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탐·인]김형종 작가의 첫 소설집 <그 바다에서 만나다>

    작성 : 2024-01-28 12:23:01
    소설집 '그 바다에서 만나다' 출간
    37년간 틈틈이 쓴 중·단편 10편 묶어
    고령화 사회의 '죽음' 맞는 인간 조명
    "책·사람보다 농사일에서 일깨움 많아"
    [예·탐·인]김형종 작가의 첫 소설집 <그 바다에서 만나다>

    KBC는 기획시리즈로 [예·탐·인](예술을 탐한 인생)을 차례로 연재합니다. 이 특집기사는 동시대 예술가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간과 삶, 세상의 이야기를 역사와 예술의 관점에서 따라갑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소통을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최근 창작 활동을 해온 지 37년 만에 첫 소설집을 출간한 중견 소설가 김형종 씨는 "더 치열하게 쓰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남 장흥에서 학교 행정 업무와 함께 농사를 지으며 창작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중견 소설가 58살 김형종 씨가 최근 첫 소설집 '그 바다에서 만나다'(시와사람 刊)를 출간했습니다.

    김 작가는 첫 소설집을 낸 소감에 대해 "스무살 무렵부터 글을 써왔으니 벌써 37년이 훌쩍 지난 것 같다"면서 "좀 더 치열하게 쓰지 못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밝혔습니다.

    장흥군의 한 초등학교 행정실에서 근무 중인 그는 "퇴직까지 3년 가량 남았는데, 직장 생활의 마무리와 새로운 삶을 시작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퇴직 연도에 소설집을 묶을 예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전라남도문화재단의 창작 지원을 받게 되어 예정보다 빨리 소설집을 출판하게 됐다"며 "출판된 책을 받았을 때 그냥 무덤덤했고 나중에는 일부 오류들을 발견하고 부끄러웠다"고 소회를 덧붙였습니다.

    ▲김형종 작가가 출간한 소설집 '그 바다에서 만나다'의 표지

    ▲ 소설집에는 묶은 작품들을 소개하면.

    "그동안 써 놓았던 소설에서 9편의 단편과 1편의 중편을 묶었습니다. 제가 제 작품을 얘기하는 것보다 어느 평론가께서 제 소설집을 소개한 글로 답변을 대신하겠습니다."

    <김형종은 대단한 기교보다는 성실하고 치밀한 구성으로 문장의 밀도에 치중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의 작품들은 설득력이 있고 쉽게 감흥을 전달하는 힘이 있다. 이러한 김형종 소설의 배경은 대부분 작가가 태어나고 성장해 현재도 살고 있는 농촌이다. (중략) 김형종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이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어머니, 아버지 등 가족에서부터 직장 동료 또는 마을 사람들이다. 긴장이라고는 느껴볼 수 없는 사람들과의 서사이기 때문에 그의 소설은 더욱 친근감이 느껴지고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독자 친화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 10편의 중·단편 소설 작품 중 특별히 애정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소설집 첫 작품인 '선택'입니다. 고령화 사회에서 죽음을 어떻게 준비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화두를 던져본 것입니다.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을 잘 마감하는 것도 중요하고, 삶을 잘 마감하는 것이 인생의 최고 목표가 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김형종 작가는 '선택'에서 고령화 사회에서의 죽음에 대해 화두를 던졌다고 전했다.


    ▲ 소설집 출간 이후 문우들이나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전남문인협회, 몇 개의 동인회, 지인들을 포함해서 400여 권을 발송했습니다. 동인 회원에게 '빨리 페이지를 넘기고 싶었다'는 말과 문학과 거리가 있는 분으로부터 '눈물을 흘리며 읽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글을 쓴 사람으로서 자부심과 긍지가 느껴졌습니다. 긴 세월 동안 소설을 쓰고 있었냐는 감탄의 말을 들었습니다. 당연히 축하의 말은 많이 들었지만, 작품을 평하는 분들은 많이 없어서 아쉽기도 했습니다."

    ▲ 늦깎이로 소설집을 낸 작가가 됐는데, 창작을 이어가는 이유가 있다면.

    "직장인들이 업무가 끝나면 운동을 하거나, 취미 활동을 즐기는 것처럼 소설을 쓰는 일도 그러한 행위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이나 예술이 특별한 활동이 아니고 건강을 위한 운동이나 자기 만족과 즐거움을 얻기 위한 취미활동처럼 내가 좋아하고 즐거운 일이어서 꾸준히 쓰고 있을 뿐입니다. 그렇게 쓰다 보니 한 번쯤 책으로 묶어볼까 하는 생각에 도달했습니다. 전업 작가의 길을 선택했다면 글로 독자에게 평가와 선택을 받아야 해서 부담이 앞섰을 겁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나를 위한 글쓰기로 시작해서 오히려 부담 없이 글을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 고향 장흥에 정착해 창작활동을 하는 게 작품에 영향을 주는지.

    "고향이어서 특별히 창작 활동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서도 창작의 영감을 얻고, 시골이나 고향의 사람과 사물과 풍광에서도 영향을 얻습니다. 다만, 제가 느끼지 못할 뿐 고향의 자연과 환경이 창작에 영향을 끼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고향의 다른 작가들은 장흥에 천관산을 비롯한 명산과 득량만 바다가 있어서 도시에서 얻은, 시골에서 얻은 창작의 영감에 도움을 준다고 얘기합니다."

    ▲ 한국 근현대문학의 기라성 같은 작가들의 탄생지이자 창작촌인 '문향 장흥'에 대한 자부심도 남다를 것 같은데.

    "고향인 장흥에 거주하면서 특별한 자부심은 느끼지 못하지만 타지역 출신을 만나거나, 타지역에 갔을 때 장흥 문학의 특별함에 대한 궁금증을 질문 받습니다. 장흥의 향토사학자들의 얘기로는 장흥읍을 관통하는 탐진강을 따라 경관 좋은 곳에 자리한 일곱 곳의 정자(亭子)에서 시서화(詩書畵)와 가락을 즐겨했던 것에서 찾기도 합니다."

    ▲김형종 작가는 고향 장흥에서 살며 농사일도 하고 이웃들을 만나며 자연 속에서 작품을 구상하는 영감을 얻는다고 밝힌다.

    ▲ 소설가·공직자·농부 등 1인 3역을 하며 보다 삶의 공간과 스펙트럼이 넓고 두터운 창작 여건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글을 쓰는 것, 직장에 다니는 것, 그리고 농사를 짓는 것이 모두 글을 쓰는 것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글을 쓰는 것을 1년에 몇 편을 써야겠다는 계획을 세우지 않고, 직장 일은 출근해서 최선을 다해서 근무하고 퇴근시간 되면 망설임없이 퇴근합니다. 날짜와 시간이 정해진 업무도 시간의 분배를 잘하면 퇴근 시간 이후에 업무에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농사는 600여 평이지만 내가 힘들지 않을 만큼만 짓습니다. 땅을 쉬게 하면 다음 해 농사 때 더 많은 수확을 얻을 수 있어서 결코 쉼이, 쉼이 아닌 것을 배웠습니다. 결국 세 가지의 일이 부담스럽지 않고 즐거운 일이어서 창작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 지역 문학단체와 동호인 모임에서 만나는 동료 문인들의 고민이 있다면.

    "직장은 밥벌이를 위한 곳이어서 첫 번째 비중을 갖는 것이고, 글 쓰는 것과 농사를 짓는 것이 그 다음입니다. 글은 언제든 쓸 수 있지만 농사는 그 시기를 잃으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시기를 맞추려다 보니 농사에 더 치중하게 돼 문학단체나 동호회에 참석을 많이 못 하는 형편입니다. 모두가 즐거운 일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생각은 어제보다, 지금보다 더 좋은 작품을 쓰고자 하는 고민과 노력입니다."


    ▲전남문인협회 소설분과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김형종 작가는 문학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창작의 불씨를 더욱 살려내고 있다고 말한다.

    ▲ SNS와 영상 매체의 발달로 문학이나 예술이 점차 그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아무리 미디어가 발달해도 아날로그를 지향하는 계층은 존재합니다. 세상의 흐름이 빨라지고 필요한 것을 쉽게 얻을 방법은 다양하지만, 아날로그만의 매력과 맛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길을 내가 운전할 때 눈에 보이는 풍경과 옆자리에 앉아 지나갈 때의 풍경이 다르게 다가옵니다. 이것이 그 차이를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문득 주마간산(走馬看山)이 떠오릅니다."

    ▲ 발문에서 "책과 사람에게 배우지 못한 것을 밭농사 600여 평을 지으며 새롭게 눈을 뜨는 중"이라고 강조한 의미가 있다면.

    "책은 글쓴이의 표현에 나의 감정이 없고, 사람과의 관계는 상대성이 있어서 상황과 여건에 따라 조금씩 달리 다가오지만 자연과 농사는 어떤 환경에서도 늘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같은 모습을 오래도록 만나고 경험하면 문득 새로운 것이 눈에 들어오는데 그것은 책보다 사람보다 훨씬 신비롭습니다. 책과 사람과의 조화가 자연이고 경이로워서 창작의 모티브로 다가오거나 디테일을 채워줍니다."

    ▲ 앞으로 창작활동 계획이 있다면.

    "다양한 경험과 즐거움을 위해 올해는 구상해 놓은 장편 동화와 몇 편의 단편소설을 써보려 합니다. 내년에는 다시 소설에 집중해서 장편소설에 도전하고 정년 이전에 한 권의 소설집을 더 발간할 예정입니다. 정년 이후에도 글을 쓰겠다는 생각은 변함없으나 구체적인 계획은 차후 생각해볼 예정입니다."

    ※ 소설가 김형종

    ▲김형종 작가 캐리커쳐

    - 1966년 전남 장흥 출생
    - 1993년 호남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 2002년 남도예술대학 수료
    - 2009년 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 중퇴
    - 2001년 계간 문학춘추 소설부문 신인상 수상
    - 2005년 장흥군 주최 제2회 전국 시조·가사문학 작품 공모 은상 수상
    - 2007년 담양군 주최 전국 가사·시조 창작공모전 우수상 수상
    - 2012년 행정안전부 주최 제 15회 공무원문예대전 소설부문 동상 수상
    - 現 이삭문학회·별곡문학회·장흥문인협회 회원
    - 現 전남문인협회 소설분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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