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③광주를 앵글에 담는 택시운전사 한진수 씨
광주에서 21년 째 개인택시를 운행하고 있는 택시운전사 한진수(62) 씨.
그의 본업은 택시운전이지만 광산을 알리는 홍보대사 일에 더욱 애정을 쏟고 있습니다.
그는 10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본인 페이스북에 ‘광산을 알면 광주가 보인다’라는 제목으로 광산구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중입니다.
“제가 가장 잘 하는 방법으로 광주와 광산구를 기록하는 중이에요, 직접 찍은 사진으로 시민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며 연대하죠”.
자타공인 광주 문화관광 홍보대사로 통한다는 그는 광주 곳곳을 누비며 찍은 사진만 10만 여장이 넘는다고 귀띔합니다.
◇ 문명이 점령하지 않은 전원풍경에 매혹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택시기사의 근무패턴을 이용해 1년 중 144일을 광산지역을 누비며 마음이 끌리는 피사체를 향해 카메라 앵글을 맞춥니다.
그가 즐겨 포착하는 대상은 산이나 강과 같은 아름다운 풍광과 더불어 정자나 제각, 당산나무, 비석 등 오래 묵은 이야기가 스며있는 문화유산들이 많습니다.
광주 5개 자치구 중 광산구를 선택한 이유도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특히 도시 문명이 점령하지 않은 전원풍경에 마음이 홀리곤 합니다.
“임곡 고룡동 들녘의 4계절 사진을 가장 아름다운 풍경으로 꼽고 싶습니다. 그리고 새벽 물안개 피어오르는 황룡강 어귀나, 낮은 구름에 감싸인 어등산을 볼 때면 저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게 됩니다”라고 그 만의 감동적인 순간을 들려줍니다.
그가 10년 동안 광산지역만을 훑어 오면서 자연스레 자신만의 포토존(photo zone)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순간포착, 광산의 과거와 현재를 기록
광산구 명소를 추천해달라는 질문에 “황룡강에서 바라보는 용진산이 최고입니다. 의병들의 숨결과 혼이 남아 있는 어등산도 빼놓을 수 없고요”라고 답했습니다.
그가 이처럼 광산에 천착하게 된 것은 단지 광산의 독특한 색깔 때문만은 아닙니다.
지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5년간 ‘광산신문’ 1면 사진을 도맡아 온 것이 광산구에 깊은 애착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가 앵글에 담아내는 피사체는 움직이는 대상보다도 정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정물 사진을 고집하는 이유는 시간의 흐름을 기록하기 위한 그 만의 방식입니다.
그가 생각하는 사진의 미학은 일반적인 예술사진과는 다르게 사실성과 기록성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동일한 피사체를 시간을 다르게 순간포착해 시간의 갈피를 기록함으로써 장소성과 역사성을 부각시키는 것입니다.
“예술사진은 미적 효과를 살리기 위해 빛의 실루엣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사실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라고 차이점을 설명했습니다.
그가 처음 사진을 접한 것은 단순히 취미활동으로 시작한 것이지만, 점차 이론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돼 뒤늦게 광주대 사진학과(2회 졸업)에 진학했는데, 이를 계기로 ‘기록사진’에 눈을 뜨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그가 택시운전에 뛰어든 것도 가슴 아픈 곡절이 있었습니다.
그는 상호신용금고에서 근무하던 중 IMF 외환위기 때 회사가 파산하는 바람에 졸지에 직장을 잃는 처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법인이 청산하는 3년 동안 택시운전사 면허를 취득해 2003년부터 개인택시를 운행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사진첩에는 오월정신도 함께 담겨
그의 사진첩에는 아름다운 풍경과 운치있는 사진들이 가득하지만, 그 속에는 시대의 아픔과 상처가 깃든 광주의 오월정신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우연히 윤상원 기념사업회에서 발간하는 소식지 ‘해파 윤상원’ 1.2호 사진들을 보고 다소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직접 찾아가 윤상원과 5.18 관련 사진은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말했고, 3호부터 제가 찍은 사진이 게재됐죠”.
이에 자연스럽게 편집위원을 맡았고, 2018년에는 해파 윤상원 탐험대장을 맡아 윤상원 열사의 발자취를 탐방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5월 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가 관람객 120만 명을 돌파하는 대흥행을 거두면서 2017년 광주문화재단 주관으로 5.18 사적지를 외지인에게 안내하는 ‘광주로 갑시다’ 프로그램에 참여해 광주 곳곳을 동행하면서 사진 찍는 기법은 물론 문화해설도 맡았습니다.
한진수 씨는 2020년 5월 장덕도서관 아트갤러리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해파 윤상원’을 타이틀로 개인전을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기록한 광산구 곳곳을 비롯, 윤상원 열사를 주제로 오월정신까지 되새길 수 있어 의미가 남다른 전시였다고 자평했습니다.
5.18 민중항쟁을 빼놓고는 광주의 역사를 이야기할 수 없다는 그는 “1980년 5월을 겪은 후 광주를 떠나지 않아야겠다고 결심했죠. 함께 하지 못한 죄, 아픔과 슬픔, 광주를 향한 애틋함이 커요”라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2020년 전남도가 발간한 ‘전남 22개 시군 아름다운 숲’ 사진집도 그의 발품으로 이뤄진 작품입니다.
2001~2002년 남도예술회관에서 사진 강의를 한 것을 시작으로, 광주교통연수원 ‘사진으로 보는 광주’ 등 꾸준히 특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광산문화원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광주를 사랑하는 마음, 그 힘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제가 남긴 기록들이 잘 보존돼 훗날 역사적인 귀한 자료로 활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의 마무리 말이 한 장의 사진처럼 생생하게 필자의 마음을 파고들었습니다.
“사진으로 시민들과 공감하고 소통하죠”
10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SNS에 사진 올려
광주 곳곳을 누비며 찍은 사진만 10만 여장
“훗날 역사적인 귀한 자료로 활용되었으면”
10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SNS에 사진 올려
광주 곳곳을 누비며 찍은 사진만 10만 여장
“훗날 역사적인 귀한 자료로 활용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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