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감독 독립장편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광주시가 주관하는 광주영화 제작지원을 받아 제작돼
제 24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 선정되며 '눈길'
"상실과 애도의 과정을 잔잔히 보여주는 영화"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광주시가 주관하는 광주영화 제작지원을 받아 제작돼
제 24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 선정되며 '눈길'
"상실과 애도의 과정을 잔잔히 보여주는 영화"
◇광주를 기반으로 한 독립장편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가 4일 광주에서 시사회를 열었습니다. 영화는 광주와 폴란드 바르샤바를 배경으로, 갑작스러운 이별을 겪은 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상실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정식 개봉 하루 전인 이날, 광주극장에서 열린 시사회에는 김희정 감독과 박하선 배우 등이 관객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는데요. 시사회 1시간 전 김희정 감독과 박하선 배우를 미리 만나 영화 촬영 과정과 그 배경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물어봤습니다. 단아한 검정색 옷차림으로 나타난 김희정 감독과 박하선 배우는 30여 분 동안 차분한 미소를 머금고 이어지는 질문에 진지하게 답변을 이어갔습니다.
Q.감독님께 질문드릴게요.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무엇에 관한 내용일까요?
△김희정 감독: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홀로 남겨진 어떤 여자와 그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고요. 받아들일 수 없는 그 사실을 조금씩 받아들여가는 과정, 간단하게는 상실과 애도의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예요. 아무래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경우가 있거나 그에 공감하시는 분들에게는 굉장히 많이 와 닿을 수 있는 그런 영화. 지금 시대에 필요한 영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Q.감독님께 있어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라는 테마는 어떤 의미를 갖나요?
△김희정 감독: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거는 저는 저희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몰랐어요. 그렇게 가까운 사람이 죽는다는 것을 처음 경험했는데. 그게 생각보다 굉장히 타격이 커서, 제가 30대였는데 그때 좀 장례식장에서 제 동생이랑 이런 말을 했었단 말이죠.
우리가 30대인데 죽음이 이렇게 충격적이고 이렇게 우리가 받아들이기가 어려운데. 10대 아이들이라면, 아이들은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게 제 첫 장편 영화인 <13살 수아>예요.
그것부터 시작을 했는데요. 저는 항상 좀 궁금한 것 같아요. 왜냐면 나는 살아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나는 살아서 계속 하루하루 살아야 되니까. 살아있는 사람들. 남아 있는 사람들이 더 궁금한 거죠.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야 될지 질문을 던지게 되고요.
우리 엄마는 그런 말씀을 하시죠. "죽은 사람이 제일 편해. 뭘 알아" 이러시는데 그런 것처럼 남아 있는 사람들이 그걸 어떻게 견디고 회복해 나가는가, 살아가는가. 이런 것에 항상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Q.박하선 배우님께도 여쭤볼게요. 영화에서 맡으신 캐릭터는 어떤 역할을 하는 캐릭터이고, 어떻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나요?
▲박하선 배우: 제가 같은 명지라는 캐릭터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여자고요. 가정주부이기도 하고. 한때는 음악가를 꿈꾸던 그런 사람이고요. 남편이랑 행복한 신혼생활을 하던 와중에 남편이 우연히 사고로 인해서 세상을 떠나게 되고. 그러면서 벌어진 이야기, 이 여자의 삶을 담은 그런 영화예요.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사람들이 모여서 연대하고 소통하기도 하고, 치유하기도 하는. 그런 캐릭터입니다.
Q.영화에서 명지 캐릭터를 열연을 하시면서 특별히 기억나는 대사나 순간들이 있다면요?
▲박하선 배우: 제가 시나리오를 다시 한번 펼쳐봤을 때 거기에 그런 이야기가 쓰여져 있더라고요. '무사히 어른이 된다는 것'이라는 문구가 굉장히 그 당시에 기억에 남았던 것 같아요. 요즘에 사건 사고도 많은데 그래서 좀 더 와닿지 않았나..그게 생각보다 정말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왜냐하면 저는 아이도 있고 하니, 한 사람이 어른이 되기까지 불안하지 않게 산다는 게 참 쉽지가 않아요. 우리는 사실 휴전 국가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죠. 언제 전쟁이 날지도 모르는 거고요. 예를 들어서. 우크라이나 전쟁도 그렇고요. 그래서 우리 영화를 하면서 그 말이 제일 와 닿았던 것 같아요.
이렇게 어려운 거구나. 그런 순간들은 참 많은데..영화 속에서 (명지는) 누군가의 편지를 받게 돼요. 그 장면이 저는 원작에서도 너무 좋았고, 이 시나리오를 계속 읽으면서도 그리고 촬영을 하면서 너무 좋았기 때문에 그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Q. 아까 감독님께서는 남겨진 상처를 견뎌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하셨어요. 개인으로서의 배우 박하선과 이 영화 속의 캐릭터 명지 사이에 공통점 같은 것들을 발견하신 부분들도 좀 있었을까요?
▲박하선 배우: 딱히 설정을 하지 않았고요. 저는 이 명지라는 캐릭터를 정말 잘 안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도 그런 경험을 겪었다 하시지만 우리는 누구나 부모님이든 가족이든 나이가 들어갈수록 누군가를 떠나보내게 되잖아요. 우리 자신도 언제 죽을지 모르고요사실. 그래서 누구나 할아버지나 할머니든 소중한 가족을 잃어본 경험이 있을 것 같아요. 저도 마찬가지로. 그래서 그 감정을 누구보다 많이 알던 참이었어서 더 공감을 했던 것 같습니다.
Q. 다시 감독님께 여쭤볼게요. 영화를 감독하시면서 특별히 좀 소개를 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셨을까요?
△김희정 감독: 아무래도 광주에서 한국 분량을 다 소화했거든요. 100% 광주에서 찍었어요. 이 영화는. 그래서 저는 광주 시민분들이 정말 많이 보셨으면 하고요. 영화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소년인 해수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옛 전남도청 광장을 질주하는 장면이 나와요. 그 장면은 많은 분들이 분수대를 통해서나 저희 5.18 항쟁 때의 그 사진들, 기록이나 이런 것들을 통해서 다 좀 아시는 분은 아실 만한 뷰에서 찍었거든요.
어디서 찍었냐면 전일빌딩 옥상에서 찍었어요.
그 장면을. 그래서 그걸 찍을 때도 상당히 기분이 묘했고. 그리고 새벽에 찍었거든요. 새벽하고 오전에 찍어서 사람도 거의 없고 이런 데를.. 예전에는 굉장히 큰 상처를 갖고 있고 아픔이 있는 곳인데 지금은 일상 속에서 아이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질주하는 것이 저로서는 의미가 있었어요.
폴란드 바르샤바와 한국 광주 이 두 도시에서 영화를 찍었는데. 이 두 트라우마틱한 도시에서 사람들이 이렇게 일상을 다 살아내고 있고. 그렇지만 그 과거는 있고 역사는 남아 있다는 것. 이런 것들이 보여질 수 있는 장면이어서 나중에 장면끼리 연결을 하실 수 있을 것 같고요.
바르샤바에서 헌법 광장이라고 해서 8월 1일에 다 같이 묵념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에서의 광장. 저는 좀 이 영화를 한 번이 아니라 두번씩 보시면서 장면끼리 연결을 가지시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해요.
▲박하선 배우: 광주 시민분들이 얼마나 되죠? 광주 시민이..저희가 한 10만 정도로 손익분기점이라. 광주 분들이 많이 보시면 정말 큰 (좋은) 일이고요.
△김희정 감독: 광주 시민분들이 10만은 보셨으면 좋겠다. 140만 중 10만이면. 공약을 할까요?(웃음) 광주 시민 분들이 10만 명이 보시면 저희가 (배우 분들을) 다 데리고 내려오겠습니다.
▲박하선 배우: 그렇게 된다면 뭔가 축제가 돼야 될 것 같아요. 그 광장에서 저희가.
△김희정 감독: 뭔가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영화 많이 봐 주세요.
Q.감독님께서 원작을 좀 살리기 위해서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들도 계신가요?
△김희정 감독: 네. 원작이라는 걸 갖고 있다라는 건 결국은 원작이 어떤 점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일 텐데. 그 점을 되게 잘 살리는 게 굉장히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렇지 않다면 이 원작을 쓰겠어요 그쵸? 원작이 좋으니까 그걸 쓰는 거라서.
저는 원작의 말들이 너무 좋았고 사실은 김애란 작가의 완전히 팬이고 편지.. 아까 하선 씨도 언급했던 편지의 글은 정말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감동이기 때문에, 저는 그 편지들을 정말 잘 살리고 싶었고. 그렇기 때문에 편지를 전하는 것. 쓰고 전하고 이런 것들이 되게 중요했어요. 그래서 영화에서는 그걸 좀 더 보여줄 수 있었죠.
Q.저도 김애란 작가님 <바깥은 여름>이라는 소설을 매우 좋아하고 읽고 나서 절절한 마음 떄문에 며칠을 좀 힘들어했던 기억이 있어요. 연작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중에서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를 선택한 이유와 어떤 장면 때문에 이거를 그 많은 작품 중에 선택하신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김희정 감독: <바깥은 여름>은 첫 단편인 <입동>부터 완전히 마음을 울리죠. 사실은 <입동>이 너무 세기 때문에. 사실 뒤쪽 소설들을 조금 읽다가 읽은 마지막 소설이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였죠. 근데 저는 그걸 이제 많은 매체를 통해서도 얘기하고 했지만, 폴란드의 바르샤바에서 받았어요. 김애란 작가가 <바깥은 여름> 책을 저한테 줬거든요.
왜냐하면 애란 씨는 그때 문학 레지던시의 마지막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고. 저는 한국 문화원에서 '김희정 감독 특별전' 이런 거를 해서 <13살 수아>를 틀었거든요. 그걸 애란 씨가 보러 왔고. 그러면서 마지막 남은 소설책이라 낭독을 위해서 연필로 표시해 놨는데 이거라도 괜찮냐면서 줬어요.
그 책에 뭐라고 씌어 있냐면 '아름다운 바르샤바'에서라고 써있었거든요. 그때만 해도 2017년도였는데 이걸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그리고 이게 싹을 틔운 거는 저희 제작자로 저랑 4편째 같이 작업하고 있는 대표가 "감독님 이 얘기가 감독님이 해오신 이야기들과 결이 맞는데 한 번 생각해 보시면 어때요" 해서 2020년도에 다시 읽었고요.
다시 읽으니까 <바깥은 여름>을 전체로 볼 때랑 비교해 그것 한 편만 다시 봤더니 제가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할 수 있었던 것. 그게 아마도 외국에 나가는 부분들이 있어서 또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그 얘기는 할 수 있을 것 같은 거예요. 제가 외국 경험이 많고. 그리고 나는 어느 도시를 해야 될지도 눈에 보였고.
그리고 그 한 줄의 말이었는데. 지인의 편지에 사모님 연락처를 알 수 없어서 지용이 친구에게 부탁해서 받았다는 말이 나와요. 그래서 그 말 한 줄로 아이가 되게 많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그 아이들 세계를 좀 제가 다 만들었거든요. 딱 뭐다 라고 하기엔 어렵지만 하나하나의 요소들이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했던 것 같아요.
Q. 배우님께 하나만 더 여쭤볼게요. 이제 캐릭터에서 명지를 연기하시면서 광주와 폴란드 바르샤바라는 곳은 캐릭터 명지에게 어떤 곳이라고 정의하셨는지, 배우로서 해석을 좀 어떻게 내리셨을지 궁금합니다.
▲박하선 배우: 광주는 사실 명지한테 있어서는 남편이랑 행복하게 살던 그런 도시고요. 바르샤바는 명지에게 뭔가 도피처가 됐던 것 같아요. 저도 누군가랑 어렸을 때 헤어졌을 때 너무 힘들어서 떠났던 것 같거든요. 아무렇지 않게 오랜만에 이렇게 낯선 데로 가니까 또 여행을 하게 돼요. 아무렇지 않게. 그런데 어디 교회 같은 데 들어가서 한 바퀴 돌면 갑자기 눈물이 터지고. 한 1시간 동안 울고 나면 되게 시원해지더라고요.
명지도 그런 지점에 있어서 바르샤바에 가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했고. 명지가 현석이를 만나서 몇 부분, 감정이 터지는 부분이 있는데 그걸 보면서 나도 그랬지 하면. 사실 뭐를 설정하고 명지한테 (두 도시가) 어떤 이미지라고 느끼고 생각을 했다기보단 저는 그냥 공감이 좀 많이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걸 이 영화는 좀 설정을 하지 않고 그냥 저로서 제일 많이 그냥 했기 때문에, 부딪혀서 했기 때문에. 사실 영화를 완성된 영화를 봤을 때 제일 나랑 닮아 있구나. 남편이랑 있을 때랑 현성이랑 있을 때랑 평소에 있을 때가 굉장히. 보시는 분들은 모르는 부분들?
제가 생각보다 막 밝거나 친근하거나 그러진 않거든요. (웃음) 되게 생각보다 조용하고 이런 부분이 있어서. 그러면 좀 비슷하지 않았나요? 제가 한 작품 중에 제일 저랑 좀 비슷한 작품인 것 같아요.
Q. 원작을 또 읽어보셨을 텐데요. 그런 부분에서 이제 명지라는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특별히 노력하셨던 부분들도 있었을까요?
▲박하선 배우: 사실 이 영화를 찍었을 무렵에는. 좀 그동안 연기했던 거랑 다르게 연기해보고 싶었어서. 뭔가를 많이 설정하거나 뭐 한 게 없는데..왜냐하면 저는 원래 텍스트를 되게 많이 파고 공부하고 설정하고 그랬던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죽을 만큼 연습을 해도 실패를 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아, 이렇게 답을 찾은 게 아니라 뭔가 제로가 된 거죠.
그런 상태에서 만난 작품이기 때문에 조금 연기법을 바꾼 첫 번째 작품이에요. 그래서 저러고 해보자 그냥 해보자. 너무 많이 설정하지 말고 너무 많이 연습하거나 너무 많이 연기하지 말자라고 생각하면서 찍었던 작품이기 때문에. 좀 힘을 빼자 연기하지 말자. 영화이기도 하고 명지는 그래도 될 것 같고. 모든 걸 상실하고 의지 같은 것도 다 상실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고.
저희 대사들이 보면 되게 일상적인 대사가 많아요. 그런데 긴 대사들 정도만 좀 지루하지 않게 어느 정도 조금의 설정한 거 말고는 별로 할 게 없었어요.
사실 제가 그 시점에 동생이 하늘로 떠나고 2년쯤 됐을 때 정도라서. 뭘 할 필요가 없었던 때였어요. 왜냐면 처음에 감독님을 만났을 때 왜 캐스팅을 하시려고 하냐고 여쭤봤을 때, 미팅에서. (감독님이) 아픔을 아는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 한 예능을 봤는데 동생에 대한 애도와 관심. 이런 것들이 명지랑 가까운 거 같아서 캐스팅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그래. 그냥 나로 하면 되겠다 지금 이 마음을 담으면 되겠다 해서 그렇게 했던 것 같아요.
Q. 개인적으로 애도에 대해서 참 많이 생각해 보게 됐던 계기가 있었는데요. 이 영화를 통해서 볼 수 있는 '애도'란 것에 대해 어떤 지겨움? 사회적 환경에 대한 지겨움 이런 것들을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애도하는 방법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있는데,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다 보시나요?
△김희정 감독: 저희 영화가 이제 지금 영화 시사회를 하고 있고 그래서 평들을 이렇게 보고 있거든요. 특히 관객 평들도 읽고 있는데. 이렇게 억지로 막 애도를 하려고 카타르시스를 주고 막 이런 방식으로 하지 않아요. 천천히 좀 지켜보는 영화거든요.
그런데 사실은 그 시간들이 쌓여서 지나가는 것인데 우리 사회에서는 상당히 많이 이제 그만하라고 하죠. 근데 사실 그거는 누구나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누구나 다 속도가 다르단 말이에요. 애도하는 속도도 다르고 다 자기만의 방식이 있는데 그거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지켜보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 영화의 보여주는 방식이.
그래서 어떻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은 그게 쌓여야 나중에 그 편지를 읽을 때 그 감정이 터지거든요. 그래서 그 쌓이는 시간을 견뎌주면 정말 선물 같은 시간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그러면서 이렇게 애도를 할 수 있구나 라고 느껴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김애란 작가도 영화를 보고 말해준 게 이렇게 너무 강요하지 않으면서 애도하게 하는 것에 대해서 되게 좋았다고 말해줬거든요. 칭찬으로 듣고 있어요.
▲박하선 배우: 저도 그런 비슷한 기사를 봤어요. (애도에 대해) 이제 그만 좀 하자라든가. 그런데 사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그런 사고일 수 있잖아요. 그런 사고가 막상 당하는 분들한테는..저도 동생이 갑작스럽게 죽게 됐고요. 하루아침에. 물론 다 다르지만 애도가 지겹다고 말하는 건 그런 경험을 겪어보지 않은 분들의 얘기인 것 같고요.
막상 저는 어느 정도 슬픔을 경험해 본 입장에서는 지겨울 수가 없는 게. 남겨진 사람들은 일상을 바쁘게 살다가도. 저도 일을 하고 아이를 보면서 바쁘게 살다가도 한 번씩 이상한 데서 좀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감정이 터질 때가 있어요. 그러니까 아픔이 있는 거거든요. 슬픔도 있고, 애도하는 시간도 필요하고. 저 같은 경우에는 한 3년쯤 지났을 때야 조금 괜찮아졌고, 좀 실감이 되고. 그런 건 저보다 더 오래 걸리는 분들도 있겠죠. 특히나 자식을 잃은 분들은 더 그렇겠죠. 어떻게 잊겠어요. 사실 그 아픔을 표현하는 단어가 없다잖아요. 먼저 자식을 보내는 건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기 때문에 그럴 정도인데. 그런 기사는 좀 속상했던 일이에요.
그래서 우리 엄마가 이 영화를 보시면 좀 더 위로가 되지 않을까..슬퍼해도 된다. 그래도 된다. 아직 그래도 된다. 관객분들도 그럴 것 같아요. 예전에 어떤 이야기를 겪었던 분들이 지금은 잊으셨겠어요? 아닐 거예요. 아직도 아픔이 있고. 우리 할아버지가 그랬는데, 우리 할머니가 그랬는데, 우리 가족 중에 누군가가 그랬는데. 그런 건 계속 남아 있는 거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영화 속 바르샤바에서 이같은 장면이 나왔던 것 같아요. 예전 독일 나치 때 많이 희생된 분들을 위해서 1년에 한 번 8월 1일에 그런 애도의 시간을 가져요. 전 국민들을 대상으로. 그게 너무 부러웠어요.
우리도 그런 날을 현충일에 운영하기도 하고, 어렸을 때 학교 다닐 때는 그러긴 했는데. 지금은 그게 많이 없어진 게 아닐까. 1년에 하루 정도는 바르샤바 폴란드처럼 우리도 그렇게 무언가를 애도하고 생각해 보고, 한 번쯤은 더 그래도 되지 않을까. 사이렌을 울리고 1분 동안 크랙션을 울리고 같이 울고 그리고 좀 시원해하고. 그날 술을 먹으면서 회포도 풀고 그런 시간이 참 국가적으로 대대적으로 있다는 게 부럽더라고요.
Q. 영화를 이제 관람하게 될 관객분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한 말씀씩 좀 순서대로 부탁드릴게요.
△김희정 감독:이게 항상 어려운 말인 것 같아요.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는가.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은가 이게. 일단 극장에 와 주셨으면 좋겠고요. 관객분들이 정말 많이 오셔서 영화를 보시면 뭔가 공감을 많이 하실 것 같아요. 그리고 특히 광주에서는 더 공감하실 수 있지 않을까라고 저는 생각을 하고요.
가끔 제가 광주에서 금남로나 충장로를 걷다 보면 비현실적인 느낌을 받을 때가 있거든요. 내가 걷는 데가 바로 그 금남로라고? 들어만 왔던 그 거리가 이렇게 일상으로 다 돌아간 것이 매우 초현실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런 것처럼 어떤 아픔들은 이어지니까, 이해도 공감대도 더 이어지고 하니까. 많이 보시고 이야기를 좀 나눠주셨으면 좋겠어요.
특히 지금 대한민국에는 사회적 재난이 많잖아요. 그 재난들을 당한 피해자나 그 부모나 가족들에게만 돌리지 말고 다 같이 아파하고 그것에 대해서 얘기도 하고 그런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다고 막 너무 무겁고 그런 영화는 아니고요. 끝에 눈물이 나면서 어떤 감정의 승화를 만날 수 있지 않으실까라고 생각합니다. 많이 보러 와주세요. 감사합니다.
▲박하선 배우: 감독님이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저도 이 작품을 접하고 나서 실컷 읽고 나서 굉장히 시원하고 치유받는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힐링도 하고. 여름이니까 좀 시원함도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고요.
저는 광주에서 정말 좋은 추억들 안고 가요. 광주 스태프분들도 너무 열정적이고 좋았고 광주에서 묵으면서 좋은 기억들이 참 많아요. 아중에 오려고 아껴둔 곳들이 있거든요. 광주 극장도 아껴뒀었고요. 이번에 다시 오게 돼서 너무 좋고요. 여러분도 영화 속에 담긴 광주의 모습을 많이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 참석: 김희정 감독/ 박하선 배우 2인
인터뷰 진행: KBC 신민지 기자/ 신정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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