뭐라도 되돌아보고 성찰하고 반성 같은 걸 조금이라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기대는 여지없이 깨졌습니다.
    ◇"계엄, 평화적 대국민 메시지...왜 내란죄라는 건지 도저히 알 수 없어"...책상 '쾅쾅'
    ▲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평화적인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다. 26년간 정말 많은 사람을 구속하고 기소한 저로서도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어떤 로직에 의해 내란죄가 된다는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지난 4월 14일 내란 혐의 재판 첫 공판기일에 출석한 윤석열 씨가 한 말입니다.

    이날 PPT 자료를 띄어놓고 주먹을 불끈 쥐고 책상을 쾅쾅 쳐가며 혼자 82분간 진술을 쏟아낸 그때와 윤석열 씨는 본질적으로 달라진 게 단 1도 없었습니다.

    그동안 아무리 생각해도 풀리지 않았던 궁금함과 의문이 '이 사람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비상계엄을 한 거지. 진짜, 전두환처럼 총칼로 찍어 누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건가. 그게 아니면 뭐지' 이런 의문들이었는데.

    이날 좀 어이없다싶게 의문이 풀렸습니다.
    ◇계엄, 尹에겐 내란 아닌 권리 행사...본인 위주, 王 자 쓰고 나왔을 때 알았어야
    ▲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이 사람에게 '비상계엄'은 보통의 국민들이 생각하는 그 비상계엄, 친위 쿠데타, 내란 이런 게 아니고 그냥 '대통령 재량권'의 하나였던 겁니다.

    계엄이 그렇게 큰일이야. 그게 무슨 내란이야. 내가 대통령인데 대통령인 내가 내 재량으로 계엄을 하겠다는데 누가 뭐래. 해. 당장 해.

    이런 정도 생각과 인식으로 비상계엄이라는 걸 해서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을 일거에 '수거'해서 '척결'하려 한 거 아닌가 합니다.

    세상이 본인을 중심으로 도는 사람에게, 본인이 세상의 중임인 사람에게, 상식적이지 않은 사람에게. 상식과 보편의 잣대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계엄을 한 거지?'라는 의문을 가졌으니.

    질문 자체가 의미가 없었던 것 아닌가 합니다. 그냥 질문이 의미가 없는, 답이 없는 그런 사람인 것 아닌가 합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손바닥에 '왕'(王) 자를 쓰고 나왔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되는데. 늦었지만 이제라도 다행이라는 양가적 생각이 듭니다.
    ◇영불리신(影不離身), 몸과 그림자는 뗄 수 없어...허물, 숨긴다고 숨겨지지 않아
    '영불리신'(影不離身)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직역하면 '그림자는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몸과 그림자는 뗄 수 없다'는 뜻입니다. '장자'(莊子) <어부편>(漁父篇)에 나오는 말입니다.

    옛날 어떤 사람이 자신의 그림자와 그 그림자에서 나는 발자국 소리가 싫어서 그림자를 떼놓으려고 죽어라 뛰어서 그림자에게서 도망가려다, 당연히 그림자는 떼어놓지 못하고, 빨리 달릴수록 그림자 발자국 소리는 더 커지고, 결국 지쳐 숨이 차서 죽었다는 얘기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래서 '영불리신'은 불가능하거나 이룰 수 없는 일. 또는 이룰 수 없거나 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을 억지로 하려는 어리석음을 우화에 비유해 지적하는 말입니다.

    비슷한 말로, 한낮에 그림자를 피해 도망하려 한다. '일중도영'(日中逃影). 그림자를 두려워하고 발자국을 미워한다, '외영오적'(畏影惡迹) 같은 표현이 있습니다.

    나아가 자신의 과오나 허물은 억지로 감추거나 숨기려 한다 해서 사라지고 감춰지는 게 아니고 조용히 그늘에 들어가야 그림자가 사라지듯 성찰하고 반성해서 그림자를 없애듯 과오나 허물을 없애 사라지게 해야 한다는 의미로도 쓰입니다.
    ◇황당한 비상계엄, 내란...무시 부정한다고 없어지지 않아, 과오만 더욱 도드라질 뿐
    ▲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황당하기 그지없는 비상계엄. 내란 우두머리 혐의 기소. 윤석열 씨가 저지른 일은 본인이 아무리 '이게 기소할 만한 일이냐. 유치하다'고 부정하고 무시한다고 해서 없어지거나 사라지지 않습니다.

    햇볕 쨍. 맑은 날의 그림자가 더욱 짙고 선명하듯. 윤석열 씨가 부정하고 무시하고 외면하고 도망가려 하면 할수록 윤석열 씨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질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이제와 본인의 과오와 허물을 성찰하고 반성하고 뉘우치라 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하는 것처럼 부질없고 난망해 보입니다.

    재판부가 윤석열 씨에 대한 보석을 허가해 줄지 어떨진 모르겠지만, 아마도 신청을 기각할 것 같긴 한데. 암튼 윤석열 씨에 대한 이런저런 수사와 재판을, 윤석열 씨가 '보석도 안 해주고. 나 재판 안 나가' 하고 다시 안 나가든 말든.

    법과 원칙대로 해서 죄가 있으면 그 죄에 합당한 처벌을 주면 되는 일 아닌가 합니다. 다들 알다시피. 내란 우두머리 형량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입니다.
    ◇악방봉뢰(惡傍逢雷), 날벼락...尹-검찰-김건희, 나쁜 놈-모진 놈-흉악한 놈, 사필귀정
    악방봉뢰(惡傍逢雷).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날벼락 맞는다는 말이 있는데. 그 속담의 한자 표현입니다. 악방봉뢰.

    윤석열 씨에 대한 보석 심문이 열린 2025년 9월 26일. 이날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검찰청 해체가 담긴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오늘 검찰 직원 전체에 보낸 서신에서 검찰청 해체에 대해 "매우 참담"하다고 하던데. 1년의 유예기간이 끝나면 내년 9월 우리가 아는 검찰청은 78년 만에 사라지고 공소청으로 전환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가혹하다 싶을 정도의 수사와 김건희 씨의 여러 혐의에 대한 너무하다 싶은 보호. 윤석열 대통령 시대에 벌어진 일입니다.

    그게 검찰청 해체로 돌아온 걸까요. 악방봉뢰. 검찰이 모진 놈, 흉악한 놈 옆에 있다 벼락 맞은 격일까요. 그런데 검찰을 비판하는 쪽에서 보면 검찰이나 윤석열 씨나. 똑같이 모진 놈, 나쁜 놈, 도긴개긴. 그렇게 생각할 것도 같습니다.

    한마디 더 붙이면. 윤석열 씨와 검찰이 그렇게 두 눈 질끈 감고 여러 의혹과 혐의들을 외면하고 보호하려 했던 김건희 씨도 지금은 이런저런 혐의 피고인이 돼서 구치소에 갇혀 있습니다.

    나쁜 놈, 모진 놈, 흉악한 놈. 하긴 누가 모진 놈이고 누가 흉악한 놈이면 어떻겠습니까. 사필귀정.

    윤석열 씨는 내란 우두머리 피고인이 돼 특검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고, 검찰은 해체 수순으로 가고 있고, 김건희 씨도 구치소에 있습니다. 오래 있을 것 같습니다.
    ◇'보석 심문 출석' 尹, 내란 재판은 또 역시나 불출석...사람 안 변해, 순리대로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이런 가운데 지난 금요일 본인 보석 심문에 출석했던 윤석열 씨는 오늘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사건 21차 공판엔 역시나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난 금요일 재판 출석 이후 현기증과 구토증세가 이어져 재판 출석 등 대응이 어려운 상황임을 알린다"는 게 윤석열 씨 변호인단이 기자들에게 보낸 공지입니다.

    선택적 재판, 선택적 현기증, 선택적 구토도 아니고.

    역시. 사람은 잘 안 변하는 것 같습니다. 김건희 씨 남편. 장님무사. 왕(王) 자. 내란 우두머리 피고인. 수용번호 3617번. '윤석열'은 그대로 변함없이 '윤석열'인 것 같습니다. 유구무언(有口無言)입니다. 지금까지 '유재광의 여의대로 108'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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