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이들을 위한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 핑거이슈

    작성 : 2023-07-24 12:00:01
    남겨진 이들을 위한 영화


    중학교 교사 ‘도경’, 체험학습 날 아침

    아내 ’명지’가 차려준 아침밥도 먹지 못하고 서둘러 출근한다.

    같은 시각, 누나 ‘지은’이 갓 구워낸 빵을 먹는 둥 마는 둥 급하게 집을 나서는 ‘지용’.

    ‘도경’과 ‘지용’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한날한시 세상에서 ‘부재 상태’가 된다.

    동생을 잃은 충격으로 몸에 마비가 온 ‘지은’. 

    그를 바라보는 ‘지용’의 단짝친구 ‘해수’는 세상을 떠난 ‘지용’에게 “너라면 어떻게 했을까?” 물으며 홀로 남은 ‘지은’의 곁을 지킨다.

    한편, 남편을 잃은 슬픔을 잊으려 폴란드 바르샤뱌로 떠난 ‘명지’는 동창 ‘현석’을 만나게 되는데..

    ‘도경’의 죽음을 모르는 ‘현석’은 그와의 추억들을 늘어놓고, ‘명지’는 슬픔이 잊히기는커녕 “그 사람이 못 견디게 그리워”진다.



    ▲김희정 감독: 받아들일 수 없는 그 사실을 조금씩 받아들여가는 과정, 간단하게는 상실과 애도의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예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거는 저는 저희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몰랐어요.

    저는 항상 좀 궁금한 것 같아요. 

    왜냐면 나는 살아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나는 살아서 계속 하루하루 살아야 되니까.

    살아있는 사람들, 남아 있는 사람들이 더 궁금한 거죠.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야 될지 질문을 던지게 되고요.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광주와 폴란드 바르샤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두 도시는 ‘상실의 시대’를 지나온 도시들이다.
     
    ‘도경’의 부재로부터 멀어지려 광주를 떠나왔지만,

    어째서인지 바르샤바 도심을 걷는 명지는 ‘도경’의 부재가 더욱 선명해진다.

     
    ▲박하선 배우: 광주는 사실 명지한테 있어서는 남편이랑 행복하게 살던 그런 도시고요. 바르샤바는 명지에게 뭔가 도피처가 됐던 것 같아요.

    저도 누군가랑 어렸을 때 헤어졌을 때 너무 힘들어서 떠났던 것 같거든요.

    아무렇지 않게 오랜만에 이렇게 낯선 데로 가니까 또 여행을 하게 돼요. 아무렇지 않게.

    그런데 어디 교회 같은 데 들어가서 한 바퀴 돌면 갑자기 눈물이 터지고. 명지도 그런 지점에 있어서

    바르샤바에 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고.


    “그때 그 손을 놓지 않았다면 우린 지금 같이 있을까?”

    어느 날 갑자기 소중한 사람을 잃은 세 사람.

    ‘해수’는 ‘지은’을 향해, ‘지은’은 ‘명지’를 향해 슬며시 내민 위로의 손길은 깊은 상실로 녹지 않을 것 같았던 몸과 마음에 온기를 불러일으킨다.


    ▲김희정 감독: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억지로 막 애도를 하려고 카타르시스를 주고 막 이런 방식으로 하지 않아요.

    천천히 좀 지켜보는 영화거든요.

    (사람마다) 애도하는 속도도 다르고 다 자기만의 방식이 있는데 그거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지켜보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 영화의 보여주는 방식이.


    영화는 역대 최연소 이상문학상 수상자인 김애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지난 2017년 출간된 소설집 <바깥은 여름>에서 일곱 편의 단편 중 마지막에 담긴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우리, 혹은 우리의 주변의 상실과 치유를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로 써낸 작품이다.


    ▲김희정 감독: 저는 원작의 말들이 너무 좋았고.

    아까 하선 씨도 언급했던 편지의 글은 정말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감동이기 때문에 저는 그 편지들을 정말 잘 살리고 싶었고.

    ▲박하선 배우: 처음에 감독님을 만났을 때 왜 캐스팅을 하시려고 하냐고 여쭤봤을 때, 미팅에서.

    (감독님이) 아픔을 아는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

    한 예능을 봤는데 동생에 대한 애도와 관심, 이런 것들이 명지랑 가까운 거 같아서 캐스팅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그래, 그냥 나로 하면 되겠다.

    지금 이 마음을 담으면 되겠다 해서 그렇게 했던 것 같아요.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박하선 배우를 중심으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잔혹한 일본군 ‘모리 타카시’ 역으로 얼굴을 알리고,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순양그룹 장손 ‘진성준’ 역으로 작품마다 강렬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배우 김남희,

    드라마 [미생]과 [킹덤], 영화 <범죄도시3> 등을 통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활발하게 넘나들며

    ‘믿보배’,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배우 전석호가 탄탄한 연기력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남겨진 이들,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김희정 감독: 특히 지금은 대한민국에는 사회적 재난이 많잖아요.

    그 재난들을 당한 피해자나 그 부모나 가족들에게만 돌리지 말고 다 같이 아파하고 그것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그런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다고 막 너무 무겁고 그런 영화는 아니고요.

    끝에 눈물이 나면서 어떤 감정의 승화를 만날 수 있지 않으실까라고 생각합니다.

    ▲박하선 배우: 저는 광주에서 정말 좋은 추억들 안고 가요.

    광주 스태프분들도 너무 열정적이고 좋았고 광주에서 묵으면서 좋은 기억들이 참 많아요.

    나중에 오려고 아껴준 곳들이 있거든요.

    광주 극장도 아껴뒀고요.

    이번에 다시 오게 돼서 너무 좋고요.

    여러분도 영화 속에 담긴 광주의 모습을 많이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많이 본 기사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