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돋보기]광주 '산토리니 마을'.."낡고 칙칙한 골목길이 화사한 벽화마을로"

    작성 : 2024-07-15 10:14:47
    2016년 주민들이 힘 모아 '유럽풍 마을'로
    쓰레기로 몸살 앓던 하천, 깨끗한 강변길 탈바꿈
    신안천 백사장 호남 야구의 본산..이순철 등 배출
    광주역-광주송정역 연결 철길 '기차마을' 진풍경
    [전라도 돋보기]광주 '산토리니 마을'.."낡고 칙칙한 골목길이 화사한 벽화마을로"

    ▲신안천 철교 위를 지나는 무궁화호 열차 모습이 낭만적이다

    쏟아지는 햇살,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그리스 에게해의 산토리니 섬.

    해안 절벽을 따라 청색과 흰색으로 색칠된 건물들과 기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자연미가 인상적인 산토리니는 한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관광지입니다.

    이 아름다운 섬 이름을 가진 '산토리니 마을'이 광주에도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광주광역시 북구 신안동 신안교-신운교 들자미길 일대에는 고풍스러운 그리스 마을을 연상케 하는 '산토리니 마을'이 있습니다.

    ▲하천 담장에 펼쳐진 푸른 하늘빛을 머금은 산토리니 해변 벽화

    필자는 우연히 신안교 사이 좁은 골목길에 들어섰다가 이국적이고 낭만적인 '산토리니 마을'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 물길과 철길, 두 개의 '로드'가 교차하는 길목
    이 마을은 두 개의 '로드'가 교차하는 길목입니다.

    한편으로는 광주천의 지류인 신안천 물길이 흐르고, 또 한편으로는 광주역과 광주송정역을 연결하는 철길이 지나는 곳입니다.

    ▲슬레이트집 담벼락에 그려진 그리스 산토리니 풍경

    이 두 가지 모두 도심에서 보기 쉽지 않은 독특한 풍경이어서 더욱 매혹적입니다.

    신안천을 가로 지르는 인도교를 건너 마을 안으로 접어드니 오래된 슬레이트집 담벼락에 그려진 산토리니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이어 반대편 하천과 나란히 늘어선 담장에도 산토리니의 해변이 푸른 하늘빛을 머금은 채 펼쳐져 있습니다.

    그리고 철교 바로 옆에는 누군가를 기리는 조형물이 서 있어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해태타이거즈 김상진 선수(1978~1999)의 동판 초상

    안내문을 보니 해태타이거즈 김상진 선수(1978~1999)의 동판 초상이었습니다.

    김상진 선수는 20살이던 1997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최연소 완투승을 거두며 9번째 우승에 공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999년 22살의 젊은 나이에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 한국시리즈 샛별, 고(故) 김상진 선수의 초상
    고(故) 김상진 선수의 초상이 이 곳에 세워진 것은 유년시절 야구를 배운 인연 때문입니다.

    이 곳 재뫼마을은 1970년대 광주 초.중.고 야구선수의 절반이 거쳐간 곳으로 호남 야구의 본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신안천에는 드넓은 백사장이 있어서 이곳에서 선수들이 날마다 훈련을 하였다고 합니다.

    이 곳 출신으로 차영화, 차용갑, 조국현, 장진범, 김경중, 이순철, 이군노, 김상진, 이상윤, 방수원, 서건창 등이 있습니다.

    조형물을 살피던 중 어디선가 딸랑~딸랑 종소리가 울립니다. 돌아보니 철길 위에서 붉은 신호등이 반짝이며 '기차가 오고 있다'는 경보음을 울리는 소리였습니다.

    곧이어 무궁화호 디젤기관차가 쇠바퀴 소리를 내며 광주역을 향해 바람처럼 지나갔습니다.

    ▲신안동 산토리니 마을 정원 표지판

    철교 밑을 지나니 자투리 공간에 손바닥 정원이 조성돼 있고, 그 옆으로는 주민을 위한 운동기구들이 설치돼 있습니다.

    또한 이 곳은 5·18 때 항쟁의 거점이었던 전남대와 광주역이 가까워 이 마을 주민 다수가 희생 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골목 여기저기에 오월길 코스 안내판이 걸려 있습니다.

    ▲5·18 숨결이 깃든 오월길 코스 안내판
    ◇ KTX 운행 중단으로 침체..'달빛철도' 개통 기대감 커
    그런데, 바닷가도 아니고 관광지도 아닌 이곳이 '산토리니 마을'로 불리게 된 사연은 뭘까요?

    신안동 주민자치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이 마을 주민들이 어둡고 칙칙한 마을 분위기를 산뜻하게 바꿔보고자 하는 취지에서 '산토리니 마을'로 명명하고 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1년 6개월 동안 주민들이 힘을 모아 신안교 주변 강변길을 벽화 그리기와 환경 개선을 통해 아름다운 마을로 탈바꿈시킨 것입니다.

    이 사업을 주도한 이경식 주민자치위 고문은 "당시에는 하천에 쓰레기가 쌓이고 악취가 심해 살기 힘든 환경이었다"며 "주민들이 구청 예산을 지원받아 자재를 사서 1년 6개월간 마을가꾸기 사업을 벌였다"고 밝혔습니다.

    ▲하트 모양의 '프로방스' 포토존

    좀 더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니 텃밭 옆으로 하트 모양의 '프로방스' 포토존이 반갑게 맞이합니다.

    주민들은 이곳을 '프로방스 마을'이라 부릅니다.

    소박한 모습이지만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는 프랑스의 프로방스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편, 주민들은 광주역에 KTX 운행이 중단되면서 마을 침체가 더욱 깊어졌다며 도로 개설 등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경식 주민자치위 고문은 "철길로 인해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가 어려운 데다 그동안 발표된 도로 개설 계획도 지지부진해 마을이 정체될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어 "달빛철도가 개통되면 좋아질지 모르나 우선 도로 개설이 시급하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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