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초대석]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작성 : 2022-04-29 18:01:08

    27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한국전쟁을 전후해 전남 신안군 일대에서 벌어진 민간인 희생사건에 대한 직권조사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한국전쟁 관련해서 직권조사를 결정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여의도초대석,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위원장 스튜디오에 모시고 자세한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앵커: 먼저 KBC 시청자께 진실화해위 소개와 간단한 인사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정근식: 광주·전남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희 진실화해위원회는 한국 현대사에 내재되어 있는 여러 가지 물음표를 지우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독립적인 국가기구입니다. 국가 공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된 여러가지 비극적인 사건들의 진실을 규명하고 화해의 길을 여는 그런 국가기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앵커: 물음표를 지운다는 말이 상당히 인상적인데, 전남 신안군 민간인 희생사건 직권조사 결정, 통상 진실화해위 조사는 신청이 있어야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거는 위원회가 직권으로 조사를 결정했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정근식: 많은 분들이 직접 신청을 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신청하기를 꺼려하거나 또는 국가적으로 또는 지역적으로 굉장히 상징성이 큰 그런 사건들은 직권조사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앵커: 상징성이 큰 사건은 직권조사를 할 수 있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과거사 사건이 많고 한국전쟁 관련해서 양민 학살, 민간인 학살도 많은데, 신안군 사건을 첫 직권조사 대상으로 결정한 이유나 배경 어떤 게 있을까요?

    ▲정근식: 신안군은 아시다시피 굉장히 넓은 지역에 퍼져 있고 다수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죠. 그 지역 주민들은 상당한 정도로 이미 알고 있지만,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또는 서울에서 볼 때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일종의 '침묵의 섬'이 70년 동안 지속되어 왔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특별히 신안군의 한국전쟁기 여러 가지 민간인 피해에 대해서 중요하게 우리가 생각을 하고 그걸 직권조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앵커: '침묵의 섬'이라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사전 조사를 조금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정근식: 우선 1기 진실화해위원회가 15년 전에 출범을 했을 때 신안군에서는 아주 적게 신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니까 굉장히 큰 피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신청이 적을까 고민을 많이 했고, 그래서 제가 직접 올 연초에 방문을 해서 실상을 파악을 하고 지난 4월 초에는 다시 신안군수님과 함께 어떻게 하면 이 과거의 아픔을 제대로 밝히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합의를 했고, 그 결과로 직권조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앵커: 이게 지금 70년도 더 된 사건이고 거의 돌아가셔서 조사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조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향후 절차나 계획 같은 건 어떻게 되나요?

    ▲정근식: 지금 제가 직접 가서 여러 현지 주민들을 만나고 또 과거에 직접 경험했던 분들을 만나보니까 아주 이제 많이 돌아가셨고 아주 드물게 섬마다 한두 명씩 남아 있는 그런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시급하게 조사를 하지 않으면 진실을 밝혀낼 수 없다 이런 어떤 위기감 같은 것이 있었죠.

    △앵커: 이게 뭐 우문일지 모르겠는데, 70년도 더 된 사건인데 이걸 2022년 오늘 조사를 해야 되는 이유 뭐가 있을까요?

    ▲정근식: 제가 보기에는 신안군 지역의 민간인 피해는 굉장히 얽혀 있는, 단순한 하나의 사건이 아니고요, 하나의 사건이 또 하나의 사건을 만들어내고, 또 그 두 번째 사건이 또 세 번째의 사건을 만들어내고 하는, 그래서 공동체 전체가 얽혀있는 그래서 쉽게 말하기 어려운 그런 사건이었다. 그래서 빠른 시일 내에 밝히고 이제 새로운 그런 뭐랄까 공동체의 활력이랄까 이런 것들을 회복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앵커: 이게 지금 얽혀 있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제가 알기로는 한국전쟁 전후에서 민간인 희생 사건의 거의 절반 가까이가 광주·전남 이쪽에서 발생했다고 하는데 다른 지역 사건들은, 그러니까 신안군을 넘어서는 다른 지역 사건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정근식: 지금 전체적으로 보면 저희 진실화해위원회에 신청되어 있는 한국전쟁 관련 사건 중에 약 40%~45% 정도가 전남 지역 사건이고요. 그중에 특히 전남의 서해안 지역, 영광·영암·함평·신안 이쪽으로 이어지는 지역이 굉장히 피해가 심했고요.

    또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은 일반적으로는 한국 국가공권력에 의한 피해 비중이 높은데, 이 지역은 상대적으로 한국 국가 공권력에 의한 피해뿐만 아니라 적대세력에 의한 피해가 굉장히 비율이 높은 지역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아까 말씀드린 대로 공동체 내부에서의 어떤 갈등 이런 것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쉽게 주민들이 말을 하기 어려운, 그런 굉장히 내부적으로만 끙끙 앓고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 이렇게 판단을 했습니다.

    △앵커: 이게 여지껏 잘 드러나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다?

    ▲정근식: 바로 그 점 때문에 말하기를 꺼려했다. 그래서 가해와 피해가 얽혀 있고 또 가해자와 피해자 유족들이 함께 살고 있는 지역이라고 하는 특징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지금 진실화해위가 2기죠? 노무현 정부 때 1기 출범해서 2010년까지 활동하다 종료되고, 2020년 12월 10일 2기 진실화해위가 출범을 했는데 작년 5월 27일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등 328건 사건에 대해 조사 개시 결정을 내리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는데, 1년 다 돼 가는데 1년 총평을 해보신다면 어떨까요?

    ▲정근식: 전체적으로 처음 1년간이었고, 신청 접수에 저희들이 주력을 했습니다. 원래는 1기 진실화해위원회는 1년간 신청을 받지만 2기 진실화해위원회는 2년간 받기 때문에 올 12월 9일까지 신청을 받기로 돼 있고요. 그래서 작년에는 주로 신청 홍보, 신청 독려를 위한 홍보를 많이 했고, 그다음에 신청된 사건들에 대한 조사 개시 결정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 이번 4월 5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진실 규명을 하는 그런 단계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앵커: 이게 본격적인 진실 규명 작업은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최대 4년까지 활동 기간인데 그럼 앞으로 역점을 두거나 이런 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정근식: 지금 저희들이 출범을 할 때는 과연 2기 진실화해위원회에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접수가 될까 잘 몰랐는데, 지금 1년 3개월 정도 받아보니까 1기 때보다도 약 1.5배 정도 되어 있고요. 저희들이 따라서 훨씬 더 많은 그런 부담을 우리 조사관들이 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신속하게 효율적으로 조사를 해야지만 규정된 그 3년 또는 4년 내에 전부 진실 규명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있습니다.

    △앵커: 걱정이라고 하셨는데 이게 건수로 하면 얼마나 되나요?

    ▲정근식: 지금까지는 1만 4천 건, 1만 6천 명 정도가 신청을 하셨고요. 그중에 약 70% 또는 80% 정도가 조사 개시가 되어 있습니다.

    △앵커: 이게 그럼 1만 건이 넘는 건데 감당이 되나요, 조사 인력이나 위원회 구성이 지금?

    ▲정근식: 그래서 제가 말씀드린 대로 조사 기간을 좀 더 늘리거나 아니면 조사관을 확충해야 하는 그런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또 때때로는 지역 지방자치단체와 협력을 해서 우리 신안군 같은 경우에는 조사관을 직접 인력을 충원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좀 더 효율적으로 신속한 시일 내에 정확하게 진실 규명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앵커: 기간을 늘리든지 사람을 늘리든지 하여간 뭐 좀 늘리기는 늘려야 될 것 같은데, 이게 지금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 같은 경우도 자료 비협조 관계기관들이 이런 건 애를 먹었다고 들었는데, 혹시 그런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정근식: 1기에 비해서는 중요한 그 자료를 갖고 있는 권력기구, 예를 들면 국가정보원이나 또는 경찰청이나 또는 안보지원사령부나 이런 군경 관련 기구들이 예전에 비해서는 훨씬 더 자료에 대한 협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들이 100% 만족하는 건 아니고요 그래서 꾸준히 기구의 장들과 협력을 하고 협조를 부탁하고 저희들이 도서관들이 또 가서 면밀하게 파악을 하고 그렇게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게 절대 쉬운 작업이 아닌 것 같은데 5월 10일이면 정권이 바뀌는데 혹시 그런 영향도 있을까요, 어떨까요?

    ▲정근식: 저희 진실화해위원회는 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을 하지만 나머지 8분의 위원들은 국회에서 선출 했기 때문에 일종의 독립적인 국가 기구입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바뀐다 하더라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게 지금 첫 직권조사 대상인 신안군 민간인 희생사건을 포함해서 진상조사가 이뤄지면 배상이나 보상 같은 것도 이뤄지는 건가요?

    ▲정근식: 저희 법률 내에는 보상 규정이 없고요. 그래서 많은 유족들이나 피해자 단체에서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진실 규명을 하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배·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특별법을 만들어 달라라고 하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1기 진실화해위원회 때 진실규명을 받고도 소멸시효 때문에 보상을 받지 못한 분들이 상당히 많거든요.

    그래서 사법적인 방법으로 보상을 하는 것보다는 불가피하게 입법적인 방식으로 처리를 해야 한다. 그래서 배·보상 특별법이나 또는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의 법률적인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저희 진실화해위원회 기본법을 개정해 달라고 하는 안이 지금 국회에 5개의 안이 지금 상정되어 있습니다.

    △앵커: 이게 말씀하신 대로 소송을 통해서, 국가 상대 소송을 통해서 하려면 소멸시효도 걸리고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는데 법안이 5개가 지금 발의가 돼 있다고 하는데 이거면은 해결이 되는 건가요, 이게 통과가 되면?

    ▲정근식: 저희들은 그 5개 법안 내에는 진실화해위원회의 활동 기간이랄지 또는 위원 수랄지 이런 문제도 있지만, 배·보상을 할 수 있는 법률적인 근거를 만들자.

    또는 진실화해위원회를 보니까 이것은 한시적인 기구이기는 하지만 국가 정상적인 민주인권 국가가 작동을 하려면 이것은 한시적인 것만 가지고는 안 된다. 그래서 과거사 연구 재단 또는 저희들은 진실화해재단이라고 그러는데요. 그런 재단을 우리 법률에 만들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빠른 시일 내에 진실화해 재단을 만들어서 장기적으로 이런 문제들을 우리가 해결해 나가야 하는 거 아닌가 이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앵커: 정부나 국회에서 더 할 것은 뭐가 있을까요?

    ▲정근식: 지금 많은 국회의원들께서 그런 필요성에 공감을 해 주시고 직접 법안을 내주시고 그럽니다. 아마 지금까지 제출돼 있는 법안들을 종합을 해서 빠른 시일 내에 완성된 법률 개정안이 이루어지기를 우리 피해자들, 유족들, 많은 분들이 학수고대하고 있고요. 저희 진실화해위원회에서도 그런 법률 개정이 이루어져서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게 어떻게 보면 국회 시간인데, 마지막으로 이건 꼭 여쭤봐야 될 것 같은데 왜 진실화해위가 존재해야 되는지, 2022년 오늘 수십 년 전 과거사 진상조사를 왜 끝까지 해야 되는지 그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말씀해주시죠.

    ▲정근식: 아시다시피 지금 지구상에는 여러 가지 지금도 전쟁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 전쟁 속에서 다양한 민간인들이 희생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이 문제는 우리의 과거의 역사일 뿐만 아니라 현재의 문제이고 더 나아가서는 지구적인 그런 문제다, 그렇게 저희들은 판단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과거의 역사로부터 교훈을 확실하게 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어떤 미래 세대의 어떤 인권 감수성을 고양시키고, 현재 지구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그런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도 우리가 노력을 해야 하는 그러한 맥락에서 저희들이 이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가 없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앵커: 말씀 잘 들었고 혹시 당부하거나 더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정근식: 역시 가장 큰 것은 올 12월까지 광주 ·전남 지역에서도 빠지지 않고 모든 분들이 신청을 해 주시고, 저희들은 최선을 다해서 진실 규명을 하고 피해자 유족들이 갖고 계신 여러 가지 고통이나 아픔들을 치유하고, 나아가서는 보다 더 살기 좋은, 말 그대로 민주주의와 인권의 정신이 살아지는 그런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저희들이 노력을 하겠습니다.

    △앵커: 오늘 과거에 대한 물음표를 지우고 상처를 치유하도록 하겠다는 말씀, 정말 가슴에 와 닿습니다. 좋은 결과 낼 수 있도록 저희도 옆에서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화해는 과거의 정의롭지 못했던 유산을 고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집권 뒤 진실화해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악명 높았던 인종 차별을 종식한 노벨평화상 수상자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이 생전에 남긴 말입니다.

    아프고 잘못된 과거와 화해하고 용서하기 위해서 제대로 기억해야 하고 제대로 기억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기록해야 합니다. 우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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