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3주년을 두 달여 앞둔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 정상이 내놓은 새해 대국민 메시지는 극명한 대조를 이뤘습니다.
전쟁이 시작되면 사흘도 버티지 못할 것이란 전망과 달리 역습에 성공했으나 러시아군을 완전히 몰아내지는 못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흔들림 없는 단결과 저항의지를 호소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방영된 20분 분량의 영상 연설에서 "우리 각자는 지난 한 해 싸우고, 노동하고, 기다리고, 돕고, 살아가면서 올해를 기대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적들이 얼마나 많은 미사일을 쏘더라도, 얼마나 많은 포탄과 공격이 있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일어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우크라이나에서의 졸전과 용병들의 무장반란으로 체면을 구긴 채 올해 3월 러시아 차기 대선을 앞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쟁 관련 언급을 최소화하는 모습이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짚었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신년 메시지는 4분 분량이었고, 매년말 진행됐던 러시아 대통령 연설과 유사한 포맷으로 꾸며졌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모든 러시아인 가정에 좋은 일만 있기 바란다"면서 "우리는 하나의 나라이자 하나의 큰 가족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파병된 러시아군 장병들에 대해선 "진실과 정의를 위한 전투의 최전방에 선 우리 영웅들"이라고 간략히 언급하는 데 그쳤고, 우크라이나나 서방은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NYT는 작년 한 해 바흐무트 등지에서 죽어간 수만 명의 러시아군 병사들과 관련한 내용도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이번 연설은 러시아 국민에게 정상 상태라고 안심시키는 신호를 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풀이했습니다.
그러면서 1년 전 푸틴 대통령이 내놓았던 신년 메시지는 우크라이나 북서부에서 패퇴한 것에 격분해 서방이 러시아를 약화시킬 목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이용한다고 규탄하는 등 극명히 다른 분위기였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이 같은 내용으로 신년 연설을 구성한 건 대다수 시민의 일상을 무너뜨리지 않고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충분히 지속할 역량이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해석됩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을 국경 바깥으로 몰아내겠다며 올해 6월 이른바 '대반격' 작전을 개시했지만 겹겹이 구축된 러시아군 방어선에 막혀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전쟁 장기화와 소모전으로 서방이 원조한 무기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우크라이나군 일부 부대가 포탄과 탄약 부족에 시달린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29일 키이우 등 주요 도시들을 겨냥해 개전 후 최대 규모의 공습을 감행했는데, 우크라이나와 달리 전쟁지속능력에 여유가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목적도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됩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흑해함대 소속 상륙함을 파괴하고 전투기 5대를 잇따라 격추한 데 이어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를 포격하는 등 저항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신년 연설에서 "우리 적들은 우리의 분노가 어떤 것인지 반드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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