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조 칼럼]나무와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

    작성 : 2023-06-22 15:49:20
    ▲김옥조 KBC 선임기자
    퇴근하고 간단한 저녁식사를 마치면 가볍게 산책을 나간다. 주로 집 근처의 소공원으로 나가 걷기를 반복하곤 한다. 그때마다 아내도 함께 나선다.

    지난봄 잠시 아내의 몸이 불편해 주말마다 함께 걸었던 나들이를 계속하지 못할까 걱정했었다. 이제는 거의 정상으로 회복되어서 나란히 걷는 퇴근 후의 일상이 즐겁고 고맙다.

    우리가 자주 오르는 곳은 집 앞산이다. 흔한 말로 동네 동산에 오르는 것이다. 광주에서는 ‘양림동산’으로 알려진 야트막한 산이다.

    동쪽으로 호남신학대, 남쪽으로 수피아여중·고, 서쪽으로 석산고, 그리고 북쪽으로 우리가 사는 아파트 단지가 이 동산을 둘러싸고 앉아있다.

    지금은 정상부에 이르는 길 양옆으로 꽃과 나무 등을 식재하고 운동기구들도 갖추어 인근 주민들이 즐겨 찾는 마을 소공원으로 가꿔 놓았다.

    유월이 한창인 지금 이곳 소공원에는 녹음이 우거지는 아래로 초여름 꽃들이 피어나 우리를 반긴다. 금계국과 수국, 클로버, 그리고 야생화가 지천에 널려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공원 정상부에 이르면 익숙한 꽃향기가 몸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짙푸른 잎사귀 위로 활짝 피어난 치자나무 하얀 꽃이다.

    내게 치자나무와 꽃은 유년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더욱 ‘반가운 수목’의 하나이다. 조경용으로는 흔하게 보기 어려운데 이곳에서 나만의 호사를 누리는 셈이다.

    ◇ 치자꽃 향기 나는 유월의 산책길

    ▲어린시절 집 안에서 자주 봤던 치자나무는 그것에 얽힌 추억이 많아 누구에게나 반가운 나무이자 꽃이다. 사진은 천염염색작가 한광석씨가 최근 보내온 치자꽃

    유년시절 시골집 뒤켠 장독대 곁에 자라던 치자나무에 대한 추억이 많다. 우선 매년 늦은 봄이나 초여름 사이에 하얗게 피어나던 치자꽃은 늘 기억 속에 살아있다.

    또 가을이면 누런 황금색 치자열매를 따서 실로 꿰어 기둥이나 처마에 달아 말리던 어머니의 정성스런 모습도 눈에 선하다.

    치자의 물을 들인 상보나 옷감도 있었고 하얀 쌀가루에 치자로 노랗게 물을 들였던 무지개 떡의 색감과 맛도 그립다.

    이처럼 ‘나무(木)’ 한 그루에 우리는 인생의 흔적을 유·무형으로 걸어 놓곤 한다. 성장해 가면서 집 안팎에 기념식수를 심기도 한다.

    감나무, 밤나무, 대추나무 등 가용으로 가꾸던 유실수에 대한 추억과 기억이 누구에게나 대롱대롱 달려있을 것이다.

    동구 밖 노거수는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 역할을 한다. 당산나무는 동네 사람들이 섬기고 받드는 믿음의 대상으로 ‘신목(神木)’이기도 했다.

    지금은 수목장을 할 정도로 사람의 생노병사와 희로애락의 과정에서 나무의 존재는 위대하다. 도심 주거단지에 어떤 나무를 심느냐에 따라 집값이 달라질 정도로 나무가 우리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예나 지금이나 지대하다.

    인류의 역사와 문명 발전의 과정에서도 나무는 빼놓을 수 없는 대상이다. 의식주 전반에 걸쳐 나무 없는 인류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구상 동물은 대부분 식물인 나무에 얹혀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사람도 나무에 기대어 지금껏 살아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자연 속에서든, 문명사회 내에서든 나무는 인간의 생명을 유지해 주고 문명사회의 역사를 지탱해 주는 고마운 생명체임에 틀림없다고 하겠다.

    때문에 의식주는 물론 정서적, 심리적, 종교적, 예술적 측면에서 나무는 인류의 동반자나 다름이 없다고 하겠다. 나무를 아끼고 보살펴야 하는 이유이다.

    ◇‘아픈 나무 치료' 개정 법률 6월 28일 시행

    오는 6월 28일부터 이른바 ‘나무를 돌보는 법’이 보다 강화돼 시행된다. 나무가 병들거나 아픈 경우 반드시 전문가인 ‘나무의사’의 진단을 받아야만 치료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나무도 사람이나 가축, 애완동물처럼 전문가의 치료를 받고 법의 보호를 받도록 한 것이다.

    이번에 나무보호를 위해 개정된 법은 ‘산림보호법’이다. 이 법에서 나무병원의 수목진료 제도가 변경되어 발효된다.

    ‘산림보호법’ 제21조 9에 따라 ‘병든 나무의 진단과 치료는 나무병원에서만 가능’하도록 한 수목진료가 올 6월 28일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되게 된다.

    이 법에서는 ‘수목진료 사업을 하려는 자는 법인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나무병원의 종류별 기술수준ㆍ자본금 등의 등록기준을 갖추어 시ㆍ도지사에게 등록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나무병원의 등록을 하지 아니하고는 수목을 대상으로 수목진료를 할 수 없다’고 명시해 앞으로는 ‘나무의사’가 아니면 함부로 나무를 치료하는 행위를 금한 것이다.

    물론 대상은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산림에 서식하고 있는 수목과 산림이 아닌 지역의 수목으로 했다.

    또한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나무병원에 1년 이상 종사한 자에 대해 5년간 한시적으로 인정하던 나무의사 자격 인정이 사라진다.

    또 나무의사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기술 인력을 고용해 1종 나무병원으로 등록해야 한다.

    나무의사 자격시험 응시자격을 완화해 수목치료기술자의 실무경력 요건도 3년으로 완화된다.

    여기서 말하는 ‘나무의사’는 수목진료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나무의사 자격증을 발급받은 사람이다.

    수의사가 동물을 치료하는 것처럼 아프고 병든 나무을 진단·처방하고 치료하는 일을 하는 전문 직종인 셈이다.

    이와 함께 ‘수목치료기술자’는 나무의사의 진단·처방에 따라 예방과 치료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역시 자격증을 발급받은 전문가로 의사를 돕는 간호사와 같은 역할로 이해된다.

    이처럼 우리 생활 속 동반자인 나무도 법으로 정한 보호를 받으며 살아가는 세상이 되었다. 유럽의 선진국에 비해 늦은 감은 있지만 본격적으로 나무를 돌보며 함께 사는 사회에 진입한 것이다.

    2년 전쯤 ‘나무의사’ 자격시험 준비를 하던 후배의 말을 듣고 나는 ‘수목치료기술자’ 자격증을 취득에 도전했다.

    광주의 한 대학의 산림자원연구센터에 찾아가 한 학기 동안 열심히 수업을 듣고 실습을 한끝에 자격증을 땄다. 나무를 대하는 나의 최소한의 예의라고 할까.

    흔히 마을과 집 근처, 도로변 등 도심에 심어진 나무를 ‘생활수목’이라고 한다. 이런 나무들을 우리는 보호하고 가꾸며 살아감으로써 사람의 정주여건과 정서적, 자연적 효과와 이익을 배가시키려는 의도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도심 거리의 가로수나 대형 대학 캠퍼스나 학교, 관공서, 주거단지의 수목, 즉 나무들이 사람에 의해 함부로 베어지거나 꺾어지지 않도록 보호장치가 마련된 셈이다.

    언제 불러도 친근한 나무와 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이 기대된다. 이 제도의 정착을 위해 세인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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