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출신 김수형 시인이 두 번째 시집『포화 속 딸기는 발사된다』(시인수첩)를 출간했습니다.
김 시인은 '중앙신인문학상'과 '목포문학상' 본상 등을 수상한 중견시인입니다.
그의 이번 시집은 '목포'라는 거대한 상형에 집중하고 있는데, 특히 '목포 박물지'라 부를 수 있을 만큼 목포의 역사와 그 숨은 내력, 그리고 여기에 얽힌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풀어냈습니다.
◇ '목포'라는 거대한 상형에 집중시인이 유년의 운동장이라 밝힌 목포의 수많은 '공간'들은 물론이고 목포가 가진 지정학적 장소성을 서사화했으며, 문명의 소용돌이와 전쟁으로 갈 곳 잃은 연약한 개체, 그들의 고통을 담박하게 바라보았습니다.
결국 이번 시집의 주제의식은 사회의 중심부에서 밀려나 벼랑 끝에 내몰린 약자들의 고통과 슬픔으로 요약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약자들이란 목포 사람들을 중심으로 그들이 살아온 삶의 모든 터전을 지칭합니다.
그의 시선에 포착된 목포의 역사적인 지형도를 살펴보면, 무척 다채로운 장소들을 작품의 한줄기로 고양시켰습니다.
◇ 다채로운 장소들을 작품으로 조명1960년대 초까지 목포역엔 긴 하천이 있어 징검돌을 건너가다 물에 빠지는 사람이 많았던 '멜라콩다리', 일제가 목포의 수산물을 수탈할 목적으로 고깃배가 많이 정박할 수 있도록 움푹 들어간 형태로 만든 '째보선창', 버림받은 아낙네의 한 서린 '아리랑 고개' 등이 일제강점기의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입니다.
그리고 목포시 대성동 언덕길에 있던 '용꿈여인숙', 1924년에 문을 연 목포 본정통에서 유일한 조선인 상점이었던 '갑자옥 모자점', '목포형무소', '갓바위', '목포자연사박물관', '목포시민극장', '고하도 목포국립학원' 등이 수묵화처럼 펼쳐졌습니다.
때로는 목포는 향유고래들의 유영처럼 유려한 도시입니다.
목포역에서 출발한 열차가 하늘로 날아오른다
창밖에 보이는 향유고래들의 유영, 그 지느러미를 따라 수 많은 별자리들이 헤엄치며 지나간다
밤이 오면 하늘의 별자리들은 다도해에 닿아서 새로운 신생의 별자리들을 만들고
(시목포역중에서)
다음은 김수형 시인과의 인터뷰 내용.
◇ 일상의 풍경이 가장 새로운 것일 수도- 시집의 주제와 이야기의 방향은?
사회의 중심부에서 밀려나 벼랑 끝에 내몰린 약자들의 고통과 슬픔이 주제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감내하게 하는 물신적(物神的) 세계와 현대라는 시간성에 주목했습니다.
생을 지속시키는 위대한 것들을 과거와 현재의 균열 속에서 찾았습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고통을 견디며 서로에게 의지하고 스며들어 사는 존재의 품격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다도해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섬과 섬을 끼고 돌며 유영하는 어선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역설적으로 익숙하게 품은 일상의 풍경이 가장 새로운 것일 수 있음을 말하고도 싶었습니다.
- 이번 시집의 특징은?
목포가 지닌 묵직한 서사에 주력했습니다.
일제강점기 약탈의 거점항구 역할을 하여 한때 융성했으나, 한국 근·현대사의 역사적 상흔이 관통하는 곳이 목포입니다.
목포는 과거와 현대와 미래가 뒤섞여 있습니다.
아직 상처가 남아있긴 하지만 목포는 크게 훼손되지 않았습니다.
낭만항구에는 질곡의 시대와 갯바람을 견뎌낸 따듯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걸출한 예술가들이 화수분처럼 솟아난 공간에 새로운 색채와 깊이를 더하고 싶었습니다.
어떤 권위나 폭력에 의해 희생을 치른 장소라면 그곳이 곧, 목포와 우크라이나 참상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싶습니다.
◇목포는 나에게 도약할 수 있는 뜀틀- 스스로를 어떤 시인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서울로 갔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귀향인입니다.
목포에 깃든 이후 나의 문체는 더 따듯하고 더 간결해졌습니다.
세상에 없는 색으로 이 세계를 그리는 시인이고 싶습니다.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행간에서 더 깊은 의미를 찾고 내 무의식의 극점까지 읽을 수 있는 시, 그 빈칸에서 내가 만든 무의식들이 스스로 적어 내려가는 시를 쓰고 싶습니다.
내 고향 목포는 나에게 뛰어오를 수 있는 단단한 기반입니다.
큰 날갯짓으로 천 리를 날아가는 붕새처럼 세계의 어디쯤 날아다니다 단번에 목포항으로 되돌아오는 기이한 문장이 나의 시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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