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올림픽 역사에 영원히 빛날 하계 올림픽 100번째 금메달의 영광을 차지한 16살 반효진은 처음에 '여고생 사수'로만 주목받았습니다.
2020 도쿄 올림픽이 한창이던 2021년 여름, 친구를 따라 사격장에 갔다가 처음 총을 잡은 반효진은 올해 대표선발전에서 숱한 선배를 제치고 1위로 파리 올림픽 티켓을 따냈습니다.
'한국 사격 올림픽 최연소 선수' 기록으로 주목받은 반효진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타이틀은 '여고생 소총수'였습니다.
사격계는 여고생 신분으로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여자 소총 금메달리스트 여갑순, 2000 시드니 올림픽 여자 소총 은메달리스트 강초현처럼 반효진이 파리에서도 기적을 일으켜 주길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금메달 가능성을 묻는다면 쉽게 답하기 어려웠습니다.
총을 잡은 지 불과 3년 만에 국가대표로 선발될 정도로 기량이 급성장했지만, 너무 급격하게 올라왔기 때문에 기복이 심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반효진은 지난달 국제사격연맹(ISSF) 사격 월드컵 종목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그를 우승 후보로 분류하는 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세계랭킹 16위의 반효진보다는 29일(현지시간) 파리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공기소총 여자 결선에서 반효진과 마지막까지 우승 경쟁을 벌인 황위팅(중국)을 주목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 사격은 반효진을 비밀병기로 준비했습니다.
반효진의 강점은 큰 경기에서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강철 멘털'입니다.
이날 결선에서 쏜 24발의 사격 가운데 9점대에 그친 건 단 3발뿐입니다.
그중 2발은 황위팅과 금메달을 놓고 다툰 23, 24번째 발에 몰려서 나왔습니다.
평범한 선수라면 급격하게 무너졌을 상황에서도 반효진은 침착하게 영점을 조정했고, 한 발로 모든 걸 결정하는 슛오프에서 10.4점을 쏴 10.3점의 황위팅을 제쳤습니다.
반효진은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역사를 썼습니다.
전날 열린 본선에서 60발 합계 634.5점으로 올림픽 본선 신기록을 세우더니, 이날 결선에서는 251.8점으로 결선 타이기록을 수립했습니다.
처음 나선 올림픽 무대에서 기록만 두 차례 세운 겁니다.
한국 사격 선수가 올림픽 무대에서 신기록을 세운 건 반효진이 세 번째입니다.
1호는 1988 서울 올림픽 남자 공기소총 본선에서 안병균이었고, 2호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50m 권총 결선에서 진종오였습니다.
전날 본선에서 3호 신기록의 주인공이 된 반효진은 결선에서는 타이기록을 남겼습니다.
이제 16살인 반효진의 나이를 생각하면, 한국 사격은 이곳 샤토루에서 '제2의 진종오'를 발견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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