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비는 여전하고, 타격은 달라졌다.'
KIA 타이거즈의 6월 질주를 말할 때 김호령의 이름이 빠질 수 없습니다.
동국대학교를 졸업하고 2015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0라운드 전체 102번으로 프로 막차를 탄 김호령은 데뷔 시즌 수비력을 인정받아 주전 중견수로 활약했습니다.
다음 해인 2016년 LG 트윈스와의 와일드카드 전에서는 끝내기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수비로 이름 석 자를 팬들 머릿속에 강하게 각인시켰습니다.
김호령의 수비 범위가 워낙 넓어 팬들 사이에서는 '호령존(Zone)'이라는 별명도 생긴 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리그 최상급 수비력을 가졌다는 평가에도 타격에서는 늘 물음표가 따라붙었습니다.
그의 통산 타격 성적은 711경기 타율 0.236 OPS 0.648.
어느덧 프로 11년차, 수비력 하나로 이 자리까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올해는 다릅니다.
안정적인 중견 수비는 물론 물오른 방망이로 타선에서도 제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올 시즌 개막 엔트리에도 들지 못하며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지난 4월 27일 1군 복귀 이후 팀 내 외야수 중 가장 많은 318⅓이닝을 책임졌습니다.
6월 한 달간 득점권 타율 0.300(20타수 6안타) 11타점을 기록하며 클러치 상황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며 공격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김호령의 수비와 타격의 비결은 뭘까.
지난 1일 SSG 랜더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KBC 취재진을 만난 김호령은 '요즘 웃는 모습이 많아져서 보기 좋다'는 질문에 "수비만 하다가 타격에서 타점도 (올리고) 하니까 확실히 다른 기분이라서 더 좋더라"며 "그래서 웃음이 나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김호령은 "실수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집중해서 한다"며 "(대)수비 나갔을 때는 좀 타이트한 상황이니까 실수를 안 하려고 최대한 연습도 많이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수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첫발 스타트'를 꼽으며 "타자들이 쳤을 때 스타트를 어떻게 하면 잘할까 이런 생각도 많이 하고, 계속 그런 연습을 하다 보니까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수비로는 정통한 김호령이지만 까다로운 타구도 있습니다.
"외야수들은 다 알겠지만, 정면 라인드라이브성 타구가 제일 어렵다"며 "타자가 타격하는 타이밍을 보고 (방망이) 앞에 맞았는지, 뒤에 좀 먹혔는지 모션으로 판단해 수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많은 호수비를 해왔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지난 2023년 4월 2일 SSG와의 경기를 꼽았습니다.
당시 김호령은 팀이 8대 3으로 앞서던 5회말 2사 1·2루 상황에서 SSG 박성한의 우중간 깊은 타구를 수십 미터를 달려 다이빙 캐치로 잡아냈습니다.

팀 동료들도 그 모습을 보고 놀랐습니다.
우익수를 보던 소크라테스는 김호령의 수비를 보고 두 손을 번쩍 들어올렸고, 투수였던 이의리는 머리에 두손을 올린 채 한동안 입을 닫지 못했습니다.
김호령은 "진짜 어려운 타구였다"며 "공이 많이 흔들려서 '잡기 힘들겠다' 싶었는데 잡아내 기분이 좋았다"고 회상했습니다.
수비 뿐만 아니라 타격에도 눈을 뜬 요즘엔 타석에 설 때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예전에 (타격이) 안 될때는 타석에서 많이 떨리고 그랬는데 지금은 자신감이 생긴 거 같다"며 "중요한 상황에서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여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 그냥 제가 할 거 하자라는 생각을 하니 덜 떨리는 거 같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김호령은 올 시즌 2루타 12개로 팀 내에서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리며 물오른 타격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2루타 머신 아니냐'는 취재진의 농담 섞인 질문에 고개를 저은 김호령은 "올해 운이 좋은 거 같다. 쳤을 때 좋은 코스가 많이 나온 거 아닐까"라고 웃어보였습니다.
이어 "장타 욕심은 없다. 어떻게 해서든 출루하려고 하고, 안타를 치려는 것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오랜 기간 2군에서 동고동락했던 선수와 함께 1군에서 활약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도 비결로 꼽았습니다.
그는 "(오)선우가 (1군에) 먼저 올라갔는데 그때 진짜 응원을 많이 했다. 마침 올라가자마자 홈런도 치고 그래서 좋았다"며 "함평에서 훈련 같이 하고 시합 같이 했을 때 그런 기분이 들었다. 서로 '잘하자, 잘하자' 얘기하다보니 그런 것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김호령은 올 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에 "좀 욕심이긴 하지만 2할 8푼 정도 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습니다.
이어 "3할은 무리일 거 같고 조금 더 잘한다면 2할 8푼까지 가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고 웃어보였습니다.
끝으로 오랜 시간 응원해준 팬들에게도 고마움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더운 날씨에도, 항상 평일에도 매진으로 야구장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며 "팬분들의 응원으로 더 (순위표) 위로 올라가도록 하겠다"고 인사했습니다.
※ KIA 타이거즈 김호령 선수 인터뷰 풀버전은 3일 'KBC뉴스' 유튜브 '케스픽'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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