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억을 들여 만든 광주 제2순환도로 지산IC 진출로.
완공된 지 1년 5개월이 넘은 지금, 개통도 못해보고 폐쇄 위기에 처했다.
왜 다 만들어놓고, 쓰지도 못하고 폐쇄한다는 걸까?
제2순환도로에서 무등산에 진입하려면 두암IC를 통과한 뒤, 1.5km의 혼잡지역을 경유해야 한다.
이런 불편함을 없애고 무등산과 법원으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2016년부터 광주 제2순환도로 지산IC 진출로 설립이 시작됐다.
보통 차량이 빠져나가는 진출로는 오른쪽에 있다.
지산IC 진출로의 최초 설계도 그랬다.
하지만 2019년, 소음피해, 분진, 사생활 보호 등을 주장하며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고, 갑작스럽게 왼쪽 진출로로 설계가 변경됐다.
좌측 진출 방식에 따른 운전자의 혼선과 제한속도 90km 도로에서 1차로 진출 방식은 교통사고 발생율이 높으니, 주민들을 설득해 우측 진출 방식으로 변경하라는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고 광주시는 공사를 강행했다.
전국적으로도 서울 강변북로, 울림픽대로 등이 좌측방향 진출로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면서 말이다.
개통하기 전부터 안전성 논란이 불거졌던 지산IC.
결국 광주시는 2021년 11월, 지산IC의 개통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지산IC 진출로가 좌측 1차로를 통해 차량이 빠져나가도록 설계돼 있어 과속 차량에 의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아직 위험요소가 완전하게 해소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이후 시장이 바뀌고, 지산IC의 개통 여부는 민선 8기 광주시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안전시설을 추가로 설치하면 문제가 없다는 ‘개통론’과 좌측 진출로를 없애야 한다는 ‘폐쇄론’이 팽팽히 맞섰다.
결국 또 한 번의 용역을 통해 위험도를 분석하고 개통 여부를 판단하기로 한 광주시.
약 1억 원의 예산을 들여 지산IC 일대에 빅데이터 분석과 교통 시뮬레이션 등을 5개월 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강기정 시장이 ‘용역 할 이유가 없는 정도의 명확한 사안이다. 폐쇄가 정확하다’는 식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답을 정해놓고 형식상 수행하는 용역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용역 결과, 현재 지산IC에 적용된 좌측 진출로는 진출 실패율 40%, 사고 발생율은 일반 IC에 비해 14배 높아 예상대로 사고 유발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여기서 놀라운 결과가 밝혀지는데.
대체 방안으로 거론됐던 우측 진출로 또한 진출 실패율이 무려 35%에 달했다.
결국 좌측이나 우측이나 똑같이 사고 발생 위험성이 컸던 것이다.
핵심은 좌·우가 아니라 ‘지점’이었다.
터널과 진출로 간 이격거리가 짧은 게 근본 원인으로 분석됐다.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는
터널에서 진출로 간 거리를 680m 이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터널과 지산IC 진출로 간 실제 이격거리는 70m로 운전자가 전방을 살펴볼 수 있는 거리가 너무 짧다는 것이다.
애초에 잘못된 위치에 설립된 지산IC 진출로.
그렇다면 논란의 시침은 이제 어디로 향하게 되는 걸까?
지산IC는 전면 백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후활용 논란과 함께 책임론, 관련자에 대한 구상권 청구 등 후유증이 예상된다.
확실한 건 잘못된 설계로 건립 비용 77억 원가량의 시민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오늘 핑거이슈는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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