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해남 옥매광산 강제동원 노동자들의 아픈 역사를 재조명하고 위로하는 전시회를 지역 주민들이 직접 마련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지역주민들과 청년 예술인들이 협업해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국내 강제징용의 아픈 역사를 재조명하고, 전국화하기 위한 '해남밖 진출'을 시도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과거의 역사를 기록하고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 진행 중인 옥매광산 저장창고의 보존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옥매광산 저장창고는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유적지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조선대학교의 사유지로 묶여 있어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유적지는 방치되고 있으며, 광산 개발행위가 이어지면서 소중한 문화유산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지역사회와 문화계가 이러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역사적 장소로서의 가치와 보존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그동안 지역 주민들이 성금을 모아 추모탑을 건립하고, 매년 추모제가 건립되는 등 옥매광산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노력이 지역 내에서는 상당히 진행되어 왔으나, 관련 전시가 해남을 벗어나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전시 제목인 <옥매광산: 별들을 생각하는 밤>은 별이 된 118인의 영혼을 기억하며, 그들의 헌신과 희생을 기리기 위한 예술적 오마주입니다.
전시에서는 사운드 및 영상 작품 4점, 설치조각 2점, 주민참여 작품 300여 점, 그리고 과거의 기록과 기억을 담은 아카이브 50여 점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관람객은 예술작품을 통해 역사적 사건을 공감각적으로 경험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지역 주민들이 어떻게 상처를 극복하며 새로운 삶을 일구어 나가는지에 대해 함께 사유하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전시의 백미로 꼽히는 1부 '빛과 소리'에서는 해남 주민들과 함께 만든 대규모 종이 장식물 설치작품인 <옥매광산 설위설경>이 전시됩니다.
이 작품은 한지와 창호지로 장식된 8m 길이의 조형물로, 16채널 스피커를 통해 흐르는 김서량 작가의 <도시의 소리, 해남> 사운드와 어우러져 관람객에게 감동을 선사합니다.
해남의 자연과 주민들의 소리를 기록해 청각적으로 재해석한 사운드 설치 작품으로, 옥매광산의 저장 창고를 재현한 공간에서 청각과 시각이 융합된 독특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2부 '흙과 풀'에서는 윤근영 작가의 해남 황산면의 흙을 소재로 한 조각 작품 <노동자>와 윤용신 작가의 옥매산의 식물들로 구성된 <옥매꽃밥>이 전시돼, 순환되는 삶과 죽음을 이야기합니다.
이 작품들은 지역의 자연환경과 역사적 맥락을 반영하며,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3부 '118개의 걸음들'에서는 주민들이 손수 빚은 118개의 토템이 전시장을 가득 메우며, 공동체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치유와 위로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 작품은 마을의 옥공예명인 3인이 해남옥을 가공해 만든 옥 소품과 함께,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깁니다.
4부 '기억되어지는 땅-해남'에서는 김서량 작가가 제작한 사운드 다큐멘터리가 상영됩니다.
이 작품은 일제 강점기 당시 옥매광산과 제주도에 강제 징용된 후 고향으로 돌아오던 중 불에 타 침몰한 배에 탑승했던 118인의 광부를 추모하며, 그들의 이야기와 해남 주민들의 삶을 기록하여 과거와 현재의 해남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부대행사로는 26일(토) 오전 10시 40분, 광주극장에서 <옥매광산: 별들을 생각하는 밤> 상영회가 열립니다.
해남 옥동리 주민들의 인터뷰를 다룬 다큐멘터리 <기억되어지는 땅-해남>과 예술인 캠프 <아수라활활타>의 기록 영상을 상영할 예정입니다.
이 영상은 해남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이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내며 관람객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시회 장소는 광주광역시 충장로 68 인성빌딩 1층이며, 이번 전시회는 황산면 주민자치회와 지역의 청년 예술인들이 함께 만든 전시회로 또 다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전시를 기획한 눙눙길 청년마을은 해남의 지역 예술 활성화와 문화적 재생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는 청년 예술가 및 기획자들의 모임입니다.
눙눙길은 '옥'을 180도 뒤집은 이름으로, 해남 황산면 옥매광산 인근의 옥공예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다양한 문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폐교와 유휴 공간을 창의적인 문화 공간으로 변모시키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축제, 캠프, 전시 등 매력적이고 역동적인 활동을 통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새롭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또한, 눙눙길은 지역사회의 아픈 역사와 기억을 예술로 풀어내어, 주민들이 스스로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전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해남군 황산면 주민자치회 사무국장이자 눙눙길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김지영씨는 "잊혀져 가는 지역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을 예술을 통해 재조명하고, 과거의 아픔을 넘어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며 많은 참여와 관심을 당부했습니다.
전시와 관련된 자세한 정보 및 프로그램 일정은 눙눙길 인스타그램(@ltoltostreet)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시 기간 동안 전시 관람은 무료로 제공되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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