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시달리다 마트에서 도둑질을 한 80대 노인이 6·25전쟁 참전 용사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주고 있습니다.
부산진경찰서는 지난 4월부터 5월 초까지 한 달여 동안 부산시 금정구의 한 마트에서 7차례에 걸쳐 젓갈과 참기름, 참치캔 등 8만 3천 원 어치 반찬거리를 훔친 혐의로 80대 후반 남성 A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습니다.
범죄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CCTV 분석을 통해 범행 장면을 확인하고 주소지를 파악해 A씨를 검거했습니다.
A씨는 "당장 쓸 수 있는 돈이 부족해서 물건을 훔쳤다"며 "죄송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6·25전쟁 참전 유공자로 확인된 A씨는 1953년 전쟁 마지막 해에 참전했다가 제대한 뒤, 30여년간 선원 생활 등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왔습니다.
이후 자녀들이 독립하고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낸 뒤에는 홀로 살며 정부에서 주는 60여만 원으로 한 달을 생활해 왔습니다.
A씨는 나이가 들어 이가 약해져 밥을 먹을 때 참기름이나 젓갈 등이 필요해지자, 마트에서 반찬을 훔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은 사건이 경미한 데다 A씨가 생활고 등을 겪은 점을 고려해 A씨를 즉결심판 청구할 방침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건을 계기로 부산진구 내 거주하는 국가유공자 중 홀몸노인 15가구를 경찰이 방문해 말벗을 해드렸다"면서 "다리에 총상을 입어 거동이 불편한 분 등도 있었는데 적절한 돌봄과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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