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탐·인]박은지 관장이 시골 마을에 '갤러리' 연 사연
KBC는 기획시리즈로 [예·탐·인](예술을 탐한 인생)을 차례로 연재합니다. 이 특집 기사는 동시대 예술가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간과 삶, 세상의 이야기를 역사와 예술의 관점에서 따라갑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소통을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 농촌 골목으로 파고 든 '갤러리 아트14'
전라남도 화순군 능주면은 농촌 시골 동네입니다.
이곳 능주면 소재지에는 동네를 가로지르는 좁은 길을 끼고 양방향으로 상점들이 늘어 서 있습니다.
마트와 정육점, 분식집, 과일가게, 호떡집, 금방, 방앗간, 약국, 중식당, 철물점, 양품점, 농협, 보건소, 그리고 전통시장이 뒤쪽에 자리합니다.
여느 시골 면 단위 골목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풍경들입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낯설다 못해 전혀 이질적인 간판이 눈길을 잡아끕니다.
'갤러리 아트14'가 바로 그곳입니다.
심지어 작은 글씨지만 영어로 표기돼 있는가 하면 행사 포스터나 프랑 카드의 제목은 아예 영문일 때도 있습니다.
이런 시골 골목 상점들 사이에 비집고 들어선 갤러리, 즉 '미술 전시장'입니다.
흔히 갤러리는 대도시 중심가에 밀집하기 마련입니다.
관람객, 손님을 찾아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이나 대학가, 교통 요지에 자리 잡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최근 경기침체로 광주광역시 예술의 거리에 있는 화랑이나 갤러리들도 수년간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이 미술시장의 현실입니다.
그런데도 광주에서도 한 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의 농촌 한복판에 야심차게 갤러리를 연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
이 대목에서 궁금해집니다.
사실 갤러리 아트14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전시홍보 문자 1통을 받아서입니다.
'강경록 초대 개인전-이야기'의 문자가 눈길을 끈 것은 두 가지 이유였습니다.
초대된 작가가 지역 미술계에서 익숙하지 않은 '경상도 화가'인데다 장소가 '화순군 능주면'인 것도 이색하게 다가왔습니다.
◇ 미학미술사학 전공한 전시기획 전문가
화제의 갤러리 아트 14를 화순군 능주면 죽수길 82에 개관한 인물은 박은지 관장입니다.
박 관장에게 대뜸 첫 질문으로 '언제 어떻게 이 갤러리를 개관을 하게 됐는지'를 물었습니다.
"갤러리는 2019년 5월에 담양에 개관을 했었는데 이곳 능주로 옮겨온 것은 1~2년쯤 됐습니다. 전체 24평 정도 됩니다. 제가 문화예술계 쪽에 계속 몸 담고 있다 보니까 (능주가) 조광조의 유배지이기도 하고, 음악가 정율성이 어린 시절을 보내며 다녔던 능주초등학교도 있어서 그러한 문화예술적 콘텐츠가 많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음악이나 역사, 문화 그런 쪽으로 좀 활성화하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자연스럽게 능주로 이사 오게 됐습니다."
미학미술사 박사과정을 수료한 박 관장은 이 업계에선 제법 알려진 큐레이터로서 전시기획 전문가입니다.
갤러리 아트14의 '14'가 무슨 의미인지를 묻는 질문엔, '아폴로 13호' 얘기를 꺼냈습니다.
"우주선 13호가 지구로 돌아오지 못할 뻔했는데 우주에서 휴지로 환풍구를 막아가지고 돌아왔다고 그래요. 그래서 과학이 엄청나게 어려운 지식이 있어야 되는 게 아니라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가지고 살아 생환해 온 것처럼 새로운 미래를 향해서 가니까 앞으로 다음의 숫자가 이제 14잖아요. 그래서 그런 뜻도 있었습니다."
미술전문가인 박 관장이 '우주선' 얘기를 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담양에 있었을 때 저희 아버지(박종철 천문학박사·전 담양성암수련원장) 집에 갤러리를 처음에 하려고 했는데 그곳이 14번지였거든요. 번지수 느낌도 있고 그 다음에 담양에 처음 갤러리를 했었을 때가 14평이었어요. 작품도 14점으로 승부를 하자는 그런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 경상도 화가의 '거창한' 전라도 봄나들이
이번 전시회에 '경상도 화가' 강경록 작가를 전라도 능주 시골로 초대한 인연도 흥미롭습니다.
강경록 작가는 경남 거창에 주로 거주하며 서울과 해외를 넘나들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는 도시적 감성의 현대미술 작가입니다.
강 작가가 15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전남 화순 능주에서 전시회를 열게 된 것은 2023년 프랑스 파리 전시 중 만난 갤러리 아트14와 인연으로 엮어졌습니다.
갤러리 아트14가 전라남도의 후원으로 루브르박물관 전시를 할 때, 바로 옆에서 갤러리 미쉘과 함께 강경록 작가는 국제무대에서 시선 끄는 수작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귀국 후 한국에서 잠시도 쉬지 않고 또다시 작품에 몰입하여, 2024년에도 프랑스에서 전시를 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화순 능주의 갤러리 아트14에서 전시회를 열게 된 것입니다.
강경록 작가는 경상남도 출신으로 동의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한국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2010년 한국구상대전- 회화부문 대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박 관장은 강경록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하여 이렇게 평합니다.
"강경록 작가는 색채를 명확하게 하면서도 감성적인 요소가 섬세한 구성으로 가미된 진취적 색조의 예술세계를 펼쳐가고 있습니다. 2023년 말부터 서울아트쇼(코엑스), 2024년그랜드아트페어(신라호텔), 선정갤러리 초대개인전(서울)을 가졌습니다. 지난 5~7일에 프랑스 파리 카루젤드 루브르 아트쇼핑 아트페어에 출품해 다녀왔습니다. 이번 갤러리 아트14 초대개인전은 33회째의 개인전으로 영호남 교류차원의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 능주 전시회에서 강 작가는 '이야기'를 통해 경상도 화가가 전라도 시골에 와서 전시회를 하고 있다고 들려줍니다.
강 작가의 '이야기'는 도시 속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소외나 외로움이 있는데 그런 것들 속에 깃든 여러 가지 사연들입니다.
삶이 항상 전화위복의 그런 기회를 삼을 수 있는 희망을 바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집약됩니다.
◇ 사전에 예약해야만 전시장 관람 가능
갤러리 아트14의 관람객은 주로 주변 사람들입니다.
물론 광주나 나주, 화순, 담양 등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인근 학교 선생님이나 퇴직하신 분들, 문화예술에 관심 있으신 컬렉터들이 나주 등 광주·전남 인근에서 찾아옵니다.
또 하나 이곳 갤러리의 특징은 예약제 관람입니다.
박 관장이 업무 차 자리를 비울 경우 예약을 하면 아버지 박종철 박사가 담양에서 기꺼이 이곳에 나와 문을 열어 주어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냥 오시면 볼 수가 없고요. 미리 연락 전화를 주시면 저희 운영위원장이신 아버지가 언제든지 2시간 이내에 오셔가지고 문 열어드릴 수 있습니다. 제가 따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큐레이터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박 관장은 갤러리 아트14에서 '청년작가초대전-포근한 고요', '청룡 세화전-Powerful Dragon' 등의 기획전과 초대전을 선보여 왔습니다.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와 전남대문화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조선대대학원 미학미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그동안 의재미술관, 전북도립미술관, 갤러리 리채, 아시아문화개발원, 광주문화재단 등에서 주로 전시기획자로 활동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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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미술사 전공한 전시기획 전문가로 활동
담양서 첫 개관 후 2년 전 화순으로 이전
광주·나주·담양 등 '예약 관람객' 발길 닿아
"능주의 역사문화 배경·자원 가치 키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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