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현지시간) CNN 방송과 AP 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네팔에서 32개월 된 아리야 타라 샤캬가 새 쿠마리로 선출됐습니다.
의전용 가마를 타고 집에서 나온 아리야는 많은 인파의 환호를 받으며 거리 행진을 한 뒤 수도 카트만두에 있는 사원 궁전으로 들어갔습니다.
신도들은 아리야의 발에 이마를 갖다 대기 위해 줄을 섰고, 꽃과 돈도 바쳤습니다.
발에 이마를 대는 행위는 힌두교도 사이에서 가장 큰 존경의 표시입니다.
아리야의 아버지는 "어제까지만 해도 그냥 내 딸이었는데 이제 여신이 됐다"며 태어나기 전부터 여신이 될 징조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아내가 임신했을 때 여신 꿈을 꿨다"며 "우리는 딸이 매우 특별한 존재가 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2017년에 전임 쿠마리로 뽑힌 트리슈나 샤카(11살)는 자리에서 물러나 평범한 삶으로 돌아갔습니다.
쿠마리는 산스크리트어로 처녀를 뜻합니다.
네팔 토착민인 네와르 공동체의 샤캬족 중에서 2∼4살 여자아이가 선발됩니다.
피부를 포함해 머리카락, 눈, 치아에 흠이 없어야 하고 어둠을 두려워해서도 안 됩니다.
이후 살아있는 여신으로 불리며 힌두교도뿐만 아니라 불교도로부터도 동시에 추앙받습니다.
하지만, 사원 궁전에서 사실상 격리된 삶을 살면서 1년에 몇 차례 축제가 열릴 때만 외출할 수 있습니다.
신성(神性)이 다른 소녀에게로 옮겨간다고 여기는 초경을 시작하면 후계자에게 자리를 내주고 사원 궁전에서 물러납니다.
샤캬족은 딸이 쿠마리로 뽑히길 원해 서로 경쟁하고, 쿠마리로 뽑히면 그의 가족은 사회와 가문에서 높은 지위를 얻는다고 CNN은 전했습니다.
다만 "쿠마리 출신과 결혼한 남자는 일찍 죽는다"는 미신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쿠마리 출신이 결혼을 하지 않기도 합니다.
유엔은 2004년 아동 조혼과 함께 네팔의 쿠마리 제도를 '여성 차별'로 규정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많은 인권 단체도 쿠마리 제도가 "어린 소녀를 부모와 사회로부터 격리해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네팔 대법원도 2008년 "살아있는 여신 쿠마리도 어린이로서 인권을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지만, 쿠마리 제도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변화가 생겨 쿠마리도 사원 궁전 안에서 개인 교사에게 교육받고 텔레비전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네팔 정부는 은퇴한 쿠마리에게 최저 임금보다 다소 많은 110달러(약 15만5천원)를 매달 연금으로 지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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