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빌딩과 아파트, 그 사이로 쉴 새 없이 지나다니는 차들로 정신없는 도심.
그런데 어쩐 일인지 도로 곳곳이 하얗게 물들었다!
사람이 지나다니는 인도, 도로는 물론 주변 식물까지 하얗게 뒤덮였는데..
이게 전부 새똥이라고?
여기는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의 한 정류장 주변.
하얀 꽃잎처럼 보이는 물체가 무엇인지 살펴보니,
다름 아닌 나무 위에서 살고 있는 쇠백로였다.
지난 4월부터 이곳 대로변 나무에 자리 잡아 둥지를 틀었다는데, 어림잡아 40마리는 넘어 보인다.
인간의 생활권에 서식하는 쇠백로에 시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데..
인도를 하얗게 물들인 배설물, 날리는 깃털,
인근 광주천에서 물어온 물고기가 부패해 악취가 상당하다.
시민들의 민원이 들어오면 지자체는 쇠백로가 서식하는 나무를 베어 쫓아낸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 막 알에서 나온 어린 쇠백로가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 어미를 잃은 미아가 된다는 것.
이 어린 쇠백로는 매년 광주야생동물구조센터로 가게 된다.
▲배성열 / 광주야생동물구조 센터장 : 저희 광주 야생동물 구조관리센터는 시민들이 발견하신 부상 당하거나
조난당한 그 야생 동물을 구조해서 치료한 다음에 재활 훈련 후 자연으로 되돌려보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13일 서구 농성역 주변 민원 불편을 초래하는 수목 정비하는 과정 중에서 안타깝게도 어린 쇠백로들이 발견돼서 저희 센터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쇠백로의 등장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작년엔 역대급으로 많은 쇠백로가 구조됐다고 한다.
▲배성열 / 광주야생동물구조 센터장 : 이번 건과 유사한 사례인데요. 작년에도 서구 농성동 근처에서 수목 정비 추진 중에 한 80여 마리의 어린 쇠백로가 저희들한테 들어오게 됐고 저희 직원들의 각별한 관심과 보살핌으로 인해서 최종 육십이 마리가 자연으로 돌아가게 큰 성과가 있었습니다.
쇠백로를 다치지 않게 하면서 서식지를 옮길 수 있는 방안은 없는걸까?
▲배성열 / 광주야생동물구조 센터장 : 철새도 포함해서 모든 야생동물은 4월부터 7월까지가 집단 번식 기간입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이 시기를 피해서 수목 정비 등
그 사업을 하시게 되면 이런 안타까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쇠백로의 번식 기간을 피해 나무를 베어낸다고 해도, 쇠백로들이 멀리가지 못하고 인근 나무에 다시 둥지를 틀어 매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고 한다.
그런데 쇠백로도 억울하다!
환경 전문가(광주환경운동연합의 광주천 지킴이 홍기혁 회장)는 쇠백로가 도심에 나타난 이유로 ‘도시화’를 꼽았다.
인간의 계속되는 도시개발로 서식지를 잃은 쇠백로가 어쩔 수 없이 도심으로 날아든다는 것.
서구청 측은 배설물 피해를 막고자 거리에 천막을 설치하고 주2회 이상 점검을 나서며 주기적으로 물청소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또 전국 여러 곳에서도 쇠백로와 공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인간에 의해 설 곳을 잃은 쇠백로가 도심으로 나타나는 안타까운 상황.
오늘 핑거이슈는 여기까지다.
여름만 보내고 떠날 이 새들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뤄주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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