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곳곳을 라이터 불로 지지고, 항문에 물건을 넣으라고 강요하는 등의 가혹행위를 저지른 동창생을 살해한 10대가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형사2부는 중학교 동창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9살 A군에게 징역 장기 5년, 단기 3년을 선고했습니다.
A군은 숨진 중학교 동창 B군에게 괴롭힘을 당한 '학교폭력 피해자'였습니다.
공소 사실에 따르면 당시 B군은 또 다른 친구와 A군의 집에 찾아와 집이 더럽다며 냄비에 물을 받아 거실과 방에 뿌린 뒤 물을 닦으라고 강요했습니다.
또 A군의 머리카락을 일회용 면도기와 가위로 자르고 A군의 성기와 음모, 머리카락, 귀, 눈썹 등을 라이터 불로 지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심지어 A군이 옷을 벗게 한 뒤 자위행위를 시키고, 항문에 물건을 넣으라고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A군의 입에 강제로 소주를 들이붓는 등 3시간여 동안 가학적인 행위를 이어갔고, 결국 A군은 옆방에 물건을 가지러 가게 된 틈을 타 주방에 있던 흉기로 B군을 찔러 살해했습니다.
A군 측은 법정에서 "지적장애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을 진단받고, 신경정신과 처방 약을 먹던 중 사건 당일 피해자의 강요로 다량의 음주까지 해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했다"며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A군이 수사기관 조사에서 '사건 당일 심하게 괴롭힘을 당하면서 정말 극한으로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차올랐다', '괴롭힘을 당하던 중간중간 계속 B군을 흉기로 찔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점 등을 들어 고의성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심신미약 주장에 대해서는 A군이 신경정신과 처방 약을 먹은 채 피해자의 강요로 상당량의 소주를 마신 점은 인정하면서도, 사건 경위를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기억한 점으로 미루어보아 변별능력과 행위통제능력을 상실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이 형사공탁을 했으나 피해자 유족이 수령을 거절하는 등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자의 부친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다만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이전부터 지속해서 괴롭힘을 당해왔고, 형사고소를 하는 등 문제를 제기했었으나 피해자의 괴롭힘 행위를 제지할 만한 조치를 받지 못한 채 오히려 더 심한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어 가족, 학교, 경찰 등에 이를 알리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사건 당일 피해자가 단순히 폭행을 가하는 정도로 괴롭히는 것을 넘어 3시간에 걸쳐 인격 말살에 이를 정도의 폭력과 가혹행위를 가했다"며 "범행 동기에 상당한 정도로 참작할 만한 사정이 인정되는 점과 우발적으로 저지른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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