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탐·인]수묵화가 오견규 화백 "그림에 무엇을 담을 것인지가 중요"(2편)

    작성 : 2024-07-14 09:00:02
    올해 화가 인생 50년 집대성 '화집' 발간
    문화기획자 아들·미학자 딸 출간·번역 도와
    추사 '세한도' 차용..홍매화에 겨울정신 담아
    아산 선생과 '인연' 쓴 글로 수필가 등단도
    [예·탐·인]수묵화가 오견규 화백 "그림에 무엇을 담을 것인지가 중요"(2편)

    KBC는 기획시리즈로 [예·탐·인](예술을 탐한 인생)을 차례로 연재합니다. 이 특집 기사는 동시대 예술가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간과 삶, 세상의 이야기를 역사와 예술의 관점에서 따라갑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소통을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의 삶은 어렵다"
    ▲오견규 화백이 자신의 화실 일지춘실에서 최근 발간한 화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50년 동안 그림을 그렸는데.

    "두루두루 나는 책을 많이 즐겨 읽었는데 고전에 나온 고사가 들어있는 얽힌 이야기들을 내가 즐겨 그렸어요. '세한도' 같은 거를 일종의 차용을 했어요.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와 제자 이상적 사이의 끊임없는 스승에 대한 애정을 담고 있어요. 소나무 잣나무 같이 겨울에서야 푸르다는 것을 알 수 있구나와 같이 나는 그림에다가 무엇을 그릴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담을 것인가, 무엇을 남들한테 얘기할 것인가를 중요시하여 그 차용 기법을 한 것입니다."

    - 삶의 신조가 있다면.

    "해부학 교수인 친구가 2021년에 써서 보내준 글인데 편지에 참 재밌어요. '항상 청정함을 추구하고 집착하지 않고 건방지지 않고 통찰력 있는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의 삶은 어렵다'는 내용입니다. 너무 좋아 이번 화집 맨 앞장에 넣었습니다."

    ▲수묵화가 목운 오견규 화백의 화실에 놓여있는 수묵담채화 도구들

    - 홍매를 즐겨 그리는 이유.

    "내가 홍매를 참 즐겨 그렸는데 겨울에 나무가 잎을 치우고 겨울을 잘 나면 봄에 향기를 피우듯이 겨울에는 누구나 침잠하기가 좋지요. 집중하기가 좋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홍매화를 즐겨 그립니다."

    - 최근 출간한 화집을 소개한다면.

    "제 화업 50년을 결산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사비를 들여 500부 한정으로 내놓았습니다. 문화기획자인 아들 승언 씨와 미학자인 딸 윤성 씨가 합류해 화집 발간에 힘을 보탰습니다. 185쪽 분량으로 편집해 출간했습니다."

    ▲지난 3월 출간한 오견규 화백의 화업 50년을 조망한 도록 표지

    - 화집의 구성 내용.

    "화단에 입문한 1970년대 초창기부터 현재까지의 제 화업 발자취를 담았습니다. 이 도록에는 제 삶과 회화세계를 조명한 글과 시기별 작품, 평론, 약력, 작품목록으로 구성됐습니다. 이선옥 의재미술관장이 발문으로 '매화를 닮은 화가, 목운 오견규'를 써 주었고 4부로 나눠 작품 도판을 설었습니다. 3편의 평론도 수록했습니다."

    - 화집에 담긴 그림의 특징.

    "내 그림은 일반적인 한국화나 문인화와는 다른 구도와 화면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림 밖에 시를 넣어 편집된 그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약간 파격적인 구성이란 평가도 받는데 이것을 따라서 한 사람들이 종종 있어요. 내가 최초로 시도한 것이니까요. 화면에서 칸을 나눠 글을 쓰는 것은 불교적 방식입니다."
    ◇ '풍경과 서정을 돌아봄'에 담긴 의미 전달
    ▲오견규 작 '화순 만연산 설경', 수묵담채

    - 화집의 제목을 정하지 않은 이유는.

    "이 책 제목이 사실 '돌아봄'인데 그 말을 뺐어요. 김우창 교수의 책명을 따가지고 '풍경과 서정을 돌아봄'이라는 말을 썼어요. 서평의 영문은 제 딸이 번역해준 겁니다. 내가 2006년도에 신용 회복 절차를 밟았거든요. 겨울은 오히려 봄꽃을 피우기 위해서 오는 것이죠. 겨울을 지난 꽃이 훨씬 더 향기롭고 예쁠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도 마찬가지죠. 겨울의 시기에는 너무너무 힘들었지만 지나놓고 돌아보면 다시 좋은 날이 오더라는 것이죠. 그런 마음이 그림에 담겨 있습니다."

    - 화집 출간 기념전도 열었는데.

    "막상 희수에 이르렀으나 별다른 것은 없고 닳아진 벼루와 헌붓, 저를 닮은 작품 몇 점만 남았습니다. 이에 화집을 만들고 작품으로 저를 돌아보기 위해 전시를 마련했습니다. '돌아·봄'이라는 주제로 지난 3월 21일부터 27일까지 광주 예술의거리 관선재 갤러리에서 가졌습니다."

    ▲오견규 작 '신세한도', 수묵담채

    - 화실 '일지춘실(一枝春室)'에 대해.

    "말 그대로 하면 '일지춘실(一枝春室)'은 '한 나뭇가지에 어려 있는 봄 기운'(一枝春心)을 차용하여 확대해석한 것입니다. 고려말 학자이자 문인인 이조년의 '이화에 월백하고'라는 시조에 담겨있는 말을 따온 것입니다."

    - 이유가 있다면.

    "일지춘실을 쓴 이유가 '가지 끝에 봄이 온 집'이잖아요. '일지춘'하면 그걸 매화라고 표현을 합니다. 그런데 이 말을 띄워놓고 보면 하나라는 말은 적은 말이 아니에요. 1이라는 말은 일이 시작이기 때문에 굉장히 큰 말입니다. 석도화론의 일획론이 만획론이 되듯이 그렇습니다. 나도 그 생각을 진작부터 갖고 있었고 나도 좀 봄이 돌아 올까하여 2006, 7년도에 당호를 쓴 겁니다. 그러면서 그림이 점점 색깔이 들어가게 되더라고요."

    ▲오견규 화백이 평생을 먹을 갈고 붓을 세워 그림을 그려온 또 다른 흔적으로 남아있는 붓과 화구들

    - 수필가로 등단했는데.

    "2009년도였던가, 당시 전라도닷컴에 그림과 함께 글을 기고를 하였는데 백양사 고불매를 그리고 글도 같이 써서 배접하러 가다가 허형만 전 목포대교수를 만난 겁니다. 허 교수가 그 글들을 읽어보더니 그 동안 써놓은 50여편의 글 중 3편을 골라 계간 시와사람에 추천을 해줬어요. 토씨 하나 안 고치고 세 편을 그해 신인상으로 결정 해버린 겁니다. 그렇게 등단하게 되었습니다. 등단작 수필 '인연'(因緣)은 스승인 아산 선생님과의 인연을 다룬 글입니다."

    - 글은 꾸준히 쓰는지.

    "아니요. 어느 날인가 아산 선생님이 내게 글을 쓰느냐고 물으시더니 하던 그림이나 열심히 그려라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죠. 많은 문우들고 기자들이 내가 글 잘 쓴다고 했지만 그 뒤로 그림에 더 열중합니다."

    □ 목운 오견규 화백

    ▲오견규 화백

    수묵화가 목운 오견규는 1947년 광주광역시 광산구 출생으로 올해로 만 77세 희수로, 팔순을 앞둔 한국화가다.

    목운은 화업 입문 12년 만인 1986년 첫 개인전을 연 이후 10회와 단체전 다수를 열었다.

    전남도전 한국화 대상과 광주시전 한국화 최우수상 등 다수 입상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을 비롯하여 광주시미술대전, 겸재 정선 미술대전, 남농미술대전, 전남도미술대전, 전북도미술대전, 무등미술대전, 한국화특장전, 광주광역시미술장식품 신사위원을 역임했다.

    제1회 대동전통문화상과 허백련미술상 본상, 대동전통문화대상 미술부문 대상 등 두루 수상했다. 동신대와 남부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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