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부가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정부 기념식에서 여고생 열사의 삶을 조명한 영상에 다른 희생자의 사진을 잘못 쓰는 오점을 빚었습니다.
18일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국가보훈부는 44주년 기념식 공연에서 상영한 박금희 열사 소개 영상에 박현숙 열사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잘못 사용했습니다.
박금희 열사는 춘태여상 3학년 재직 때인 1980년 5월 21일 부상자를 위한 헌혈에 참여하고 집으로 돌아가다 계엄군의 총탄에 희생됐습니다.
영상에는 박금희 열사가 5·18 이전 발급받았던 헌혈 증서와 함께 인물 사진이 잠깐 등장했는데, 이 사진은 박금희 열사가 아닌 박현숙 열사(80년 4월 학내 체육대회 때 찍은 사진)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박현숙 열사는 광주 주남마을 마이크로 버스 양민 학살 사건(17명 사망)의 희생자입니다.
박현숙 열사는 1980년 5월 23일 희생자 시신 수습을 돕다 모자란 관을 구하려고 화순으로 향하던 마이크로 버스에 탔습니다.
버스로 이동할 때 매복 중이던 11공수여단 62대 부대원들의 총격으로 숨져 암매장됐다가 엿새 뒤 수습됐습니다.
박현숙 열사의 언니인 박현옥 5·18유족회 전 사무총장은 기념식에 참석했다가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박 전 사무총장은 "보훈부의 명백한 잘못이다. 오월 영령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겠다는 정부의 진정성 자체를 믿을 수 없다.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5·18유족회도 "보훈부가 희생자 사진을 잘못 써 기념식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유족의 상처를 키웠다"고 지적했습니다.
보훈부 관계자는 "영상 제작 과정에 착오가 있었다. 잘못을 인정한다. 유족들을 찾아 뵙고 사과드린 뒤 재방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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