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시인' 김휼의 새벽기도 같은 감성의 메아리"

    작성 : 2024-06-18 15:01:53
    김휼 시인 시집 '너의 밤으로 갈까' 출간
    소소한 일상 속 슬픔 다스리는 마음 새겨
    타인의 말 들어주는 시 50여 편 4부로 담아
    광주 비움박물관서 고성만 시인과 '시토크'
    ◇ 말이 아닌 마음 속의 기도 같은 시편들
    ▲'목사 시인'으로 불리는 김휼 시인은 최근 세 번째 시집 '너의 밤으로 갈까'를 출간했다

    "나의 시는 결국 기도에 닿아 있을 것입니다. 헤아리는 마음으로 사물을 오래 들여다보면 신비 아닌 것이 없고 기도 아닌 것 없습니다. 그 동안 오랜 기간 습작기를 거치면서 빠져나온 현실의 창작세계에서 누군가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나에게 하는 말일 수 도 있을 것입니다."

    최근 세 번째 시집 '너의 밤으로 갈까'를 도서출판 시인의일요일에서 출간한 시인 김휼 씨는 현직 목사입니다.

    ▲김휼 시인이 최근에 펴낸 시집 '너의 밤으로 갈까' 표지

    지난 13일 광주광역시 북구 비움박물관 '시토크' 행사 '시인의일요일 인(in)광주'를 성황리에 마친 김 시인은 진보적 사회성 짙은 목소리가 강한 광주 시단 안팎에 다른 목소리를 내는 여성시인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현재 광주 송정제일교회에서 목회자로 사역하면서 시단에 데뷔해 창작활동을 펼쳐온 '목사 시인' 김휼은 이번 시집 '너의 밤으로 갈까'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김휼 시인의 시집에 실린 표제작 '너의 밤으로 갈까' 수록 내용

    김 시인의 시편은 시와 신앙이 접목되는 지점의 풍경과 우리들의 삶을 넘나들며 궁구한 서정과 사유의 미학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시집은 무너질 것만 같은 존재의 곁에 머물며 마음을 애쓰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편들로 채워, 모두 4부 50여 편의 시가 담겨 있습니다.

    ▲지난 13일 광주광역시 북구 비움박물관에서 열린 '시 토크' 행사에서 김휼 시인이 자신의 시에 대해 말을 하고 있는 모습

    표제작 '너의 밤으로 갈까'는 "이 골목의 밤은 미완의 사랑 같다 / 어슬렁거리는 그리움과 내일을 맞대 보는 청춘들의 객기, 접시만 한 꽃을 / 피워 들고 저녁을 달래는 담장, 그 아래 코를 받은 강아지의 지린내까지 / (중략) / 진리는 항상 굽은 곳에 있다 / 비탈을 살아 내는 이 기울기는 너의 밤으로 가기 좋은 각도 / 퇴행을 앓는 발목에 녹물이 들겠지만 / 굽어살피는 신의 자세를 유지한다 / 깊숙이 떠나간 너를 찾을 때까지"라고 읊어내고 있습니다
    ◇ '시인의 일요일 IN 광주' 행사 성황

    ▲지난 13일 열린 '시인의 일요일 IN 광주' 행사에 참석한 문학인들. 왼쪽부터 사회자인 시인 김병호 협성대교수, 김휼 시인, 고성만 시인

    김 시인의 시 속에는 귀가 깊어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는 일을 도맡는 시인으로, 바깥의 슬픔을 다독이다 자기 안의 슬픔을 앓게 되더라도 그 고통을 감내하려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구체적인 슬픔의 안쪽에서 손을 내밀어 소소한 일상을 재건할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를 돕는 일이 가능하게 만들고 이러한 자세와 역할이 시인의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성만 시인은 김휼 시인에 대해 "광주 시단과 다른 목소리를 가진 시인"이라고 평가했다. 사진은 김휼 시인과 고성만 시인

    이날 함께 '시인의 일요일 IN 광주'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 참석한 고성만 시인은 "이분은 목사님이신데 시도 역시 그러한 풍이 거의 절반"이라며 "설교 같지는 않은데 비유가 아주 신학적이라 할까 겉으로는 안 나타나는지만 울림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고 시인은 이어 "예를 들면 가로등을 표현할 때 '너의 밤으로 갈까'인데 이게 '가로등'을 소재로 한 건데 마치 사람에게 말을 걸듯이 소외계층에 대한 온정 같은 게 그 안에 배어 있다"면서 "시 자체에 다 배어 있는 그게 인품하고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13일 광주 비움박물관에서 열린 김휼 시인과 고성만 시인의 '시 토크'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

    문학평론가 이병국 시인도 해설을 통해 "곁이라는, 바깥의 깊은 고독을 아는 시인이 펼치는 시와 신앙이 맞닿은 지점의 서정과 사유"라고 평했습니다.

    ▲13일 광주 비움박물관에서 열린 시토크 행사에서 고성만 시인(왼쪽)과 김휼 시인이 꽃다발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김휼 시인은 2017년 '열린시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그곳엔 두 개의 달이 있었다', 사진시집 '말에서 멀어지는 순간' 등을 펴냈으며, 목포문학상 본상과 열린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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