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별·이]'복권 수집왕' 노장환..터미널에서 보낸 인생 1막 "갖가지 사연 수북"(2편)

    작성 : 2024-08-04 08:00:01
    명절 때 공설운동장에서 밤새워 승객 태워
    귀금속 가방 분실 사건 가장 기억에 남아
    인생 2막은 사회복지사, 목공예로 새출발
    [남·별·이]'복권 수집왕' 노장환..터미널에서 보낸 인생 1막 "갖가지 사연 수북"(2편)

    '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터미널에서 보낸 인생 1막…갖가지 사연도 많아

    ▲고향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한 노장환 씨

    노장환 씨가 40여 년을 버스터미널에 장기근속할 수 있었던 것은 성실한 태도와 더불어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한 덕분입니다.

    그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녔지만 고3 때 직업반을 선택해 기술을 익혔습니다.

    그리고 졸업도 하기 전에 수원 삼성전자에 취업하였습니다.

    하지만 고향 품이 그리워 이듬해 광주에 내려와서 한일극장 옆 한국전자기술학원에서 라디오, 오디오, TV 등 전자제품 수리 기술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습득한 기술을 바탕으로 대인동 버스종합터미널 내 K고속에 입사하였습니다.

    기술부에 소속된 그는 버스에 장착된 오디오, TV, 실내등 등 전자기기 일체를 설치하고 수리하는 일을 담당했습니다.
    ◇ 남보다 빠르고 손기술 좋아 호평
    ▲회사 재직시 작업장에서

    남보다 빠르고 손기술이 좋아 기사들은 종종 감사의 뜻으로 담배 한 갑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당시는 승객이 넘쳐나던 시절이라 본 업무 이외에 타 부서업무를 지원하는데 자주 동원됐습니다.

    특히 명절 때는 수많은 귀향 인파를 원활하게 수송하기 위해 전 부서가 나서서 일손을 거들어야 했습니다.

    광주공설운동장(현재 기아챔피언스필드)에 임시 터미널이 설치되었는데 드넓은 운동장에 고향길에 나선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찼습니다.

    그는 새벽 3시부터 다음날 낮 11시까지 1박 2일을 꼬박 지새우며 승객을 태웠습니다.

    버스당 최대한 많은 승객을 태워야 하기 때문에 정원을 훨씬 초과한 경우도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오디오를 수리하는 노장환 씨

    그는 또한 틈틈이 터미널 내 복권판매소에 들러 낙첨된 복권을 수집하는 것으로 무료한 직장생활에서 잠시나마 색다른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복권판매소가 4곳이나 있었으나 요즘에는 로또복권 판매소 1곳 뿐"이라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터미널은 항상 인파로 붐비는 곳이라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곤 합니다.

    그중 몇 가지 에피소드를 들려주었습니다.
    ◇ CCTV 등장 이후로는 분실 줄어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일은 지갑 분실입니다.

    광천터미널(현 유스퀘어)에 도착한 버스는 승객들이 모두 하차하고 나면 세차장에 입고돼 청소가 진행됩니다.

    얼마 후 승객이 허겁지겁 달려와 지갑을 잃어버렸다며 호소하는데, 실제 찾아가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CCTV가 등장한 이후로는 대부분 주인에게 돌아간다고 달라진 풍속도를 전했습니다.

    ▲2019년 조선이공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장면. 가장 왼쪽이 노장환 씨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10여 년 전 발생한 귀금속 가방 도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당시 언론에도 크게 보도됐다고 합니다.

    귀금속 밀수업자가 시가 3천만 원 상당의 귀금속이 든 가방을 차 트렁크에 놔둔 채 터미널을 떠났습니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밀수업자는 버스회사에 찾아가 분실물을 찾으려 했으나 허사였습니다.

    경찰에도 신고했지만 당시는 CCTV가 많지 않던 시절이라 행방을 알 수 없어 미궁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가방을 가져간 사람이 목걸이를 팔려고 금방에 들렀는데 옆에서 우연히 이를 본 밀수업자가 자신의 것임을 알아차리고 경찰에 신고해 붙잡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노장환 씨는 이처럼 20대부터 60대까지 40년간 광주 터미널에서 근무하면서 인생 1막을 건너왔습니다.
    ◇ 함평에 내려와서 인생 2막을 준비
    ▲전남 함평군 학교면 소재 고향집

    그리고 지난 5월 말 퇴직과 더불어 어머니가 계시는 고향 함평에 내려와서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기존에 해오던 일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고향 집 창고를 개조해 작업실을 만들어 놓고 전자기기 수리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배워둔 목공기술을 활용해 침대 주문 제작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미 몇 건의 신청을 받아 놓았습니다.

    그는 퇴직 이후를 대비해 지난 2019년 조선이공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해 사회복지사 자격도 취득했습니다.

    당초 마을 입구에 노인보호센터를 건립해 운영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아 유보한 상태입니다.

    그는 복권 수집 취미활동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제는 복권판매소에서 가져오지 않고 직접 돈을 주고 수집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복권 수집왕' 노장환 씨의 인생 2막에 어떤 행운이 찾아올지 벌써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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