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지난 6일 러시아 쿠르스크주(州)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면서 예상치 못한 급습에 당황한 주민들이 집을 버리고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하고 있습니다.
밤새 지하실에 웅크려 숨거나 속옷 바람으로 도망가야 했던 쿠르스크주 지역 주민들은 정부가 전쟁 상황을 제대로 공유하지 않아 속수무책으로 도망쳐야 했다고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1일(현지시간)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외국 군대의 침공을 경험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공포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국경에서 30㎞ 이상 떨어진 곳까지 진격해 쿠르스크주의 소도시 수드자와 주변 여러 마을을 장악했습니다.
온라인에는 우크라이나군이 수드자의 정부 건물에 내걸린 러시아 국기를 찢는 모습이나 수십구의 러시아군 시체가 들판에 흩어져있는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이 지역의 아파트는 파괴되고 건물은 무너졌으며 식량과 식수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텔레그래프는 이런 현지의 상황이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 침공 당시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던 모습과 유사하다고 짚었습니다.
허를 찌른 공격에 당황한 러시아 주민 수만 명은 소지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피란길에 올라야 했습니다.
텔레그램에 올라온 영상에서 수드자 지역의 한 주민은 "몇 시간 만에 도시가 폐허가 됐다"며 "땅과 집을 잃었고 속옷 바람으로 도망쳐야 했다"고 호소했습니다.
강을 헤엄쳐 도망가야 했던 주민들도 있었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노인과 장애인들은 남겨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대피 버스에 탑승한 한 여성은 또 다른 영상에서 우크라이나의 공습을 피하기 위해 밤새 지하실에서 웅크리고 있어야 했다며 "모든 것이 불타고 있었고 드론과 미사일이 날아다녔다"고 전했습니다.
러시아 언론들은 국경 지역에서 탈출하는 사람들을 위해 20곳의 대피소가 설치됐지만 순식간에 수용인원이 꽉 찼다고 보도했습니다.
공포에 질린 주민들은 정부의 대처에 분노를 표했습니다.
한 주민은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에 "왜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TV에서는 계속해서 '긴급상황'이라고 말하는데 외국군 탱크가 우리나라 땅에 들어왔는데 무슨 긴급상황이라는 말이냐? 이건 이미 전쟁"이라고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또 다른 주민은 텔레그램 영상에서 러시아 군대가 나라를 보호하지 못했다고 비판했고, 러시아군을 향해 "부패하고 엉망진창"이라는 비난도 퍼부었습니다.
한편에서는 "우리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는 줄 알았는데, 그들이 우리를 점령했다"는 한탄도 나왔습니다.
반면, 우크라이나에서는 모처럼 만의 승리를 자축하는 분위기입니다.
텔레그래프는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에 당한 만큼 되갚아주고 온 군인들을 축하하며 응원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우크라이나는 정의를 회복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며 침략자에게 필요한 압박을 가할 것임을 약속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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