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핵심 안보라인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왜곡한 것으로 판단하고 관련자들을 검찰로 넘겼습니다.
감사원은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당시 5개 기관에 소속돼있던 20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지난 정부 고위급 인사들이 수사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감사원은 지난 2020년 9월 22일 해수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것으로 파악된 뒤에도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관련 사실도 은폐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안보실은 이 씨 발견 사실을 국방부로부터 보고받고도 '최초 상황평가회의'를 하지 않았고,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면 상황보고만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국방부의 군사 대비 태세 강화나 인질 구출 군사작전 검토, 통일부의 송환 노력, 해경의 수색구조 세력 이동 등 구조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이 씨가 피살당한 뒤에도 이들 기관들이 사건 은폐에 급급했다고 감사원은 판단했습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안보실은 22일 밤 10시쯤 이 씨 피살 사실을 확인했지만 다음날 새벽 1시 관계장관회의 때 보안 유지를 당부하며 대통령 보고에서 이같은 사실을 제외했습니다.
그날 새벽 서욱 국방부 장관은 퇴근한 담당 직원을 다시 출근시켜 밈스(MIMS·군사정보체계)에 탑재된 군 첩보 관련 보고서 60건을 지우도록 지시했습니다.
국정원도 첩보 보고서 등 46건의 자료를 무단 삭제했습니다.
감사원은 당국이 이 씨의 월북 의도가 낮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보는 분석·검토하지 않고, 자진 월북과 배치되는 사실들은 의도적으로 분석에서 제외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안보실이 23일 오전 8시 30분쯤 이 씨의 피살 사실을 문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한 뒤 오전 10시쯤 있었던 관계장관회의에서 자진 월북으로 판단하는 종합 분석 결과를 보고하도록 국방부에 지시했다는 결론입니다.
감사원은 해경의 수사 과정에서의 문제점도 확인했습니다.
해경이 확인되지 않은 증거를 사용하거나 기존 증거의 은폐, 실험 결과의 왜곡,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생활 공개 등을 통해 이씨의 월북을 단정하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봤습니다.
배에 남겨진 슬리퍼가 이 씨의 것이었다는 것과 꽃게 구매 알선을 하던 이 씨가 구매 대금을 도박 자금으로 탕진했다는 등의 월북 동기는 확인되지 않았거나 근거 없는 것이라고 감사원은 판단했습니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에 대해 이른 시일 안에 감사위원회 의결 등을 거쳐 관련 공무원에 대한 엄중 문책 등의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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