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의 모습을 촬영한 민간인의 미공개 영상이 처음으로 공개돼 주목받고 있습니다.
27일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계엄군의 도청 앞 집단 발포 직전인 1980년 5월 21일 오전 10시부터 정오 무렵까지 시민 문모 씨가 촬영한 6분 분량의 8㎜ 필름 영상입니다.
당시 충장로 1가에 직장을 둔 25세 청년 문씨는 직장 주변에서 본가가 있는 동명동까지 이동하며 촬영했습니다.
최근까지 잊고 지내다가 아버지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필름을 발견해 5·18 기록관에 기증했습니다.
그의 영상에는 금남로에 있던 시위대와 시민들의 모습, 계엄군과 대치 상황, 항공을 선회하는 헬리콥터와 군용 수송기(C-123) 등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이를 통해 집단 발포의 전조였던 실탄 분배, 대열 정비 등 선행 과정을 보다 명확하게 복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록관 측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 영상에는 당시 구용 광주시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시민들을 설득하려다 야유받고 내려오는 장면, 아세아자동차에서 시민들이 몰고 온 장갑차, 시신 손수레를 끝까지 지키려는 시민들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최루탄 발사 이후 시위대가 돌과 화염병을 던지는 반격의 모습 등 기존의 파편화된 영상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장면도 포함돼 있습니다.
기록관 측은 해당 영상은 집단 발포 전후의 정황을 시간 순서에 따라 구체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각 자료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를 통해 계엄군 측 진술의 진위나 영상 조작 의혹을 교차 검증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5·18 기록관 관계자는 "기존의 대부분 영상이 도청에서 시위대를 바라보는 계엄군의 시선에서 제작됐지만 이 영상은 시민 내부에서 바라본 장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향후 5·18 진상규명 과정에서 핵심 증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영상 속 인물과 시신 수습 장면은 실종자 및 희생자 규명에도 실질적인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영상 촬영자인 문씨 역시 "(당시) 필름이 더 많이 있어서 중요한 상황을 더 찍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며 "이 필름이 진상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