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적 여건이 허락된다면 대학에 진학해서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어요"
지난 15일 야학 '나무와숲학교' 2025년도 1차 졸업식에서 학사모를 쓰고 빛나는 졸업장을 받은 고등반 김옥화 씨는 앞으로 계획에 대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조선족 교포인 김옥화 씨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1년 사이에 초·중·고 졸업자격 검정고시에 잇달아 합격한 화제의 인물.
1996년 3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전남 화순에 정착한 김 씨는 중국 연변 훈춘시 출신으로 그곳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쳤으나 학적 기록이 불명확해 학력을 인정받지 못해 부득이 검정고시를 치러야 했습니다.
◇ 야학 '나무와숲학교'에서 주경야독그녀가 불과 1년 남짓 사이에 초·중·고 졸업자격 검정고시에 잇달아 합격한 데에는 그녀의 불타는 학구열과 더불어 야학 '나무와숲학교'의 도움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나무와숲학교'는 화순지역 고령자와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문해교육과 초·중·고 졸업자격 검정고시 준비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20대 초반에 15살 연상의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화순군 동면 운곡리에서 시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살았습니다.

그녀는 "지인의 소개로 남편과 첫 맞선을 보고 키가 크고 덩치가 좋고 말수가 적어 내 이상형이라 생각해 금방 결혼을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딸을 낳고 5년 동안 힘든 농사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농지가 많지 않아 아무리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생활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딸이 커가면서 교육 문제가 큰 걱정이 되었습니다.
마침내 굳은 결심을 한 그녀는 남편에게 농사를 짓도록 하고 5살 딸을 데리고 읍내 직장에 출퇴근하다가 초등학교 6학년 때 교육을 위해 시골집을 나왔습니다.

◇ 16년 동안 정육점과 식당 등에서 막일그녀는 딸을 유치원에 맡겨두고 정육점에서 판매원으로 일하거나 식당에서 서빙을 하는 등 하루에 12시간씩 16년 동안 막일을 하며 생활비를 벌었습니다.
그러던 중 연로하신 시부모님과 병환으로 고생하시던 친정아버지가 3년 사이에 연속적으로 세상을 떠나자 큰 슬픔에 잠겼습니다.
게다가 생각만큼 생활 형편이 나아지지 않아 심한 우울증을 앓게 되었습니다.
"현실은 금방 뚝딱 나아지지 않았다. 현실에 절망을 느끼고 초등학교 4학년인 딸과 함께 극단적인 행동까지 생각했다. '엄마, 난 살고 싶어'라는 딸의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어서 계속 살아야 함을 뼈저리게 깨닫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2023 전국다문화가족 생활수기공모 우수작 '옥화인생찬가')고 아픈 기억을 수기에 적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서 어느덧 외동딸은 30살이 되어 대학을 졸업하고 광주에 있는 사회복지기관에 취업해 사회복지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심한 우울증 이겨내고 우뚝 일어서그동안 열심히 벌어서 모은 돈으로 화순읍내 아파트를 구입해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와 함께 살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그녀는 결혼이주여성으로서 한국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살아온 경험을 틈틈이 화순 지역신문에 글로 써서 발표해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내곤 했습니다.
그녀의 글을 읽은 주변 사람들은 "낯선 나라에 시집와서 고생이 많다"며 위로하는가 하면, "글이 감동적이다. 글쓰기에 남다른 재능이 있어 보이니 공모전에 출품해 보라"고 권유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그녀는 전국 다문화가족수기 공모전에 응모해 잇따라 큰 상을 수상하는 등 숨겨진 글솜씨를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부터 2023년 사이 4회에 걸쳐 전국 다문화가족수기 공모전 입선, 대상, 은상, 우수상 등 매번 수상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 진솔한 글, 독자에게 잔잔한 울림그녀는 "내가 쓴 글은 포장되지 않은 진솔한 글이어서 읽는 이들의 가슴에 잔잔한 울림을 주는 것 같다"고 자평했습니다.
그녀는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위해 2023년 화순문인협회에 가입하여 지역문인들과 교류하며 작가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동안 몸 쓰는 일을 했으나 앞으로는 다문화 이주민들의 애환을 주제로 글쓰고 강연을 하며 지내고 싶어요"라며, "다른 사람들에게 빛과 소금이 되는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수필작가 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나는 '꿈은 이루어진다'는 것을 확신한다. 여태 꿈이 다 이뤄진 것처럼 앞으로의 꿈도 하나님께서 이루어주실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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