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별·이]"저를 모르면 외지 사람이죠"..'광주 본량동 인간문화재' 나종복 주무관

    작성 : 2024-02-10 09:27:10
    16살에 고향 면사무소 사환으로 첫발, 38년째 공직
    본량동에서만 18년 근무..52개 마을 닳도록 누벼
    소외계층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 앞장, 시인 등단도

    '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 광주광역시 광산구 본량동행정복지센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나종복 주무관. 사진 : 필자


    광주광역시 광산구 본량동은 용진산과 어등산 등 아흔아홉 봉우리를 품에 안은 고즈넉한 농촌마을입니다.

    드넓은 본량 들녘과 맑게 흐르는 황룡강과 평림천, 시원스레 뻗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으뜸입니다.

    그리고 용진정사와 입석마을의 선돌, 송천 양응정 묘역, 범세동 묘역은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으로 꼽힙니다.

    특히 본량동 행정복지센터에는 '본량동 인간문화재'라 불리는 공무원이 있습니다.

    주민등록업무를 담당하는 53살의 나종복 주무관(7급)이 그 주인공입니다.

    ◇ "목소리만 들어도 누구인지 금방 알아"

    16살에 고향 본량 면사소(現 행정복지센터) 사환으로 첫 임용돼 37년 7개월째 공직 생활을 하고 있는 나종복 주무관.

    본량동에서만 세 번째 부임해 18년째 근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본량동 인간문화재'라는 애칭을 얻게 된 것도 토박이로서 누구보다 지역의 속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기 때문입니다.

    본량동 28통 52개 마을 가운데 가보지 않은 곳이 없으며, 관내 논밭과 산, 강을 신발이 닳도록 누벼왔습니다.

    ▲본량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주민등록업무 중 주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나종복 주무관. 사진 : 본량동 행정복지센터


    현재도 주민등록 업무로 주민들과 직접 소통하기 때문에 목소리만 들어도 누구인지 금방 알 정도입니다.

    그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고향 본량동을 누구보다도 사랑합니다.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지기 집 셋째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주변이 온통 산이어서 나무 타기를 좋아하고 땅굴을 만들어 그 속에서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을 즐겼습니다.

    그런데 13살 때 아버지가 병환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뜨면서 가정 형편이 어려워졌습니다.

    중학교 졸업 후 신문 배달과 중장비 학원에 다니며 생활 전선에 나서야 했던 나 주무관.

    다행스럽게 친척의 주선으로 면사무소 사환이 되었고, 이어 1986년 특별 채용됐습니다.

    ▲'빛고을 한사랑' 회원들과 함께 독거노인의 집수리 봉사를 하는 모습. 사진 : 빛고을 한사랑 제공


    그는 일찍이 사회단체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4H(Head·Heart·Hand·Health) 활동과 새마을문고 활동에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1997년부터 현재까지 봉사단체 '빛고을 한사랑' 동호회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기도 합니다.

    이제는 '빛고을 한사랑' 대표를 맡아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 "고향으로부터 큰 혜택 받아, 지역발전 위해 힘쓸 것"

    또한 그는 청소년 시절부터 문학에 소질을 나타내 내면의 행복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국어선생님이 시를 써오라고 숙제를 내주신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학교 정문 쪽을 향해 걸어가다가 문득 바라본 하늘과 주변 풍경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겁니다.

    "창공은 어디메 가고
    동백나무 향기 피운다
    할 일은 많은데
    세월은 어이하야 지나가실꼬,
    가을과 겨울 사이에" (시 전문)

    ▲'현대문예'지 추천 문학상 증서와 용아선생추모 백일장대회 입선 상장. 사진 : 필자


    선생님이 이 시를 보시고 칭찬과 함께 백일장에 나가보라고 권유했습니다.

    그는 이듬해 중학교 3학년 때 '무궁화'라는 시로 동상을 받았는데, 조회 시간에 전교생 앞에서 상장과 트로피를 전달받으며 뛸 듯이 기뻤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틈틈이 글을 쓰게 되었고 문학에 한층 정진하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제목없는 시'(1989), '이름없는 슬픔은 눈물이 되어'(1995) 등 시집 2권을 출간했습니다.

    2016년에는 현대문예지를 통해 정식으로 문단에 등단했습니다.

    아울러 최근에는 소설 공부를 시작해 글쓰기 영역을 넓혀가고 있으며, 시 낭송모임과 독서모임도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는 "고향 본량동의 농촌 현실과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소설로 써보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고향으로 받은 혜택을 돌려주기 위해 지역 발전을 위해 작은 일이나마 실천해보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나종복 #본량동 #빛고을한사랑 #인간문화재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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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금숙
      김금숙 2024-02-10 15:16:10
      친구님을 이곳에서 보다니
      놀랍습니다.
      고향지킴이 친구님이 있어 외지에 있는 우린 든든합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 김재경
      김재경 2024-02-10 09:47:16
      대단한 분이시군요
      건강과 좋은 시 더 써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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