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서화(詩書畵) 능하고 학문하는 양반층의 그림
그림 속 여백은 선적 깨달음에 도달한 경지여야
화두 ‘깨달을 각(覺)’서 지금은 ‘빌 공(空)’ 집중
모란으로 풍요는 표현되지만 '공'은 정반대 개념
서예·문인화·사진·화가로 3대째 이어온 예술가족
그림 속 여백은 선적 깨달음에 도달한 경지여야
화두 ‘깨달을 각(覺)’서 지금은 ‘빌 공(空)’ 집중
모란으로 풍요는 표현되지만 '공'은 정반대 개념
서예·문인화·사진·화가로 3대째 이어온 예술가족
◇ 문인 사대부(士大夫) 즐겨 그린 정신 표현
▲원래 문인화는 문인 사대부(士大夫)가 즐겨 그린 그림으로 알려져 있고, 그래서 시서화(詩書畵)에 능하고 기본적인 학문 공부를 많이 한 양반층이 그린 그림이라고 하잖아요?
=전통적인 유래는 그렇습니다. 출발점은 정확하게 그렇습니다. 근데 이것이 그 뒤로 현대에 들어오면서 서양의 인상파 그림이 추상이라고 하는 것들을 만나면서 ‘어 이것 봐라, 이것들은 우리 옛날 문인화에서 추구했던 것들인데?’라고 하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것도 추상을 하면서 이렇게 내면을 그리다가 보니까 완전히 구상을 버려버린, 우리 그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에 나오는 감정만 그리는 것입니다. 이(理)가 빠진 것으로 기(氣)만 그린 것이죠. 기에서 감정을 만들어 들어가 버린 것입니다.
이제 사람으로 말하면 발 부분 빼고 그냥 얼굴만 그린다거나 얼굴도 빼버리고 눈만 그린다는 겁니다.
그 자기 감정을 다 표현해 보려고 하는 것이 이젠 구상을 완전히 여의어 버린 상태다 보니까 꼭 정신병자가 그려놓은 것과 같이 그림이 위 아래 상하가 없어져버렸지요.
정신이 없어져버리는 것입니다 이게. 그런데 그러면은 정신병동에 가서 정신도 100% 정신병자가 되었을 때는 이런 것이 됩니다.
반정신을 차리고 있으면 '고흐' 같은 후기 인상파적인 것이 나오는데 문인화가 바로 그 적절한 표현이라고 봅니다.
◇여백(餘白)이란 그려진 부분이 훌륭해야
▲우리도 공부할 때 보면 문인화든 한국화든 그려지는 것보다 그려지지 않은 흔히 말하는 여백, 공간 여기에 더 큰 뜻이 있다 이런 얘기도 하지 않습니까.
= 그렇죠. 그런데 우리가 말하는 여백(餘白)이란 그려진 부분이 훌륭해야지 여백이 훌륭해져요. 그려지지 않은 부분은 그려진 부분의 영향 하에 달려 있는 거예요.
▲아 네, 진짜 중요한 말이네요.
=그려진 부분이 울컥하다는 울림이 없으면 그려지지 않은 부분은 아무것도 없어요. 그 맥을 알아야 되고, 그다음에 통박을 알아야 되죠.
불교에서는 선적 깨달음에 대한 경지까지 가야 되고, 학문으로 말하면 문사철이 아주 뛰어난 그런 천재성을 가지고 있어야 되고, 그게 말이 길지 않고 짧고 짧게 원고지 한 쪽 짜리만 채워 갖고도 이야기를 다 그냥 다 해버릴 거 같고, 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을 가진 자가 갈수록 더 수준 높은 작업이다 그 말이에요.
또 그럴수록 그러니까 여백은 더 많아지는 거예요. 나도 굉장히 궁금했던 게 추상화라고해서, 만약에 감정 표현을 한다고 해서, 어느 유명 화가가 어느 날 저녁 내내 술을 먹고 인사불성이 돼 가지고 화실에 들어와 자기의 화판에 토를 해놨어요.
아침에 술도 깨고 해서 화판에 토한 것을 보고 이야 이거 기가 막히다고 한 겁니다. 그러면 이것을 작품이라고 자기가 내걸었을 때, 사람들한테 공개를 했을 때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될 것이냐, 이거 내가 그린 것이라고 해야 될 것인가,
나의 예술 행위라고 봐야 될 것이냐, 이건 완전히 무의식으로 하는 것이니까, 이건 무의식 상태에서 내가 한 줄도 모르고 한 것인데, 그럼 예술 행위가 아니라고 봐야 될 것이냐, 그것가지고 오랜 세월을 고민 많이 했습니다.
▲의도한 것이냐 아니냐 그거죠
=나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결론은. 아편을 하든가 해서 내 정신이 아닌, 나가 어디까지가 나냐, 진(眞) '아' 참 '나' 얘기하는데 참나는, 나라고 하는 것은 씨앗을 보고는 꽃을 모르듯이,
그러나 종자, 씨앗 자체가 누구나 다 그 씨앗에서 발아해 갖고 꽃 피듯이 내가 토해놓은 것이 씨앗은 아니라는 것이죠
◇ 연을 소재로 깨달음 표현하는 ‘빌 공(空)’
▲그럼 요즘에는 작업을 어떻게 하셔요?
=이 앞전에 내가 책을 드린 것은 화두가 ‘깨달을 각(覺)’이었든요, 그래서 연을 소재로 해서 깨달음을 나타내려고 했지요. 지금은 이제 ‘빌 공(空)’입니다. 색즉시공 할 때 공입니다.
공을 표현하고자 하는데 그것도 깨달음이에요. 지금은 소재를 재료를 목단으로 하고 있어요. 모란 영랑 시가 유명하지 않아요.
▲주로 작업은 어디서 하세요.
=광주 양동에 우진아파트 상가에도 화실이 있어요. 그 모란을 가지고 지금 해 보고 있는데, 모란(牡丹)이라는 소재가 굉장히 그것이 어려워요, 내가 보니까 표현하기 용이하지를 않아요.
머물었을 때, 꽃 피었을 때, 시들었을 때 이런 것들이 연과 같이 다양하지를 않은 거예요.
그래서 내가 왜 모란을 소재로 선택했느냐면 중국이 한때 모란을 국화로 했거든요.
모란이 풍요를 뜻해요. 근데 내가 살아온 추구했던 삶이 풍요가 아니었더라고요. 맨날 이제 고결한 것, 순수, 맑음, 그러면 나는 평생 한 번도 풍요를 누려보지 않았는데 지금 한번 해보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모란을 가지고 하니 풍요는 잘 나타나는데 공의 개념을 갖다 붙여 보려니까 정반대의 개념인 것이에요.
▲또 깊은 고뇌, 깨달아야 가능하겠네요.
=그니까 화두가 늘상 있는 게 아니고 인간 전체를 관조하는 입장에서 공의 개념이니까 참 용이지 않다고 머리가 아프다는 것이죠.
◇화론은 철학성을 가지고 깊이가 있어야
▲금봉미술관장은 매일 출근해 근무합니까.
=미술관장은 상근이 아닙니다.
▲금봉선생 제자 중 미술관장을 하는 이유는?
=그런 거 잘 모르겠는데 금봉선생님이 제자 중에서 내가 그림을 잘 못 그려요. 맨 질문도 그냥 많이 했어서 선생님이 질문을 많이 한다고 해서 호를 멱당이라고 했어요.
내가 이론을 제가 대학에서 그 시간강사도 꽤 했거든요, 한 15년, 20년 해서 이론을 발표할 기회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문인화협회에서 제가 강사로 문인화 이론 강의활동하고 해서 선생님께서는 관장을 맡긴 것 같아요. 멱당이 이론은 좀 하니까….
▲작업도 하시고, 활동도 하시고 미술관 일도 하시고 강의도 하시고 그래서 나름 여전히 바쁘시겠네요.
= 아니 지금은 강의는 거의 없어요..
▲선생님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고 좋네요.
=김 교수님과 같이 이렇게 이런 전문가들이 언론에 계신다는 것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야지 사실상 작가들도 대화가 되잖아요. 이렇게 기자가 인터뷰를 하는데 전문 분야가 아니니까 잘 모르시기도 하더군요.
▲그렇기도 하지요.
= 근데 이렇게 깊게 알고 계신 분들이 계신다면 얼마나 든든해요. 작가들 입장에서도. 그리고 작가들이 그림 자체를 하나의 기능으로 생각하고 하잖아요.
근데 나중에 보면 그런 기능적인 것만 강조하고 한 것은 유행가 같이 얼른 사라져버리고 진짜 완전히 철학성을 가지고 깊이가 없으면 안 됩니다. 유럽의 화풍들이 전부 철학적 사조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요.
◇ 시골 고샅길 끝자락에서 관조하는 이상 세계
▲이 책은 전시회를 하시려고 낸 건가요
=전시회를 겸해서 해야지, 우리 언제 책 따로 내겠어요. 책을 따로 내면은 돈 많이 들거든요. 그래도 부자들한테는 해당 안 되고.
▲자녀 중에 또 그림 그리시는 분이 있어요?
=아들이 그림 그립니다. 저는 자식이 아들만 하난데 서울 중앙대학교도 한국화과 나와 가지고 그 46살인가 먹었는데 며느리도 동창이어서 또 그림 그리고요.
▲ 예술가족이시네요.
=우리 아버지는 서예가 셨어요. 앞전에 전시할 때 책에다 아버지 작품도 한 점 실어드리고 아들, 며느리 작품도 하나씩 실었습니다.
□ 멱당 한상운은 누구?
= 한국 문인화의 거장 금봉 박행보 화백의 제자로 금봉미술관 관장을 맡고 있는 한상운 화백은 대한민국서예대전, 광주시전·전남도전 초대작가와 심사위원이다.
의재미술상 운영위원, 광주전남문인화협회 이사장, 전남대, 광주교대 강사를 역임했다.
한 하백은 석사 학위 논문 ‘한국 근대 사군자에 대한 연구’, ‘일제 침략기의 한국 문인화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고, 장효문 시인과 합작한 시화집‘부활’ 등을 펴냈다.
2000년 첫 개인전 이후 2021년까지 모두 5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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