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별·이]'우리 가락' 지킴이, 이현옥 굿마당 이사장 "사라져 가는 민속 발굴..민족의 애환 보존"

    작성 : 2024-07-27 09:30:02
    광산농악 김종회 명인에게서 설장구 배워
    1999년 대보름 달집태우기 공연 주민 호응
    광산풀두레, 삼도 들소리 등 농요 재현
    내년 '산월 풍작농악'으로 전국대회 출전
    [남·별·이]'우리 가락' 지킴이, 이현옥 굿마당 이사장 "사라져 가는 민속 발굴..민족의 애환 보존"

    '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게시판의 굿마당 공연사진을 설명하는 이현옥 이사장

    광주광역시 광산구 첨단1동 광주과학기술원(GIST)과 인접한 곳에 70년이 넘은 폐교 한 채가 묵은 세월을 증언하듯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니 마당에는 나무와 잔디가 푸른 기운을 내뿜으며 도심 속 전원주택 분위기를 물씬 느끼게 합니다.

    이 폐교는 원래 무양중학교(현재 비아고등학교)가 교사로 썼던 건물인데, 1993년 광주 첨단과학단지가 들어서 학교가 이전해가며 일부가 오늘날까지 남겨진 것입니다.

    현재는 사단법인 굿마당남도문화연구회(굿마당)가 입주해 우리 가락과 문화를 보존·계승하는 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굿마당 강당에서 수업하는 장면

    이현옥 굿마당 이사장은 광산농악전수보존회에서 활동한 설장구 명인으로 1998년 방치돼 있던 폐교를 발견, 대대적으로 수리해 우리가락의 배움터로 탈바꿈시켰습니다.
    ◇ 방치된 폐교 수리..우리가락 배움터 '탈바꿈'
    "처음에 들어와 보니 마치 귀곡산장처럼 으스스 하더군요. 마당은 잡초가 무성하고 지붕은 빗물이 새는 등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는 공간이었어요"라고 당시의 열악한 상태를 설명했습니다.

    이 이사장은 폐건물을 손수 고치고 손질해서 번듯한 강당으로 꾸며놓았습니다.

    그리고 우리가락의 각 분야 명인들을 초빙하고 학생들을 모집해 전통문화를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농악을 비롯 대금, 가야금병창, 판소리, 남도민요, 한국무용 등 우리 민족의 애환이 깃든 가락과 춤을 후진들에게 전수하고 있습니다.

    이곳을 거쳐 간 이수자들은 현재 국립국악원과 대학을 비롯 전국 곳곳에서 지도자와 명인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인터뷰하는 이현옥 이사장

    이 이사장이 우리 가락과 친해진 계기는 전남 화순 북면 아산초등학교 재학 시절 우연히 들은 풍물 소리에 홀리면서부터입니다.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마을에서 울려 퍼지는 풍물 소리가 어린 제 마음을 찡하게 울리더군요. 그때부터 학습용 30㎝ 대자로 장단을 두드리며 가락을 흉내냈죠. 그러다가 성년이 되어 마을 행사 때마다 풍물을 치게 되었어요."

    이후 1978년 비아로 이사를 와서는 광산농악에 참여해 김종회 선생(2000년 작고)으로부터 설장구를 배웠습니다.
    ◇ 지춘상 전남대 교수 만나 전통민속에 눈 떠
    또한 1997년 지춘상 전남대 교수를 만나 농요와 상여소리 등 광주지역에 전해오는 전통민속예술에 눈을 뜨게 됐습니다.

    특히 광산풀두레 노래를 가지고 전북 익산에서 열린 전국경연대회에서 동상을 차지하면서 농요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또한 1999년 정월 대보름 때 처음으로 굿마당에서 달집태우기 공연을 시작해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자 이듬해부터 첨단단지 응암공원으로 옮겨서 이어졌습니다.

    ▲정월 대보름 달집 태우기

    그리고 2005년부터는 광산구청이 주체가 돼 지역축제로 자리매김하게 됐습니다.

    비아·첨단단지 일대는 영산강 범람으로 이루어진 드넓은 평야지대로 고대시대부터 농경문화가 발달한 지역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을마다 저마다의 민속과 당산제, 농요가 들꽃처럼 피어났습니다.

    하지만 첨단단지 조성으로 한순간에 옛 모습이 사라지고, 더불어 전통민속도 더 이상 명맥을 이을 수 없게 됐습니다.

    ▲공연을 마친 후 굿마당 회원들과 함께

    그러다가 이 이사장이 관심을 갖고 하나씩 원형을 찾아 나서면서 상당 부분 복원되고 기록이나마 보존할 수 있게 됐습니다.
    ◇ 5가지 무형문화재 전주 세계문화원에 등록
    이 이사장은 2008년 나경수 전남대 교수와 공동으로 당산굿놀이를 조사해 응암공원에서 공연했습니다.

    또한 광산풀두레 노래에 이어 '월계동 상여소리'를 발굴해 전국경연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는 월계동 상여소리를 재현하기 위해 백방으로 소리꾼을 찾아다녔으며, 공연에 사용되는 상여 틀과 관(棺), 목다리 등 모든 소품을 직접 고안하고 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하나하나 치수를 정하고 형상을 만들어내느라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습니다.

    공연에 사용되는 나무를 구하느라 장성 축령산까지 오가며 진땀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이 이사장은 현재 산월동 풍작농악을 발굴해 광주 예선에서 대표로 뽑혀 내년 10월 충북에서 열리는 전국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굿마당의 광주 수완골 화전놀이 공연 포스터

    풍작놀이는 정월대보름에 대나무로 천황씨, 지황씨, 신농씨 3신(神)을 만들어 당산제를 지낸 후 이 신(神)을 모시고 농악대와 함께 집집마다 돌며 풍년과 가정의 평안을 축원하는 민속입니다.

    지금까지 수완골 화전놀이, 광산풀두레, 삼도 들소리, 당산굿놀이 등 5가지 무형문화재를 전주 세계문화원에 등록시키는 데 기여했습니다.

    이 이사장은 "비아·첨단지역에 흩어져 있는 유구한 농경문화 유산들을 정리하고 체계화시켜 전통문화의 맥을 잇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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