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국고로 건강보험재정의 20%를 지원하도록 규정한 법을 내년에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3년 연속입니다.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2025년도 예산안 자료에 따르면, 건보 가입자에 대한 내년 국고지원금은 일반회계와 건강증진기금을 합쳐서 12조 6천억 원으로 편성됐습니다.
올해 국고지원금(12조 4,284억 원)보다 겨우 1,716억 원이 느는 데 그쳤습니다.
건강보험 가입자에 대한 국고지원 비율로 따져보면 올해와 같이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4.4%에 그쳤습니다.
이번에도 '20% 상당 금액' 지원이라는 법정 기준에 미달했습니다.
물론 국회에서 정부예산을 심의하기 전이라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변화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윤석열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로 봤을 때 정부안대로 굳어질 공산이 큽니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도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임기 첫 번째 예산에 이어 두 번째, 세 번째 예산을 편성하면서도 건보 재정에 대한 법정 국가지원책임을 다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에 따라 정부는 2007년부터 해당 연도 '건보료 예상 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일반회계에서 14%, 담뱃세(담배부담금)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에서 6%를 각각 지원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역대 정부를 통틀어 지금까지 이렇게 법으로 정해진 국고지원 비율을 지킨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시절에 평균 지원 규모는 각각 16.4%와 15.3%, 14% 등으로 오히려 갈수록 떨어졌습니다.
역대 정부는 보험료 예상 수입액을 적게 잡는 등의 편법을 써가며 연례적으로 축소 지원해 왔습니다.
즉, 해마다 예산을 짜면서 건보 지원 규모 추계 과정에서 보험료 예상 수입액을 산정하는 보험료 인상률과 가입자 증가율, 가입자 소득 증가율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과소 추계하는 식으로 건보료 예상 수입액을 적게 잡아서 국고지원금을 하향 조정했습니다.
건보재정에 대한 국고 지원 규정의 실마리는 2000년 의약분업 시행 때 만들어졌습니다.
의약분업에 반발해 집단 휴진에 들어간 의사들을 달래려고 의료수가(의료서비스 제공 대가)를 올리면서 건보재정이 악화했고, 그러자 2007년부터 건보에 대한 국고지원 법률 규정을 만들어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규정은 일몰제(日沒制: 법률이나 각종 규제의 효력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없어지도록 하는 것)로 운영되며, 2016년 12월 31일 만료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1년간 한시적으로 연장된 뒤 2022년 12월 31일까지로 다시 5년 더 늦춰졌습니다.
그러다가 국회에서 여야가 법 개정에 실패하며 더 연장되지 못하고 2022년 말 일몰됐습니다.
그렇지만 지난해 3월 여야가 건보 국고 지원을 2027년 12월 31일까지 5년 더 연장하는 내용의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 개정안에 합의하면서 가까스로 살아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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