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죽였으면 좋겠다...'발작' 이혜훈 지명 철회, 이재명 연산군 정조, 유소불위(有所不爲)[유재광의 여의대로 108]

    작성 : 2026-01-25 14:54:16 수정 : 2026-01-25 14:55:5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로 108. KBC 광주방송 서울광역방송센터가 위치한 '파크원'의 도로명 주소입니다. 정치권 돌아가는 얘기, 세상 돌아가는 얘기, 이에 대한 느낌과 단상을 진솔하고 가감 없이 전하고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이혜훈 , 며느리를 며느리라 하지 못하는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지명 철회'
    ▲이혜훈 후보자 질의 답변 [연합뉴스]

    '위장 미혼'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진,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혜훈 이재명 정부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결국 오늘(25일) 지명 철회 결정을 내렸습니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24일 자정 54분에 끝났으니까 인사청문회 종료 하루 만에 지명철회 결정을 내린 겁니다.

    23일 오전 10시 시작해 15시간 가까운 진행된 마라톤 인사청문회에서 인사청문위원들은 여야를 떠나 이혜훈 후보자의 각종 논란과 의혹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이혜훈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내내 든 생각은 '야, 참 열심히, 깨알같이 살았구나'하는 감탄 아닌 감탄과, 이혜훈 장관 후보자를 정권과 나라의 곳간지기로 발탁한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크게 그 두 가지였습니다.

    며느리를 '그분'이라 칭하며 며느리를 며느리라 하지 못하는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이혜훈 사태를 정리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이혜훈 사건을 좀 재구성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서울 반포 원펜타스 위장 미혼, 위장 전입, 부정 청탁 의혹 얘기부터 해보겠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기획예산처 인사청문준비단이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실에 제출한 이혜훈 후보자 며느리 A씨의 주민등록초본과 MBC 보도를 토대로 재구성 한 타임라인입니다.
    ◇장남 결혼, 수상한 며느리?...위장 미혼, 위장 전입, 부정 청탁 논란 타임라인 정리
    2023년 12월 16일. 이혜훈 후보자 장남과 A씨가 결혼식을 올립니다.

    약 두 달 뒤인 2024년 2월 27일 A씨 혼자, 이혜훈 후보자가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 용산 25평 아파트 신혼집에 세대주로 전입합니다.

    A씨 남편인 이혜훈 후보자 장남은 이 후보자 거주지에 그대로 둔 채입니다.

    이에 대해 이혜휸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2023년 12월 결혼식을 올리고 곧바로 문제가 생겼다. 두 사람의 관계가 깨어진 상황으로,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래서 당시 저희는 그 혼례를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남녀 간의 문제야 두 사람의 문제니 뭔 일이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결혼 직후 파경을 맞을 정도로 관계가 깨졌는데, 남편과 같이 사는 것도 아니고.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에 따르면 며느리 혼자 시어머니가 도움을 준 신혼집으로 남편은 시어머니 집에 두고 혼자 세대주로 들어갔다는 건데.
    ◇결혼 직후 파경 위기, 며느리는 남편 없이 혼자 신혼집 입주...신혼집 아파트는 누가 마련?
    이혜훈이나 A씨나 그 남편이나, 세 사람 관계가 얼마나 '쿨' 한진 몰라도. 제 상식으론 잘 이해가 안 됩니다. 이해가 안 가는 일은 이게 다가 아닙니다.

    2024년 7월 19일.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 청약 모집 공고가 뜹니다.

    청약 모집 공고가 뜬 엿새 뒤인 2024년 7월 25일. 며느리 A씨는 용산 신혼집에서 서울 강남구 아파트로 옮겨 전입합니다.

    "(장남은) 저희와 함께 계속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저희와 함께 간다고 저희는 생각했다"는 이혜훈 후보자 해명에 따르면 A씨는 5개월 동안 남편도 없는 신혼집에서 홀로 '독수공방'을 하며 신혼집을 지켰다는 건데. 참 특이합니다.

    며느리 A씨가 용산 집을 비워준 닷새 뒤인 2024년 7월 30일. 이혜훈 후보자와 남편, 세 아들, 이렇게 다섯 식구는 원펜터스 청약을 접수합니다.

    그리고 청약 접수 다음 날인 2024년 7월 31일. 이혜훈 후보자 가족은 며느리가 비워준 용산 신혼집으로 다 같이 전입합니다.

    그리고 이혜훈 후보자 가족 용산 전입 일주일 뒤인 2024년 7월 31일. 이혜훈 후보자는 당시 로또 청약이라 불렸던 원펜타스 분양자에 당첨됩니다. '와우, 브라보, 컹그래츌레이션' 입니다.

    장남 주소가 이혜훈 후보자 밑에 있는 게 왜 중요하냐면, 다자녀일수록, 부양 가족이 많을수록, 청약 당첨에 가점을 받기 때문입니다.

    이헤훈 후보자 입장에서 문제는 기혼 자녀는 부양 가족에 해당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멀쩡히 결혼한 장남을 '위장 미혼' 상태로 만들어 '위장 전입' 해놓고 '부정 청약'을 한 것 아니냐는 게 의혹의 핵심입니다.

    이혜훈 후보자는 "두 사람의 관계가 깨어진 상황으로 최악으로 치달았다"고 해명했습니다. 곧 결혼이 깨질 것 같아 혼인신고도 안 했고, 위장 미혼 이런 게 전혀 아니라는 취지의 항변입니다.

    근데 반포 원펜타스 로또 당첨 뒤에도 진짜 매직 같은 일이 이혜훈 후보자와 장남 부부에게 일어납니다. '최악으로 치달았다'던 장남과 A씨의 관계가 '기적적으로' 다시 회복된 겁니다.
    ◇파경이라며?...시댁 로또 청약 앞두고 살던 신혼집 비워준 며느리, 당첨 뒤엔 다시 혼자 전입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2024년 9월 23일. 이혜훈 후보자는 당첨 받은 원펜타스로 전입합니다.

    그리고 그 바로 다음 날인 2024년 9월 24일. 며느리 A씨는 이혜훈 후보자 일가가 빠져나온 용산 신혼집으로 다시 혼자 전입해 들어갑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결혼을 했는데 뭔가 심각한 하자가 있어서 결혼이 곧 깨질 것 같아서 혼인신고도 안 하고 남편과 아내가 따로 살았는데.

    하필 며느리가 혼자 들어가서 산 집이 시어머니가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준 남편도 없는 신혼집이었다고는 거고.

    5개월가량 남편 없는 신혼집에서 혼자 살다 시어머니 시댁 식구들의 로또 아파트 청약을 앞두고 혼자 살던 신혼집을 시댁 식구들에게 돌려줬다가.

    아파트가 당첨되고 난 뒤 시댁 식구들이 신혼집에서 나가자 이번에도 남편도 없이 혼자 다시 신혼집으로 들어갔다는 겁니다.

    참 이상한 관계고, 이상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습니다. 이게 끝이 아니고 백미(白眉)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반포 로또 청약 당첨 뒤 '매직'... 파경 치달았던 장남 부부 관계 회복, 신혼집 함께 입주, 혼인신고
    2025년 4월 29일. 국토부가 부정청약 점검 결과를 발표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 날인 2025년 4월 30일 이 후보자 장남은 마침내 아내가 있는 용산 신혼집으로 전입해 들어갑니다.

    A씨 입장에서, 2023년 12월 16일 결혼식을 기준으로 하면, 결혼 뒤 그동안 시어머니와 같이 살던 남편이 마침내 1년 하고도 4개월 만에 돌아온 겁니다. 독수공방을 청산, 같이 살게 된 겁니다.

    그리고 2025년 5월 12일. 용산 신혼집 세대주는 이혜훈 후보자 A씨에서 이 후보자 장남으로 바뀝니다. 세대주. 남편이자 '가장'의 위치로 간 겁니다.

    이어 마침내 "두 사람의 관계가 깨어진 상황으로 최악으로 치달았다"던 이혜훈 후보자 장남과 며느리 A씨는 2025년 11월 7일. 대망의 혼인신고를 합니다. 돌고 돌아 '해피 엔딩'입니다.
    ◇이혜훈 "장남 부부 관계 회복, 본인들, 많은 사람들 노력...25평 아파트에선 밤에 잠만 자"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이와 관련 "장남 부부 사이가 1년 반 만에 다시 회복된 것인가"라는 진성준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이혜훈 후보자는 "본인들도, 많은 사람들도 노력을 했다"며 결혼 직후 파탄 직전 최악이었던 관계가 회복됐음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용산의 25평 아파트에서 5명이 가서 살았잖아요. 어떻게 살고 지냈습니까?"라는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 질의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저희가 대부분 밤에 가서 잠만 자는 용도로..."라고 '잠만 잤다고 답했습니다.

    "마루에서 잤습니까"라고 박대출 의원이 재차 묻자 이혜훈 후보자는 "예"라며 "의원님은 댁에 계실 때 안 그러시나요?"라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이혜훈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공직자 재산 신고 내역을 보면 재산이 175억 6,952만 원이던데.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굳이 신혼집에 혼자 있는 며느리를 내보내고 25평 그 집으로 장성한 다섯 식구가 우르르 들어가 마루에서 쪽잠을 잤다는 건데.

    이해는 잘 안 됩니다. 그래서 위장 전입 의혹이 자꾸 나오는 건데.

    이와 관련 이혜훈 의원은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의 질문에 며느리를 '그분'으로 지칭하면서 "그분은 이미 용산 집에서 나간 상태였으며 함께 거주하지 않았다"고 말해 '장남이 이 후보자 가족들과 같이 살았다. 위장 전입이 아니'라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천하람 "이혜훈, 장남과 같이 살았다면서...차량 출입 기록도 안 줘, 진짜 같이 산 것 맞나"
    ▲21일 KBC 여의도초대석에 출연한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

    천하람 의원은 관련해서 제가 진행하는 KBC '여의도초대석' 인터뷰에서 "장남과 같이 살았다고 주장하는데 그러면 이혜훈 후보자 거주 아파트에 같이 살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가령 장남 명의 차량 아파트 출입 기록이나 하다못해 버스 교통카드 기록이라도 제출해 달라고 하는데 제출을 안 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차량 아파트 출입 기록이 무슨 대단한 개인정보나 비밀도 아니고. 있다면 그걸 내면 위장 전입, 위장 이혼 의혹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데. 제출을 안 했다면 왜 안 했는지. 궁금합니다.

    이혜훈 후보자 의혹은 이게 다가 아닙니다.

    이혜훈 후보자 남편 김영세 씨는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인데 이 후보자 장남이 같은 학교 같은 학부에 2010년 입학합니다.

    이헤훈 후보자는 이에 대해 처음엔 "사회적 기여자 특별전형이 아니라 다자녀 전형으로 입학했다"고 얘기했는데, 이혜훈 후보자의 장남이 입학한 2010학년도에는 연세대에 다자녀 전형 자체가 없어 부정입학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이혜훈 후보자는 "장남은 사회기여자 전형 가운데 국위선양자 요건을 충족해 입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을 바꿉니다.
    ◇이혜훈 장남, 시아버지 훈장으로 연세대 입학...국위선양자 요건? 본인이 무슨 국위 선양을 했나
    국위선양자. 이거는 이혜훈 후보자 시아버지인 김태호 전 내무부 장관이 훈장을 받았는데, 그 훈장 덕으로 손자가 연세대에 입학했다는 내용입니다.

    이에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본인이 국위 선양을 한 것도 아니고 할아버지가 훈장 받았다고 손자가 연세대에 입학하는 게 맞냐. 특혜 아니냐.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냐"는 질타와 성토가 쏟아졌습니다.

    이에 대한 이혜훈 후보자의 답변은 "의원님, 그런데 저는, 제가 그 전형을 만든 것도 아닙니다"입니다.

    이에 대해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혜훈 후보자 장남이 연세대에 입학할) 당시 후보자 남편은 뭐였나? 연세대 교무부처장이었다"라며 "연세대 교무부처장이 입학 요강을 전부 준비한다"고 일침을 놓았습니다.

    이에 이혜훈 후보자는 "입시에는 대학 총장도 개입을 못한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고 항변했지만.

    솔직히 이제껏 주변에서 장관을 지낸 할아버지가 받은 훈장으로 그 손자가 이른바 명문대에 합격했다는 얘기는 이혜훈 후보자 전에는 과문한지 몰라도 한 번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습니다.
    ◇이혜훈 "제가 만든 전형 아냐"...논문 떠먹여주기, 생활비 장학금 논란 등 '깨알같이' 챙겨
    일제 때 독립운동하다 온갖 고초를 겪고 집안은 풍비박산 기울고 '훈장'이라고 달랑 하나 남은. 대학 문턱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대대로 힘들고 어렵게 사는 독립지사들의 후손들이 겹쳐지는 건 왜일까요.

    이혜훈 후보자의 남편과 아들은 또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논문을 쓰고 제1 저자로 아들을 세우는 '따뜻한 부성애'를 보여줍니다. 아들은 해당 논문을 연구 성과로 내세워 취업에 활용합니다. 이른바 '논문 떠먹여주기' 논란입니다.

    이혜훈 후보자 아들은 또, 일찍부터 이런저런 '증여'를 받아 이미 억대 재산이 있음에도 대학 생활 내내 월 몇십만원씩 하는 '생활비 장학금'을 따박따박 받았다고 합니다.

    이혜훈 후보자 부부는 90년대 중반 미국 유학 중일 때 상가 등 부동산을 매입해 구입해 자금 출처와 투기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인천국제공항 개항을 약 1년 2개월 앞둔 2000년엔 인천공항 주변 잡종지 약 2,000평을 매입했는데 이게 국가에 수용되면서 약 3배에 가까운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져 역시 투기 논란이 제기되는 등 받고 있는 의혹과 구설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앞에서도 얘기했는데 참 열심히들, 깨알같이들, 계획적으로들 산 것 같습니다.
    ◇이혜훈 부부, 부동산 투기 논란도...힘없는 인턴엔 "널 죽였으면 좋겠다" 폭언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이혜훈 후보자, 자기 아들들이나 가족에겐 한없이 너그럽고 '훌륭한' 엄마이자 아내일 텐데. 다른 집 아들들에게도 그렇게 너그럽고 따뜻한지는 의문입니다. 국회의원실 인턴에 대한 막말 폭언 얘기입니다.

    "도대체 몇 번을 더 해야 알아듣니? 대한민국 말 못 알아들어?"
    "네 머리에는 그게 이해가 되니? 아이큐 한 자리야?"
    "야! 야! 내가 정말 널 죽였으면 좋겠다"
    "입이라고 그렇게 터졌다고 네 마음대로 지껄이고 떠들어?"

    내가 정말 널 죽였으면 좋겠다. 듣는 순간 귀를 의심했습니다. 히스테리 발작 같은 건가. 문자로만 봐도 지금도 심장이 벌렁벌렁합니다.

    국회의원을 떠나서. 내가 정말 널 죽였으면 좋겠다. 저게 자식 둔 부모가 남의 자식한테 할 수 있는 말인가 싶습니다.

    해당 인턴은 이런 폭언 녹취가 더 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이혜훈'이라는 사람이 한 번만, 저 인턴 한 사람에게만 저런 폭언을 했을까 싶습니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혜훈 후보자가 3선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 모두 87명의 보좌진이 이혜훈 의원실에서 일했는데 이 가운데 57명, 65.5%가 근속기간 1년을 채 못 채우고 의원실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번만, 한사람에게만 폭언했을까..."尹 탄핵 추진은 불법" '윤 어게인' 옹호 발언도
    관련해서 천하람 의원은 '여의도초대석' 인터뷰에서 "막말 폭언 갑질은 음주운전과 같다. 어쩌다 걸려서 그렇지. 훨씬 더 많다. 그냥 습관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동의합니다.

    막말 폭언 갑질. 타고나는 성품도 있겠고. 한 번이 어렵지 일단 한번 하면 그다음은 뭐가 어려울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냥 습관적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추진은 불법" 발언, "민주당의 내란선동에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는 현수막 등 '윤 어게인' 옹호는 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혜훈 후보자 본인 가족들 재산 불리듯 나라 곳간 불리라고, 아니면 인턴 짜내듯 예산처 직원들 짜내라고 이혜훈 후보자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발탁한 건 당연히 아닐 것입니다.

    결국 지명을 철회하긴 했지만, 1일1의혹, 이런저런 논란이 불거졌을 때 이 대통령이 보인 모습은 고개를 좀 갸웃하게 만든 면도 있습니다. 이런 겁니다.
    ◇이 대통령 "이혜훈 문제 참 어려워, 아직 결정 못 해"...국힘 이혜훈 비판이 배신자 처단?
    ▲이재명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연합뉴스]

    1월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이혜훈 후보자 관련 질문에 "참 어렵습니다"라며 "어떻게 할지 아직 결정 못 했어요"라고 답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혜훈 후보자에 대한 친정이었던 국민의힘 공격과 비판에 대해 영화 '대부'의 "배신자 처단"을 언급하면서 "한쪽 말만 듣고 판단하면 안 된다. 공정하게 설명을 듣고 국민들의 판단도 듣고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이혜훈 후보자에 대한 처분 결정을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로 일단 미룬 겁니다.

    '곡재아의'[曲在我矣]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직역하면 '모든 굽은 것은 나에게 있다'인데, '잘못은 남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있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그래서 공자는 '논어' <위령공편>에서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고 했습니다.

    천자(天子). 하늘의 아들도 아니고. 세상에 무오류의 존재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잘못이 있다면 고치는 것입니다.

    이혜훈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발탁. 통합과 포용, 탕평이라는 이 대통령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문제는 고른 돌이 '잘못된 돌'이라는 것입니다.
    ◇유소불위(有所不爲), 무소불위 권력 가진 사람일수록 잘못 있다면 스스로 고쳐야
    역지사지(易地思之). 신발을 바꿔 신고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인데 이혜훈 후보자 같은 사람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내세웠다면 국회 인사청문보고서에 '적격'이라고 적겠습니까.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임명하라고 하겠습니까.

    이재명 대통령 본인이 이혜훈 장관을 낙점했는지, 누군가의 추천을 받았는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신발만 바꿔 신고 보면 간단한 일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잘못이라고 생각하면 고치면 되는 것 아닌가 합니다.

    지명 철회, 이게 이렇게 끌 일이었나 하는 생각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듭니다.

    '유소불위'(有所不爲). 하지 않는 바가 있어야 한다. '맹자' 〈이루(離婁) 상(上)편〉에 나오는 말입니다. '사람은 모름지기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 뒤에야 할 수 있다'(人有不爲也而後 可以有爲)는 말에서 유래했습니다.

    못 하는 바가 없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유소불위(有所不爲), 하지 않는 바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아야 진정 해야 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그런 것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 말아야 할 것, 하면 안 되는 것.
    ◇연산군의 길과 정조의 길...이 대통령, 계속 정조의 길을 걷길 바라
    과이불개(過而不改).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않는다. 조선왕조실록 '연산군일기'에도 나오는데, 연산군이 소인배를, 잘못된 인사를 쓰는 것에 대해 대소 신료들이 모두 반대했지만 고치지 않음을 비판하는 대목에 나옵니다.

    사대부는 삼가는 일이 있어야 한다. 그런 연후에야 국사를 처리할 수 있다(士大夫有有所不爲 然後方可以做國事). 정조가 '유소불위'(有所不爲)를 강조하며 한 말입니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 "참 어렵습니다"라고 했는데. 다 떠나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폭언 하나만 놓고 봐도. 이게 그렇게 어려운 문제였을까 싶기도 합니다.

    통합과 탕평 차원에서 이재명 대통령 말대로 '어렵게 발탁한 사람'을 인사청문회도 하지 않고 내치는 것에 대한 부담 같은 것도 있었을 거라 짐작합니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 늦은 감은 있지만 이 대통령이 연산군의 길이 아닌 정조의 길을 택한 것을 반기고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더불어서, 유소불위(有所不爲). 하지 않아야 하는 일은 하지 않는 것. 그래서 올바르고 큰일을 하게 되는 것. 이 대통령이 계속 정조의 길을 걷길 기대하고 바랍니다. 지금까지 '유재광의 여의대로 108'이었습니다.

    "유재광의 여의대로 108"을 치면 더 많은 콘텐츠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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