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교수가 퇴임식에서 수여되는 대통령 훈장을 거부했습니다.
"받는 사람도 자격이 있어야 하지만 주는 사람 역시 그 '자격'이 있어야 한다"는 일침입니다.
김철홍 인천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28일 '정부의 훈·포장을 거절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이름으로 수여되는 정부 훈장을 거절하게 된 배경을 밝혔습니다.
33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김 교수는 근정훈장 수여 대상자입니다.
김 교수는 "며칠 전 대학본부에서 32년의 교수직 근무에 대한 공로를 인정해 훈·포장을 수여하기 위한 교육부에 제출할 공적 조서를 작성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공적조서 양식을 앞에 두고 여러 생각이 거쳐 갔다"고 전했습니다.
"먼저 든 생각은 '대학 선생으로 내가 한 일들이 어떤 가치가 있었기에 훈장을 받아도 되는가'하는 고민이었다"고 밝힌 김 교수는 "30년 이상 시간이 지나면 받게 되는 공무원, 교원, 군인들의 훈·포장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에 대한 답이 시원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적었습니다.
이어진 고민은 '주는 사람'에 대한 것이었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습니다.
그는 "훈·포장은 국가가 개인의 공로에 대해 수여하는 것이라는 그 수여자는 국가가 돼야 하는데 증서에는 대한민국 대통령 OOO이라고 표기된다"며, "'대통령 윤석열'이라고 날인된 훈장을 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에 훈·포장을 받더라도 내 조국으로부터 아니면 정상적으로 나라를 대표할 가치와 자격이 있는 대통령에게 받고 싶다"고 꼬집은 김 교수는 "지금 나라를 양극단으로 나눠 진영 간 정치적 이득만 챙기는, 국가가 아닌 '동물의 왕국'이 돼 가고 있는 나라와 민중의 삶은 외면한 채 자신의 가족과 일부 지지층만 챙기는 대통령이 수여하는 훈장이 우리 집 거실에 놓인다고 생각하니 몸서리가 친다"고 강조했습니다.
노동 건강권 연구·수호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김 교수는 노동자를 위한 산재 단체 '건강한 노동세상'의 대표를 역임했으며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장을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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