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ING]전통의 변신엔 끝이 없다! 2030 사로잡은 할매니얼

    작성 : 2023-05-11 11:00:01
    ▲약과를 이용한 빵
    흑임자 아이스크림, 쑥 라떼, 약과 쿠키..

    마트나 편의점, 카페에서 한 번쯤 마주치신 적 있으신가요?

    최근 몇 년 사이 전통 디저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명절 때나 볼 수 있는 옛날 음식, 어른들의 간식으로 여겨졌던 전통음식이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바로 '할매니얼' 트렌드를 만들어 낸 겁니다.

    할매니얼은 할머니의 사투리인 '할매'와 1980년부터 90년대에 태어난 세대 '밀레니얼'의 합성어로 할머니 입맛을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뜻합니다.

    케이크, 마카롱, 쿠키 등 서양식 디저트에 인기가 밀렸던 전통 간식이지만 할매니얼의 확산으로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KB국민카드가 최근 4년간 디저트 전문점의 신용카드, 체크카드 매출액 및 신규가맹점 비중을 분석한 결과, 떡·한과의 매출 증가액이 아이스크림, 도넛, 케이크 등 기존 인기 디저트를 제치고 1위(66%)를 차지했습니다.

    ▲사진 : 오리온 홈페이지


    - 할매 입맛 잡아라! 식품업계 타깃은 '할매니얼'

    식품업계는 최근 젊은 세대들의 할매 입맛 취향을 노려 흑임자, 인절미, 떡 등이 들어간 다양한 신제품을 앞다퉈 출시했습니다.

    던킨은 올해 설 한정판매로 출시한 '약과 글레이즈드' 도넛이 출시 열흘 만에 20만 개의 판매 기록을 달성하며 대박을 터트리자 이번 달에는 '달고나 츄이스티 약과'를 출시했습니다.

    오리온은 기존 초코파이에 흑임자, 인절미를 첨가하고 떡을 넣어 만든 상품을 출시해 두 달 만에 누적 판매량 1,000만 개를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스타벅스는 지난해 '흑임자 크림 케이크'를, 배스킨라빈스는 인절미 떡과 흑임자 볼이 박힌 시즌 한정 아이스크림 '찰떡콩떡'을, 빽다방은 쑥을 이용한 '쑥쑥라떼'를 내놓았습니다.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뿐만 아니라 주류업체들까지 흑임자, 쑥, 인절미 등을 활용해 만든 상품을 공개했습니다.

    지난해 출시 2주 만에 홈플러스 막걸리 부문 판매량 1위를 차지한 '인절미 막걸리'에 이어 최근 '흑임자 순희' 막걸리를 출시한 보해양조는 "할매니얼 트렌드를 대표하는 재료인 흑임자를 이용해 레트로 감성과 취향을 즐기려는 2030 세대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판매 전략을 밝혔습니다.

    ▲중고 판매 사이트에 올라온 약과들 사진 : 인터넷 사이트 캡쳐

    - 약과 구하기가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만큼 어렵다?

    편의점 CU가 지난달 출시한 '이웃집 통통이 약과 쿠키'는 출시 5일 만에 10만 개를 완판했고, 지난해 올리브영이 출시한 '벌꿀 약과'는 3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30만 개를 기록했습니다.

    또 편의점 GS25에 따르면 3월 한 달 동안 약과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6.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러한 약과 열풍 속, 유명 전통 약과를 구매하기가 아이돌 공연을 예매하는 것만큼 치열하다는 의미로 '약케팅'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의정부의 유명 약과 카페 '장인, 더' 홈페이지는 구매 대기자만 1만 명이 넘으면서 서버가 마비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SNS를 통해 약과가 유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박정미(대학생, 23) 씨는 이곳의 약케팅을 시도했다가 빠르게 품절돼 실패한 경험을 이야기했습니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플미(웃돈)가 붙어 맛보기를 포기했었는데, 약케팅에 성공한 친구 덕에 맛볼 수 있었다"며 "힘들게 얻은 만큼 더 맛있게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약케팅에 실패한 사람들은 중고 거래를 통해 기존 가격 3배의 웃돈을 주고 구매하기도 하면서 약과대란을 일으켰습니다.

    ▲재탄생한 고려시대 개성 지방에서 먹어온 전통 다과 사진

    - 새로운 전성기 맞은 전통 디저트, 퓨전 간식에 남녀노소 주목

    "오늘은 꼭 먹어보려고 일찍 나왔어요"

    점심시간이 채 되지 않은 오전 11시, 임은서(대학생, 22세) 씨는 광주광역시 양림동의 한 카페 앞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립니다.

    이미 한 차례 방문했다가 디저트가 모두 품절돼 허탈하게 발길을 돌린 경험이 있던 임 씨.

    임 씨가 그토록 기다린 디저트는 개성주악이라는 전통 다과입니다.

    개성주악은 고려 시대부터 개성 지방에서 먹어온 전통 다과로 알려져 있는데요.

    찹쌀을 동그랗게 튀겨내 조청에 절여 한입 베어 물면 즙청의 단맛이 입안을 가득 메우는 게 특징입니다.

    최근 개성주악을 비롯해 전통 디저트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가게들이 여럿 생겨나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올해 초 문을 연 광주광역시 쌍촌동의 한 전통 디저트 가게는 마감 시간이 꽤 남은 오후 3시임에도 불구하고 약과 종류는 모두 매진됐고, 개성주악도 몇 개 남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이곳의 최고 인기 품목은 네모난 모양의 '모약과'입니다.

    동그란 모양의 일반 약과와 달리 겹겹의 층이 쌓인 페스츄리 식감을 가진 모약과는 특이한 식감과 프랑스 디저트 빨미까레의 맛이 더해져 젊은 층에게 인기 있는 이색 디저트로 자리 잡았습니다.

    가게를 운영하는 K 씨는 "SNS를 중심으로 전통 디저트 후기가 유행해 20~30대 고객이 특히 많은 것 같다"며 "남녀 성비는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남녀 불문하고 전통 디저트를 찾는 편"이라고 밝혔습니다.

    양림동에 위치한 또다른 한옥 카페는 인절미·쑥 떡을 이용한 와플과 앙버터, 콩크림을 활용한 퓨전 개성주악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많은 20~30대는 물론, 비교적 전통 간식에 익숙한 40~50대, 전통 디저트를 경험하기 위해 찾은 외국인 등 손님 층도 다양합니다.

    전통적인 것에 새로움을 더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카페를 시작했다는 사장 김호중 씨는 "하나 먹어보자는 마음으로 시킨 손님들이 포장도 많이 해간다"면서 "주말에는 받는 손님보다 빈손으로 돌아가 손님이 더 많다"고 말했습니다.

    카페를 찾은 방문객들은 달콤한 한과가 고소한 커피가 잘 어울려 부담 없이 즐기기 좋다는 점을 전통 디저트를 찾는 이유로 꼽기도 했습니다.

    ▲인절미 가루가 올라간 와플

    - 전통의 재조명, 촌스러운 것이 아닌 '힙한 것'

    할매니얼의 유행 배경엔 어릴 적 기억의 향수와 애정이 담겨있습니다.

    임은서 씨는 "전통 디저트는 맛도 맛이지만, 어릴 적 할머니 집에서 먹던 약과와 인절미 추억이 떠올라 거부감 없이 빠져든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유행의 형태는 음식뿐만 아니라 일명 '할미룩', '그래니룩(Granny Look)' 같은 패션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할미룩을 자주 입는다는 이승민(대학생, 22세) 씨는 "처음에는 독특한 디자인에 진입 장벽이 높다고 생각했지만, 주위에서 입는 사람이 늘어나 부담 없이 입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일명 '할미룩', '그래니룩(Granny Look)' 

    또 "펑퍼짐하고 독특한 패턴의 할미룩은 촌스러움보다 빈티지함이 느껴져 힙한 매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통공예품이나 전통 무늬가 담긴 생활용품도 인기를 얻고 있는데, 특히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고려청자 무늬를 활용한 스마트폰 케이스, 그립톡 등을 출시해 박물관 상품이 품절되는 이례적인 구매 열풍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젊은 세대에게 옛 것은 더 이상 '촌스러운 것'이 아닌 '새로운 것', '흥미로운 것'으로 인식되면서 매력적인 소비 아이템이 되고 있습니다.

    할머니·할아버지 세대의 문화가 생활 영역 곳곳에서 쉽게 누릴 수 있는 새로운 문화로 재탄생한 것입니다.

    SNS를 통한 정보에 빠르게 반응하고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가득한 2030 세대에게 할매니얼 열풍은 한동안 식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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